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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인뱅 인가 기준 마련 ‘하세월’…혁신금융 ‘물음표’


입력 2024.10.10 06:00 수정 2024.10.10 09:04        이세미 기자 (lsmm12@dailian.co.kr)

내달 인가 기준 구체화…예상보다 늦어져

본 인가까지 2년…금융권 관심도 하락

“현 정부 임기 내 출범 불가능” 우려도

인터넷전문은행 이미지.ⓒ연합뉴스

금융권의 혁신금융으로 꼽힌 4번째 인터넷전문은행(제4인뱅)의 데뷔전이 각종 금융사고 등 주요 현안에 밀리면서 예상보다 훨씬 늦어지고 있다. 정부가 당초 강조했던 것에 비해 속도가 붙지 않자 금융권 안팎의 관심도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최근 제4인뱅 인가 기준 마련 시기를 구체화하면서 경쟁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기대감 속에서도 일각에선 제4인뱅 출범이 윤석열 현 대통령 임기 내에 실현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늦어도 11월까지는 인터넷은행 인가 기준을 마련하고, 예비인가 신청 접수 등 관련 절차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금융위가 지난해 7월 인터넷은행의 신규 인가를 상시 접수로 전환한 지 1년 4개월 만이다.


금융위원장의 인가 기준 마련 발언은 금융권의 관심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초 시장에서는 늦어도 올해 9월 중 인가 기준이 나올 것으로 기대했지만 티몬·위메프 미정산 사태 등 시급한 이슈가 불거지면서 뒤로 밀려났던 터였다.


그러나 정작 구체적인 인가 기준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면서 제4인뱅 도입 자체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김 위원장은 “어떤 분야에 특화된 또는 조금 더 의미가 있는 인터넷은행을 만들 건지는 더 분석하고 의견을 듣고 공개하겠다”고 언급했다.


제4인뱅 출범 논의는 지난해 윤 대통령이 시중은행의 독과점 구도를 깰 필요가 있다고 언급하면서 시작됐다. 윤 대통령은 “시중은행이 독과점에 따른 ‘돈 잔치’를 하고 있다”며 금융권 혁신을 주문했다.


이에 금융위는 5개월 만에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하며 은행권 경쟁을 촉진하기 위한 제도 개선을 추진하기로 했다.


바로 금융권에 새로운 메기를 푸는 것이었다. 은행 간 경쟁을 활성화해 시중은행 과점 체제를 해소하고 대출금리를 낮추는 등 긍정적인 효과를 보겠다는 취지다.


특히 언제든지 새 경쟁자가 들어올 수 있도록 조건을 완화하면서 시중은행은 물론 제4인뱅 출범도 가능케 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방은행이었던 대구은행이 iM뱅크로 전환하면서 시중은행에 반열에 오른 것이다.


현재 제4인뱅에 도전하는 기업들은 일찌감치 컨소시엄을 꾸렸다. 더존뱅크, 한국소호은행, 유뱅크, 소소뱅크, AMZ뱅크 등 다섯 곳이 대표주자다. 이들은 대체로 소상공인·중소기업 금융 특화 전략 등을 앞세우며 올해 초부터 도전을 본격화했다. 또 시중은행인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등도 참여 의사를 밝히면서 경쟁에 불을 지폈다.


하지만 구체적인 인가 기준 마련이 늦어지면서 제4인뱅 출범이 윤 대통령의 임기 내에 불가능할 것이라는 우려섞인 전망이 나온다. 금융위가 오는 11월에 구체적인 인가 기준을 발표하기로 했지만 예비 인가부터 본 인가 승인까지 2년 가까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추진 과정에서의 상황도 섣불리 예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 카카오뱅크는 2015년 11월 예비 인가를 받았고 본인가 승인은 1년 6개월 뒤인 2017년 4월에야 이뤄졌다. 정식 영업을 개시한 것은 그 해 7월로 이는 정권이 교체된 이후였다. 금융권에선 오는 2027년 5월까지인 윤 대통령 임기 내 제4인뱅을 출범시키기 위해선 최소 올해 상반기엔 관련 절차가 시작됐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런 가운데 정작 금융당국이 컨소시엄에 신규 인가를 내주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됐다. 고금리·고물가·저성장 등으로 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사업 여건이 녹록치 않고 국내 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국내 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이 은행의 자산 건전성을 우려할 만큼 높은 수준은 아니다”면서도 “그럼에도 인터넷은행의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이 나머지 국내 은행보다 더 가파르게 증가하는 추세를 고려할 때 금융당국이 신규 인가를 여러 컨소시엄에 내주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가 신청 컨소시엄이 소기업·소상공인 고객 기반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는지, 또 충분한 위험관리 역량을 가지고 있는지 심사할 필요가 있다”며 “고객 기반을 충분히 확보하지 않을 경우 중·저신용 소기업·소상공인에 대한 대출 공급을 확대하고자 무리하게 대출 심사 기준을 대폭 완화하거나 대출금리를 낮출 수 있고 결과적으로 제4인뱅의 자산 건전성이 약화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세미 기자 (lsmm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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