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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일·일본 괴담 담긴 '파묘', 일본 개봉…한국적 독창성으로 통할까 [D:영화 뷰]


입력 2024.10.24 14:49 수정 2024.10.24 14:49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장재현 감독 "일본 개봉 우려 없어"

한국에서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큰 인기를 끈 장재현 감독의 영화 '파묘'가 18일 일본에서 개봉했다. 지난 2월 22일 국내 개봉 이후 8개월 만으로, 한국 내에서 뜨거운 반응 덕분에 일본 개봉이 빠르게 추진됐다.


ⓒ카도가와 공식 트위터

한국영화가 일본에서 개봉하는 일은 낯설지 않지만 '파묘'가 유독 관심을 끄는 이유는 영화 안에 항일 코드와 일본의 샤머니즘 및 괴담을 활용한 설정들이 곳곳에 배치돼 있기 때문이다. '파묘'는 '파묘'는 거액의 돈을 받고 수상한 묘를 이장한 풍수사와 장의사, 무속인들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담은 오컬트 미스터리 영화로, 일본이 우리 땅에 쇠말뚝을 박아 풍수지리적 맥을 끊으려 했다는 이야기를 차용했다. 장재현 감독은 '쇠말뚝설'을 통해 우리 땅과 우리 민족을 일치시키며 외세의 침략의 트라우마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는 걸 상징적으로 비유했다.


영화에서 일본 스님 기순애는 여우를 뜻하는 일본어 키츠네(きつね)에서 비롯됐으며 일본 음양사 무라야마 쥰지가 쇠말뚝을 박는다. 이 쇠말뚝은 임진왜란과 일본의 세키가하라 전투 때 1만 명을 베어 죽여 신이 된 일본 사무라이 정령과 동일시 표현되기도 했다.


또한 인간을 먹는다고 전해진 일본 요괴 중 누레온나를 차용해 이야기의 몰입감을 높였다. 이 같은 역사적 배경은 항일 코드는 한국 관객에게 깊은 공감과 카타르시스를 안겨주며 신드롬급 인기를 자랑했다. 현지에서 이러한 요소가 친숙하게 다가올 수 있지만 항일적 서사와 맞물려 일본 관객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지에 따라 영화의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프로모션은 적극적으로 진행됐다. 장재현 감독과 배우 최민식, 김고은은 개봉 전, 일본을 찾아 프리미엄 시사회와 무대 인사 및 현지 매체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배급사 카도가와 케이플러스는 한국의 풍수지리와 샤머니즘 용어를 풀어내는 등 적극적인 프로모션을 통해 일본 관객에게 ‘파묘’의 매력을 전달하고자 했다.


시사회 및 개봉 관람평에는 장재현 감독의 연출력과 최민식, 김고은의 열연은 이견 없이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관객들은 특히 감독이 전통적 괴담의 요소를 현대적으로 해석해낸 점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으며, 배우들의 캐릭터 몰입도와 감정선 역시 이를 뒷받침 하는 역할을 했다는 평이다.


그러나 일본의 코드가 담긴 설정에 대해서는 다소 거부감을 나타낸 반응도 존재했다. 이는 항일적 서사가 일본 관객에게 불편함을 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며, 일본에서의 '파묘' 수용 여부가 단순한 영화적 재미를 넘어 사회적, 역사적 맥락에서 어떻게 해석될지에 대한 관건임을 시사한다.


다만 장재현 감독은 '파묘'를 항일 영화라고 규정짓지 않았다. 장 감독은 인터뷰 당시 "친일 비판, 항일 등을 주입하려는 게 아니다. 우리 역사의 과거로 되돌아가다 보면 만날 수 밖에 없는 시대고 코드이기 때문에 담길 수 밖에 없었다. 시간 여행을 하다 보면 필연 중으로 우리가 마주할 수밖에 없는 아픔과 트라우마다. 딱 그 정도의 의미로 담았다"면서 '파묘'의 일본 개봉에 대해 큰 우려는 없다고 밝혔다.


사실 '파묘'의 가장 큰 목표는 항일 서사와 요괴 설정이 결합된 이야기가 일본 내에서 하나의 '한국적' 독창성을 지닌 작품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느냐다. '파묘'가 일본 시장에서 향후 한국 영화가 일본에서 펼칠 새로운 도전의 신호탄이 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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