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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풍'이 불기 전에 [기자수첩-정치]


입력 2024.07.10 07:00 수정 2024.07.10 07:00        남가희 기자 (hnamee@dailian.co.kr)

드라마 「돌풍」을 통해 본 與 전당대회

경쟁 몰두해 당 흠집가는지 모르는 당권주자들

네거티브 그만두고 미래의 씨앗을 심어야

윤상현·한동훈·나경원·원희룡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사진 왼쪽부터)가 지난 8일 오후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 광주·전북·전남·제주 합동연설회에서 정견발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최근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돌풍」이 화제다. 「돌풍」은 자신이 원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현직 대통령을 시해한 국무총리 박동호(설경구)와 권력을 손에 쥐기 위해 그 상황을 이용하는 정수진(김희애) 사이의 암투가 벌어지는 정치 드라마다. 해당 드라마에는 어느 누구도 완벽한 선(善)은 없다. 등장인물 모두가 '국민을 위한다'고 주장하지만 결국 각자의 '생존'을 위해 '정의'를 이용하는 모습만이 등장한다.


요즘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보고 있자니 「돌풍」 속 인물들이 떠오른다. 당권주자 모두가 당과 당원을 위한다고 주장하지만, 당대표 당선을 위해서는 당에 흠집이 가는 것도 서슴지 않는다. 이는 모두가 나라를 위한다며 '정치개혁' '검찰개혁' 등 온갖 수식어를 꺼내 들지만 진짜 속내는 자신의 욕망과 생존을 위하고 있는 「돌풍」 속 두 인물의 모습과 겹친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불거진 '김건희 여사 문자' 논란도 마찬가지다. '누가 유출했나' 여부를 두고는 공방이 있지만, 이런 논란이 전당대회 과정에서 불거지고 핵심 쟁점으로 거론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당권주자들이 당의 미래는 생각하지 않고 권력 싸움에만 몰두하고 있음을 자인하고 있는 것이다. 앞뒤 생각하지 않는 네거티브 공방에 가뜩이나 민감한 여사 이슈가 거듭 언급되면서 없던 '리스크'까지 생겨나고 있다.


사생결단 치러지는 전당대회에 국민적 답답함도 커지고 있다. 또 '용산 리스크'가 여권 최대 이슈로 대두되면서 총선에서 패배한 정당임에도 자성과 반성은 없이 당내 권력 싸움에만 골몰하는 정당이라는 이미지만 굳어지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미워도 다시 한번'을 외치며 108석이라는 마지막 기회를 선사한 국민들에게 크나큰 실망만 안기고 있다.


언론 인터뷰에서 박경수 작가는 「돌풍」의 집필 의도에 대해 "이미 낡아버린 과거가 현실을 지배하고, 미래의 씨앗은 보이지 않는 답답하고 숨 막히는 오늘의 현실을 리셋하고 싶은 갈망에서 시작한 작품"이라고 밝혔다. 당원 나아가 국민의 마음도 마찬가지다. 낡아버린 과거에 집착하느라 미래의 씨앗은 심지도 못하는 여당의 상황이 계속된다면 이들은 마지막 기대마저 내려놓을 것이다. 향후 선거에서 '싹 갈아엎자'는 분노의 돌풍이 불기 전에 지금이라도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과거를 말하는 전당대회에서 미래의 씨앗을 심는 전당대회로 거듭날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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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가희 기자 (hnam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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