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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배' 국민의힘 당권…'성배' 되려면 [기자수첩-정치]


입력 2024.06.24 07:00 수정 2024.06.24 07:00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韓, 출마 선언서 "당대표, 죽기 딱 좋은 위험한 자리"

당내 의견도 비슷…"얻는 것 없이 잃고만 나갈수도"

그럼에도 '흥행 성공'한 이유로 '대권 가도' 꼽혀…

안팎선 "지금 당 살리는데 집중해야" 목소리 나와

(왼쪽부터) 국민의힘 당대표에 도전하는 윤상현 의원, 나경원 의원,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출마 선언 순서 순)이 21일과 23일 인천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 당대표 출마 선언을 했다. ⓒ뉴시스

"독이 든 성배도 아니고, 그냥 '독배'다. 확실한 철학이나 전략이 없으면 얻는 건커녕 다 잃고 나갈 수도 있다."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에서 선출될 차기 당대표를 향한 한 당내 의원의 평가다. 당내 전반적인 분위기도 이 발언과 크게 궤가 다르진 않다. 총선 패배 후 국민의힘의 취약점으로 '민심이 떠나가고 있다는 점'이 떠오르고 있는 만큼 이를 반전시키기 위한 전략이 없으면 이번 당대표직은 하나마나 한 자리라는 얘기가 나온다. 그런만큼 확고한 메시지가 없으면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전대에서 당대표에 도전하는 후보는 4명이나 나왔다. 후보들 면면도 화려하다. 특히 당권 유력 후보 가운데 나경원 의원,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 등 3명은 일요일인 23일 국회 소통관에서 1시간씩의 차이를 두고 출마를 선언하는 보기 힘든 장면을 연출했다. 정치권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 보더라도 컨벤션 효과를 노렸음이 명확한 연출이다.


한 전 위원장은 당대표 출마 선언에서 "지금 시기의 국민의힘 당대표는 할 수 있는 것도 없고 죽기 딱 좋은 위험하기만 한 자리라고들 한다"고 얘기했다. 앞서 나온 당내 평가를 그대로 반영한 발언이다. 윤상현 의원을 포함한 다른 후보들도 분명히 이 같은 생각을 갖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보수진영의 거물들인 이 네 후보들은 이렇게나 어려운 길을 가려는 것일까?


당내 한 인사는 이번 당대표 자리를 단순히 '당권'에만 초점을 맞춰선 안 된다고 얘기한 바 있다. 진짜 핵심은 2027년에 열릴 '대권'에 있다는 것이다. 당대표가 전권을 휘두르는 단일지도체제의 지속이 결정되면서 이번에 당권을 쥐게 되면 당내 세력을 만들기가 쉽고, 당을 잘 이끌 경우 곧바로 차기 대권 후보로 우뚝 설 수 있다는 셈법이 깔렸다는 분석이다.


그런만큼 이날 출마 선언 후, 각 후보들은 대권 도전에 대한 질문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사실 저한테 있어서 대권의 꿈도 정말 접을 수 없는 소중한 꿈이다. 당이 너무 어렵고 정말 절체절명의 위기다. 그래서 저는 대선에 출마하지 않을 것이다" 가장 먼저 마이크를 잡은 나 의원이 회견 직후 백브리핑에서 대권 도전에 대한 질문에 내놓은 답변이다.


뒤이어 대권 도전에 대한 질문을 받은 한 전 위원장은 "1년 지난 시점에서 상대 당을 확실히 이길 수 있고 국민의 신망을 받는 분이 대선에 나와야 한다"고 답했다. 이어 "누가 당대표가 됐든지 가장 강력하게 우리 지지자를 대변해 대통령 선거에서 이길 수 있는 후보라는 평가받는다면, 누구라도 대선 후보로서의 자격을 갖추기 위한 행동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권에 대한 욕심을 접는 것은 결코 쉬운 것이 아니다. 모든 정치인들의 최종 꿈이자 목표는 대통령일 수밖에 없어서다. 하지만 지금은 진부하겠지만, 대권에 대한 욕심은 잠시 한 켠으로 미뤄두고 진정으로 국민의힘이 민심을 회복해 거대야당의 입법·국회폭주를 저지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게 우선이다. 이걸 해낼 수 있다면 대권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다.


당내 또 다른 의원은 사석 자리에서 이번 당대표의 성공조건으로 "야당을 넘을 수 있는 민생 이슈 선점"을 꼽기도 했다. 이를 이루기 위해서 당대표가 해야할 역할은 당정관계의 재정립부터 정책 개발 등 셀수 없을 정도로 많다. 3년이나 남은 대권이 아니라 지금 현재 상황을 보고 여당에 힘을 실을 수 있는 전략을 세우는 것이 차기 당대표가 해야할 일이라는 것이다.


"3년 뒤(2027년 대선)를 생각했다면 지금 안 나왔다" 한 전 위원장이 재차 대선 도전에 대한 질문에 내놓은 답이다. 한 전 위원장의 이 답이, 나 의원의 대선 불출마 선언이 당대표 자리에 올랐을 때에도 지켜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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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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