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위기 속 SK이노베이션, ‘기술형 사장’으로 장수 교체


입력 2024.10.24 12:15 수정 2024.10.24 13:03        정진주 기자 (correctpearl@dailian.co.kr)

SK에너지, SK지오센트릭, SK아이이테크놀로지, 이공계 출신 선임

SK그룹 ‘리밸런싱’ 핵심 작업인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에 따른 인사

실적 부진한 계열사 사장 사전 교체로 조직 쇄신

서울 서린동 SK이노베이션 사옥 전경.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SK이노베이션이 SK E&S와의 합병을 앞두고 조직 쇄신에 나섰다. 빠른 조직 안정화와 강력한 사업 드라이브에 방점을 찍고 부진한 실적을 낸 조직의 수장을 ‘기술형 사장’으로 교체했다.


SK이노베이션은 24일 계열사 SK에너지, SK지오센트릭, SK아이이테크놀로지 사장 선임인사를 발표했다.


SK에너지 사장에 김종화 현 SK에너지 울산CLX 총괄, SK지오센트릭 사장에 최안섭 SK지오센트릭 머티리얼사업본부장,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사장에 이상민 SK엔무브 그린성장본부장이 이날 각각 선임됐다.


3명의 사장은 모두 이공계 출신이란 공통점을 지닌다. 기술과 현장을 중시하는 인재를 발탁해 SK이노베이션이 추진하고 있는 운영 개선(O.I)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젊은 리더십을 위해 1972년생인 최안섭 사장과 1975년생인 이상민 사장 내정자를 전격 발탁했다는 점도 특징이다.


이번 인사 단행은 SK그룹이 올해 초부터 추진해온 ‘리밸런싱’의 핵심 작업인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과 맞닿아있다. SK이노베이션은 내달 1일 SK E&S와 합병해 토탈 에너지 솔루션 기업으로 출범하게 된다. 합병 시 자산 100조원, 매출 88조원 규모의 아시아·태평양지역 최대 민간 에너지 기업으로 등극하게 된다.


합병 이후 연말 인사로 한 달여 간의 불필요한 과도기를 두고 혼란을 초래하는 것보다 실적이 부진한 계열사 사장을 사전에 교체한 상태에서 합병 기업 출범을 맞는 게 효율적이라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SK이노베이션의 핵심사업을 맡은 3곳의 계열사는 실적 악화에 시달리면서 조직 쇄신이 요구돼 왔다.


SK지오센트릭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490억으로 지난해 영업이익(1937억원)보다 급감했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도 분리막 비즈니스 특성상 고정비 비중이 높은데 올해 공장 가동률이 낮아 2분기 영업손실이 대폭 확대됐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다르면 SK이노베이션 3분기 실적도 62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감소한 624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이진명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SK이노베이션 3분기 실적에 대해 “영업손실은 3588억원으로 적자 전환하며 시장 기대치를 624억원 하회할 것”이라고 봤다.




(왼쪽부터)김종화SK에너지 사장, 최안섭SK지오센트릭 사장, 이상민SK아이이테크놀로지 사장. ⓒ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 및 계열사들의 실적 부진은 정유‧석유화학 업황 악화와 함께 탄소배출 저감 및 친환경 사업 전환 등 대외적 요인들에 기인한다. 재무통 보다는 엔지니어링 분야에 능통한 리더가 필요한 상황이다.


SK에너지 사장으로 선임된 김종화 SK에너지 울산 CLX 총괄은 엔지니어 출신으로, 정유, 화학사업을 두루 경험한 울산 CLX 내 최고의 생산 전문가다. 최근 유가 변동과 같은 불확실한 경영환경 속에서 안정적인 공정 운영과 제품 경쟁력을 확보해 지속적인 수익 창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SK지오센트릭 사장으로 선임된 최안섭 SK지오센트릭 머티리얼사업본부장은 연구개발(R&D) 연구원 출신으로, SK지오센트릭 최적운영실장과 전략본부장 등 SK지오센트릭의 주요 보직을 다 거쳤던 만큼 풍부한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 경험과 역량을 바탕으로 SK지오센트릭의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할 최적의 인물로 평가받는다.


또한 SK지오센트릭은 3명의 임원을 승진하는 조직개편도 진행했다. 조직을 단순화해 빠른 의사결정을 통해 실행력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 사장으로 선임된 이상민 SK엔무브 그린성장본부장은 R&D 연구원 출신으로, SK㈜ 테크놀로지 이노베이션센터에서 첨단 기술 개발을 거쳐 SK엔무브 그린성장사업실장 등 성장사업에서 역량을 쌓았다. 이 과정에서 냉난방공조(HVAC)와 전기차용 윤활유(e-Fluids) 같은 주요 신사업을 단시간내 안착시키는 등 SK엔무브의 성장전략을 재편하는 성과를 보인 바 있다. 이상민 사장에 대한 대표이사 선임은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추진할 계획이다.


이번 인사에 따라 기존 수장들은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게 됐다.


지난해 말 인사에서 대표로 선임된 오종훈 SK에너지 사장은 고금리와 경기 침체 등 영향으로 핵심사업인 석유사업에서 부진한 성적을 냈다.


2018년부터 6년간 SK지오센트릭을 이끌어왔던 나경수 사장도 SK이노베이션 전신 ‘유공’ 출신으로 정통 석유화학 중심을 폐플라스틱 재활용 등 고부가소재사업으로 사업을 확장 추진했지만 그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전기차 배터리 분리막 제조사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를 지난해 1월부터 이끌던 김철중 사장도 전기차 캐즘(수요 정체기)에 따라 좋은 성적표를 거두지 못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오는 11월1일 당사는 SK E&S과 합병해 토탈 에너지 솔루션 기업으로 출범하게 된다”면서 “포트폴리오 조정에 맞춰 조직을 빠르게 안정시키고, 강력하게 O.I를 추진해갈 CEO 인사를 단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SK그룹 전체 인사는 12월5일에 이뤄질 것으로 점쳐진다.

정진주 기자 (correctpearl@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