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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전기차 굴기’ 한국은 무풍지대?…“대비 없으면 당한다”


입력 2024.10.16 06:00 수정 2024.10.16 06:00        정진주 기자 (correctpearl@dailian.co.kr)

BYD·지커 등 중국 업체, 글로벌 시장과 달리 한국 시장서 부진

중국산에 거부감 느끼고 브랜드파워 중요시하는 韓소비자 성향

테슬라·폴스타 등 중국산 브랜드 약진에 중국산 거부감 희석 전망

주요국 파격적 관세 정책으로 자국산 보호…“韓, 中 배척 어려워”

테슬라 홈페이지. 테슬라 홈페이지 캡처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산 전기차 굴기'가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서도 국내 시장만큼은 중국 전기차 브랜드들에겐 공략 난이도가 높은 곳으로 꼽힌다. 다만 테슬라와 폴스타 등 국내에서 선호 받는 전기차 브랜드들이 중국산을 들여오면서 ‘메이드 인 차이나’에 대한 거부감이 희석된다면 '중국산 전기차 굴기'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우리나라는 주요국과 달리 중국산 전기차 견제를 위한 강력한 정책 지원이 어려운 만큼 국내기업의 근본적인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BYD와 지커 등 글로벌 전기차 판매 순위에서 상위권을 차지하는 중국 업체들은 국내 시장에 안착하지 못하고 있다.


세계 1위 전기차 업체인 BYD의 경우 1t트럭과 버스 등 상용 전기차는 국내 시장에서 일부 성과를 냈지만, 승용차 국내 진출은 수개월째 준비작업만 하다 올 연말에야 국내에 첫 판매점을 열 예정이다. 다른 중국 전기차 브랜드들도 국내 시장 진출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지만 가시적인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유럽과 미국 등에서 현지 완성차 브랜드들의 입지를 위협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유독 국내 시장에서만 자리 잡지 못하는 배경으로는 중국산 자동차에 대한 거부감과 브랜드 파워를 중시하는 소비 성향이 꼽힌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 1‧2위를 다투는 수입차 브랜드가 프리미엄 자동차의 대명사인 메르세데스-벤츠와 BMW다. 그만큼 브랜드를 중시하는 소비 성향이 강하다”면서 “생소한, 심지어 중국산이라는 꼬리표가 붙은 브랜드가 연착륙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국 전기차 신규등록에서 중국산 현황. ⓒ산업연구원

이런 분위기와는 달리 국내 시장에는 중국산 전기차 비중이 급증하고 있다. 산업연구원 보고서 ‘전기차와 배터리산업의 주요 이슈와 시사점’에 따르면 국내 전체 전기차 신규등록에서 중국산 전기차의 비중은 올해 상반기 기준 지난해 14%에서 올해 33.1%까지 확대됐다.


금액적으로도 중국산 전기차는 빠르게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1월~7월 기준)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한 중국산 전기차 수입액은 전체 수입액의 65.8%를 차지하며 1위에 올라섰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전기차 수입 1위국은 독일이었으나 올해 중국산 전기차 수입액이 848% 폭증하고 독일산은 38% 감소하며 순위가 역전됐다.


‘중국 브랜드’는 힘을 못 쓰지만 ‘중국산 전기차’는 많이 수입 되는 모순적인 상황은 테슬라와 폴스타 등 국내에서 인기가 높은 해외 전기차 브랜드들로 인해 연출됐다. 국내 수입되는 승용 전기차는 대부분 테슬라 상하이 기가팩토리에서 생산된 모델3와 모델 Y로 추정되며 중국 지리그룹 산하 브랜드 폴스타의 폴스타2 중국 청두 공장 생산분도 수입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BYD 등 중국 전기차 브랜드들이 이같은 점을 국내 시장 공략의 포인트로 삼을 것으로 보고 있다. 테슬라와 폴스타 엠블럼을 단 중국산 전기차들이 국내 시장에서 ‘메이드 인 차이나’에 대한 거부감을 희석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일단 중국 브랜드 전기차에 대한 거부감이 사라지면 국내에서도 ‘중국산 전기차 굴기’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 제조사들이 가진 강력한 가격경쟁력 때문이다.


전기차는 보통 내연기관차에 가격이 비싼 편인데 중국은 2018년부터 자국 시장에서 내연기관차보다 전기차 가격을 낮추는 데 성공했다. 주요국 전기차 시장에서도 중국 브랜드의 평균 가격은 타 브랜드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 성장의 가장 큰 걸림돌은 가격장벽이고, 최근의 전기차 캐즘 현상도 가격장벽에 기인한다고 봐야한다”면서 “그런데 중국 브랜드들은 이 가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는 산업적 기반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점을 감안하면 국내에서도 우리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부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미 미국·EU 등 주요국은 중국산 전기차 견제를 노골화하고 있다. 중국 전기차의 진출 확대에 따른 현지 시장 점유율 감소를 방지하기 위해 미국과 유럽은 중국산 전기차에 각각 100%, 최고 45.3%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한국 정부도 최근 보조금 지급 면에서 일정한 장벽을 두기는 했다. 전기차 보조금이 남아도는 상황에서도 전기차 보조금 지급 기준을 크게 높이면서 상품성이 낮은 중국산 전기차는 보조금을 받지 못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다만 다른 주요국과 달리 한국은 대중 관계를 고려해 다른 주요국처럼 적극적으로 중국 제품을 배척할 수 없다. 결국 품질·디자인 혁신, 제조비용 절감을 통한 가격 낮추기 등 기업의 자체적인 노력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동시에 업계 전문가는 이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가격 쪽에서 (국내기업이) 열세라 보조금으로 커버해줘야 하지만 (정부가) 중국 제품을 크게 차별할 수는 없다”며 “현재 배터리, AS 등에서 차별하고 있지만 (중국과 )크게 차별하기에는 어렵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무역으로 먹고사는 나라라서 노골적으로 이렇게(중국을 차별)하면 중국에서 바로 보복이 들어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환경부는 지난 2월 전기차 보조금 개편안을 통해 배터리·AS센터 면에서 국내기업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한 바 있다. 하지만 이 역시 표면적으로는 친환경차에 보조금을 더 준다는 방침을 내세워 간접적으로 국내기업 지원에 나선 것이었다.


조 연구위원은 “미국처럼 해외에서 생산된 제품은 아예 (보조금을) 안 주는 등 조치는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쉽지가 않아 결국은 (자체적으로 기업이)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것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진주 기자 (correctpearl@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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