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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역 참사, 충돌 전 '가속페달' 기록…브레이크 등도 미점등


입력 2024.07.03 14:05 수정 2024.07.03 14:05        김인희 기자 (ihkim@dailian.co.kr)

사고기록장치 분석 결과 충돌 직전까지 브레이크 아닌 액셀 밟은 정황

"급발진이었다면 브레이크 밟았어야 해"…가해 운전자 주장과 배치

1일 서울 시청역 인근 교차로에서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 사고 수습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연합뉴스

지난 1일 저녁 9명을 숨지게 하고 7명에게 부상을 입힌 서울 시청역 역주행 교통사고의 사고 원인을 둘러싸고 의문이 커지고 있다. 가해 운전자 차모(68)씨는 '급발진'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이와 어긋나는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는 상황이다.


다만 아직 피의자 조사가 정식으로 이뤄지지 않았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서 정밀 분석이 진행 중인 만큼 추후 수사가 더 진행돼야 의문점이 풀릴 것으로 보인다.


◇ 사고기록장치에는 브레이크 아닌 가속페달 흔적…보조 브레이크등도 미점등


3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가해 차량인 제네시스 G80의 사고기록장치(EDR)를 분석 중인 경찰은 이를 토대로 차씨가 사고 직전 가속페달(액셀)을 강하게 밟았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EDR은 차량에 장착된 기록 장치로, 사고 직전 5초간 액셀과 감속페달(브레이크) 등의 작동 상황이 저장된다. 경찰은 정밀 감식을 위해 사고 차량을 국과수에 보내기 전 EDR 기록을 확보해 자체 분석 작업을 벌였다.


이 기록대로라면 급발진 때문에 사고가 일어났다는 차씨의 주장과 들어맞지 않는 부분이다. 만일 급발진이었다면 차를 세우기 위해 액셀이 아닌 브레이크를 밟아야 했기 때문이다. 차씨가 브레이크로 착각해 액셀을 밟는 실수를 범했거나 고의로 속도를 냈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경찰은 또 주변 CCTV를 분석한 결과 사고 차량이 역주행할 때 보조브레이크등이 켜지지 않은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장치를 거치지 않고 브레이크와 바로 연결된 브레이크등은 페달을 밟으면 바로 점등되는 구조여서 급발진과 오조작을 간접적으로 증명할 유용한 방법으로 꼽힌다.


보통 브레이크를 밟으면 브레이크등(후미등)과 보조브레이크등이 모두 켜진다. 다만 후미등은 야간 주행 시에도 켜지기 때문에 감속했는지를 보려면 보조브레이크등의 점등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 그러나 차씨의 차량은 호텔 주차장에서 나와 역주행 후 사고로 이어지기까지 보조브레이크등이 켜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액셀을 밟은 주행기록과 보조브레이크등 미점등은 모두 차씨의 급발진 주장과 배치되는 정황이다. 다만 경찰은 EDR과 사고 차량에 대한 국과수 정밀 감식 결과를 받아본 뒤 급발진 여부를 최종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EDR과 브레이크등 기계 자체가 고장나 실제 주행과 달리 작동했을 가능성도 확인해야 한다.


국과수 분석에는 통상 1∼2개월이 걸리지만, 경찰은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최대한 빨리 진행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갈비뼈를 다쳐 입원 중인 차씨의 건강 상태가 호전되는 대로 정식 조사도 진행할 방침이다. 경찰은 차씨와 사고 차량에 함께 타고 있던 60대 아내를 이미 한 차례 조사했으며 필요시 추가 조사할 예정이다.


1일 밤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한 서울 시청역 인근 교차로에서 사고 수습작업이 진행되고 있다.ⓒ연합뉴스

김인희 기자 (ih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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