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행' 끝내고 "다음 스텝 고민" 정치 재개
이재명 10월 '사법리스크' 중대 고비 타이밍
초일회 비롯한 '비명계 모임'도 결집
"李, 야만적…'당 살리는 작업' 거세질 것"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의 1심이 20일 마무리되며 '사법리스크' 그늘도 짙어지고 있다. 그간 이 대표의 가장 큰 변수이자 약점으로도 지목됐던 만큼 비명계(비이재명) 세력화 가능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총선에서 '비명횡사'를 당한 인사들은 사라진 민주당의 다양성과 공정성을 앞세워 재건을 위한 몸풀기에 나섰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 총선에서 '비명횡사'를 당한 박용진 민주당 전 의원이 잠행을 끝내고 정치 활동 재개 의지를 드러냈다. 박 전 의원은 전날 문자 메시지를 통해 "명절 인사를 겸해 안부 인사드린다. 정치는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많은 분이 속상해하지만, 지난 일은 그저 지난 일"이라며 "전국을 돌아다니며 못 봤던 분들과 인사를 나누고 조언을 듣고 있다"고 전했다.
민주당 내 대표적 비명 인사로 꼽혔던 박 전 의원은 지난 4월 총선에서 서울 강북을 3선에 도전했으나 현역 의원 하위 10%에 포함돼 '30% 감산' 감점을 극복하지 못했다. 그는 총선이 끝난 뒤로는 공개 행보를 하지 않았다.
박 전 의원은 이 대표의 약점으로 지목되는 '다양성'과 '공정성'을 강조하는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인다. 박 전 의원은 메시지를 통해 "아무리 더워도 계절은 변하고 있듯이 아무리 답답해도 정치도 세상도 변하게 될 것"이라며 "평범한 사람들의 상식이 통하는 정치, 열정이 넘치고 가슴 뛰는 합리적 정치, 그 답을 찾고 희망을 찾아가겠다"고 다짐했다.
또 "무엇보다 어려울 때일수록 함께 해주는 벗들과 동지들, 오랜 지인들이 있어 행복하게, 그리고 조급하지 않게 다음 스텝을 고민하고 있다"고도 했다.
현실정치에 거리를 뒀던 박 전 의원이 기지개를 편 배경에는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 그늘이 짙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한성진 부장판사)는 20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결심공판을 연다.
재판부는 지난 6일 마무리하지 못한 피고인 신문을 마친 뒤, 이 대표 변호인의 반대 신문과 검찰의 구형, 이 대표 측 최후변론을 들을 예정이다. 통상 결심공판에서 선고까지 한 달가량 소요되는 점을 고려할 때 이 대표의 선거법 1심 선고는 10월 중으로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이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서 벌금 100만원 이상 형을 확정받거나 위증교사 사건에서 금고 이상의 형을 대법원에서 확정받아 대선에 출마할 수 없게 될 경우, 민주당의 지지율과 이 대표 대권가도는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친문계 중진들이 보폭을 넓혀가고 있는 것도 비슷한 해석을 낳고 있다.
4·10 총선 공천에서 탈락한 비명계 전직 의원들이 모인 '초일회' 역시 내달 정례 모임부터 원로 초청 강연을 진행하는 등 본격적인 움직임에 나선다. 지난달 말 워크숍을 진행하며 박용진·송갑석·강병원·양기대 전 민주당 의원 등 6명으로 구성된 운영위원회를 꾸렸고, 박광온 전 원내대표와 김철민 전 의원이 좌장을 맡았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19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9·19 평양공동선언 6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문재인 전 대통령을 만나기도 했다.
초일회 관계자는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워크숍과 운영위원회를 구성했고, 10월부터 매월 초청 인사를 모셔서 정치적인 이야기와 국내 현안을 듣기로 했다"며 "인사 초청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명 3김(金)으로 꼽히는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김부겸 전 국무총리·김동연 경기도지사를 초빙할 수 있다는 추측에는 "일정을 고려해 세 분이 아닌 다른 분을 초청하는 것으로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비명계로 꼽히는 전직 의원은 통화에서 "이재명 대표가 무리하고 야만적인 짓(공천 파동)을 해서 반대되는 사람들을 모두 몰아냈는데, 초일회에 있는 부당한 사람들이 가만있을 수 있겠느냐"라며 "비판 목소리를 더 내고 잘못된 점에 대해 지적하는 '민주당을 살리는 작업'이 거세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