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웹툰 '이세계 퐁퐁남', 여성 혐오 및 비하 담고 있다 논란…2030 젠더갈등 더욱 고조시켜
여성 커뮤니티 "퐁퐁남, 여성들이 경제적 이득 위해 남성 이용한다는 편견과 성적인 뉘앙스 담아"
전문가 "요즘 젊은 세대, 어릴 때부터 주변과의 교류 보다 경쟁하며 자라 혐오감에 쉽게 노출"
"자기 생각 보다는 다수 따르는 경향, 섣부른 동조는 주체적인 삶 해쳐…항상 자기 각성·성찰 중요"
최근 네이버웹툰 공모전 심사를 통과한 '이세계 퐁퐁남' 웹툰이 젊은 세대들의 젠더갈등을 더욱 고조시키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퐁퐁남'이 여성 비하 및 혐오적 표현을 함의하고 있다는 이유 때문인데, 전문가들은 어릴 때부터 주변과의 교류 보다는 경쟁을 통해 자라온 요즘 젊은 세대가 혐오감에 쉽게 노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자기만의 생각 보다는 다수를 따라가려는 성향이 강한데, 섣부른 동조는 주체적인 삶을 해칠 수 있는 만큼 항상 스스로 한 행동이 어떤 사회적 결과를 야기할 지 자기 성찰과 각성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퐁퐁남' 논란은 지난달 말 네이버웹툰의 2024 지상최대공모전에서 '이세계 퐁퐁남'이라는 아마추어 웹툰이 공모전 1차 심사를 통과하면서 시작됐다. 해당 웹툰은 39세 남성이 아내에게 배신 당하고 이혼하는 과정에서 재산을 잃은 뒤 다른 세계로 넘어가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문제가 된 '퐁퐁남'은 연애 경험이 많은 여성과 결혼한 행위를 '설거지'로 지칭하면서 주방세제 브랜드인 '퐁퐁'과 남성을 더한 단어이다. 한마디로 연애 경험이 많은 여성과 결혼한 경제력 있고 순진한 남성을 조롱하는 신조어인데, 여성은 젊은 시절 많은 남성들을 만나며 아무런 책임 없이 연애만 즐기다가 나이가 든 뒤 결혼하고, 남성은 결혼생활에 대한 별다른 즐거움도 없이 부양 의무만 지게 된다는 것을 자조하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다.
일부 여성 커뮤니티 등은 "해당 웹툰이 여성을 혐오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퐁퐁남'이라는 단어가 여성들이 경제적 이득을 위해 남성을 이용한다는 편견과 성적인 뉘앙스가 담긴 여성 혐오적 단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해당 웹툰의 작가는 "현재 퐁퐁남의 어원이 집단 강간에서 비롯됐다는 허위 사실이 무분별하게 퍼지고 있다"며 "퐁퐁남이라는 용어는 2000년대 초 사용된 주식 용어"라고 해명했다.
작가의 직접 해명에도 불구하고 퐁퐁남은 기존 2030세대의 젠더 갈등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현재 네이버웹툰은 '퐁퐁남' 때문에 여성 유저들이 불매운동까지 벌이고 있는데, 지난 22일 네이버웹툰의 '웹툰프렌즈'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한 일러스트가 '집게손가락' 모양을 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 직후라서 논란은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엄지와 검지를 집게 모양으로 만든 손가락은, 남성의 신체 부위를 비하하는 표현으로 '남혐'(남자혐오)의 상징으로 굳어졌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정책연구용역 홈페이지에 올라온 '청년층 젠더갈등의 경제적 요인 분석'(여성가족부·한국은행 공동연구)을 보면, 20대가 0.68로 가장 높았으며 30대가 0.50으로 뒤를 이었다.(젠더갈등 인식이 가장 심한 경우는 1, 반대의 경우는 0의 값을 부여했다.)
또 여성의 경우 대학생 등 학업 상태에서 0.97로 1에 근접했으며 경제활동(0.81), 아무 일도 안 함(0.75) 순으로 인식이 높았다. 남성은 군 입대 대기 상태가 0.55로 가장 높았으며 아무 일도 안 함(0.51), 학업(0.45) 순으로 나타났다.
김찬호 성공회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남녀가 어릴 때부터 여러 가지 생활을 공유하는 경험을 해야 하는데 그런 기회가 부족한 것이 이러한 갈등의 원인"이라며 "본인의 삶이 너무 팍팍하게 느껴지거나 열등감에 사로잡혀 있을수록 공격의 대상을 찾는 게 인간이다. 현재 젊은 세대들이 어릴 때부터 주변과의 교류보다는 경쟁하며 자라다 보니 혐오감에 쉽게 노출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혐오 감정이 바탕에 깔려있기 때문에 단숨에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사회적 관계와 경험을 많이 하는 게 중요하다. 이런 경험을 통해 본인을 있는 그대로 바라봐줄 수 있는 다른 존재들과 많이 교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허창덕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결혼해서 부부간의 경제활동 주권을 누가 갖느냐는 일종의 가족 문화다. 특정 가정의 문화 방식에 대해 제3자가 개입해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며 "퐁퐁남이라고 하는 것도 사실상 다른 가정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용어이고 문화적인 성숙성이 갖춰지지 못한 행위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허 교수는 "최근 젊은 세대들은 자기만의 생각을 하기보단 다수를 따르는 경향이 있다. 섣부른 동조로 인해 주체적인 삶을 해치고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자기의 삶을 잃어버리고 있다"며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절실한 것은 자기 각성을 하는 것이다. 스스로 한 행동이 어떤 사회적 결과를 가져올 것인가에 대한 자기 성찰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