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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역과 숭실대입구역 사이 멀어요, 역 신설해주세요" [데일리안이 간다 72]


입력 2024.08.10 06:02 수정 2024.08.10 06:02        허찬영 기자 (hcy@dailian.co.kr)

지하철 7호선 남성역~숭실대입구역 사이 멀어 중간역 신설해달라는 민원 쇄도

상도중학교서 남성역 도보로 19분, 숭실대역 입구까지는 26분…버스 이용도 12분~15분

민원인·주민들 "과거보다 유동 인구 늘었지만 교통 인프라 여전히 열악…버스라도 증설해 달라"

서울시·전문가 "수백억원 비용 자치구 감당 힘들고 형평성 문제 야기…시 조례나 법률 개정도 난관"

남성역과 숭실대입구역 간의 거리가 멀다며 중간에 역을 신설해달라는 민원이 제기됐다.ⓒ데일리안 허찬영 기자

서울 7호선 지하철역인 남성역과 숭실대입구역 사이에 역을 추가로 신설해달라는 민원이 쇄도하고 있다. 두 역 사이의 간격이 다른 역들에 비해 넓어 중간 지점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불편과 불만이 가중되고 있는 것인데, 서울시와 전문가들은 비용과 기술적인 측면에서 난색을 표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서울시민 참여 플랫폼인 '상상대로 서울'에는 7호선 남성역과 숭실대입구역 사이인 관악구 청림동과 동작구 사당동 인근에 지하철역을 신설해달라는 내용의 민원이 올라왔다. 민원인은 "7호선이 공사 중이던 당시와 달리 지금은 1만여 세대가 살고 있음에도 교통 인프라가 열악하다"고 주장했다. 해당 민원에는 "양 역 간격은 2km 정도여서 다른 역들에 비해 간격이 2배"라며 공감하는 댓글이 줄을 이었다.


실제로 7호선 남성·숭실대입구역이 개통되던 2000년 당시에는 현재와 같이 주거 시설이 많지 않았다. 동작구 일대에서 20여 년간 부동산중개업을 해온 A씨는 9일 데일리안에 "지하철이 뚫리기 전까지는 장화 신고 다녔다고 할 정도로 논, 밭 천지였다"며 "사람도 많이 살지 않았다가 그나마 지하철역이 들어오면서 아파트 등 주거 단지가 생겨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남성역과 숭실대입구역 사이는 민원인의 주장대로 2.1km였고, 숭실대입구역과 상도역(948m), 남성역과 이수역(791m)의 간격보다 2~3배가량 멀었다. 남성역과 숭실대입구역 중간에 위치한 상도중학교에서 남성역은 도보로 19분이 걸렸으며 버스를 이용하더라도 도보 포함 12분의 시간이 소요됐다. 상도중학교에서 숭실대입구역까지는 도보 26분이었으며 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15분 정도 걸어가야 정류장이 나타났다.


중간에 위치한 상도중학교 기준 숭실대입구역(왼쪽)과 남성역(오른쪽)까지 도보로 이동하는데 소요되는 시간.ⓒ네이버 지도 캡처

10년째 동작구 청림동에서 거주한다는 진모(49)씨는 "지하철역이 생기면 정말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 같다"며 "그게 안 된다면 버스라도 증설해 줬으면 좋겠다. 이 동네 특성상 언덕길이 많아 걸어 다니기에는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다.


다른 주민 백모(62)씨는 "이 동네에는 초등학교, 중학교뿐만 아니라 대학교도 있어서 유동 인구가 적지 않다"며 "두 역 사이의 거리가 너무 애매하다. 주민들 대부분 버스를 타거나 걸어서 근처 역으로 이동하는데 시에서 나서서 이런 번거로움을 덜어줬으면 좋겠다"고 촉구했다.


남성역에서 숭실대입구역으로 가는 일대에는 이 같은 언덕길이 많았다.ⓒ데일리안 허찬영 기자

서울시의 입장은 부정적이다. 윤종장 서울시 교통실장은 "역 신설을 위해서는 수백억이 넘는 비용이 발생한다. 이 곳에 역이 들어섰을 경우 신설 비용과 비례하는 수준의 효과가 나는지에 대한 타당성 조사를 거쳐야 한다"며 "타당성이 통과된다고 하더라도 철로선 등 여러 가지 검토가 필요하며 공사상의 어려움과 비용적인 문제도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도시철도과 관계자는 "운행 중인 노선 중간에 역을 신설하기 위해서는 추가로 굴착 공사를 해야 하는데 지하철 운행 중에는 공사를 할 수 없으니 운행을 사실상 중단하거나 새벽 시간대에 한두 시간을 이용해 공사하는 방법밖에 없다"며 "공사를 진행한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현실적으로 이뤄질 수 있을지는 조사해봐야 안다. 역이 지상에 있는 경우에는 어느 정도 현실성이 있지만 지하에 있다면 현재 기술로는 거의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남성역과 숭실대입구역 사이에는 초·중학교와 대학교, 아파트 등이 들어서 있다.ⓒ네이버 지도 캡처

전문가들도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해 봤을 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장재민 한국도시정책연구소장은 "기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시의 조례나 정부의 철도망 계획에 어긋날 수 있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시의 조례나 법률을 개정해야 하는데 그것부터가 난관이고 이 지역에 역 신설을 하게 되면 다른 지역에서도 요구가 빗발칠 것"이라며 "또 역사 용역 재검토 예비타당성 조사를 해야 하는데 이것을 통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 소장은 "추가 역사 설치에 대한 비용은 제안한 곳이 부담하는 게 원칙"이라며 "제안한 자치구에서 건설비, 운영비 배차간격(추가 열차 계획) 등 모두를 부담해야 하는데 자치구 자체 예산으로는 사실상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역 신설이 불가능하다면 대책으로는 버스 노선을 증설하거나 7호선이 아닌 새로운 지하철 노선이 만들어질 때 해당 노선 계획에 이 민원 내용을 추가하는 방안 밖에는 없다"고 덧붙였다.


이일화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역과 역 사이에 다른 역을 신설하기 위해서는 지하철 운행 중 공사를 해야 하니 운행 중인 열차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비용이 필요하다. 역사를 만들 공간을 확보하기 위한 발파를 진행할 때 발생하는 진동 제어 등을 위한 비용도 상당하다"며 "큰 비용을 투입하면 충분히 가능하지만 자치구 등에서 이 비용을 감당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수석연구원은 "만약에 기술적·비용적 문제가 모두 해결될지라도 현장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지하의 상하수도관, 송전선 등 여러 변수가 나타날 수 있고 이런 변수들이 복합적으로 얽히면 공사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라고 부연했다.

허찬영 기자 (hcy@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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