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군청 40명 노쇼, 손해배상 청구 가능하지만…합의가 이상적" [디케의 눈물 321]

정선군청 공무원들, 28일 여의도 고깃집서 40인분 예약 취소…논란 일자 뒤늦게 사과

법조계 "고의 업무 방해 목적 아니라면 형사 책임 묻기 어려워…민사 손해배상은 가능"

"구체적 피해액 산정 어려워…버려진 음식 및 다른 손님 못 받아 발생한 피해 따져야"

"적정 수준으로 협의해 마무리 하는 게 최선…도의적 책임 느끼고 충분한 보상해야"

40명 단체 예약을 한 공무원이 당일 노쇼를 하는 바람에 한 자영업자가 영업적 손실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자영업자 카페 '아프니까 사장이다'

강원 정선군청 공무원들이 서울 여의도 한 고깃집에서 40인분치를 예약하고 '노쇼(no-show·예약 부도)' 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빈축을 사고 있다. 법조계에선 고의로 업무를 방해할 목적으로 노쇼를 한 것이 아니라면 형사상 책임은 묻기 어렵고 민사상 손해배상은 청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구체적인 피해액 산정이 쉽지 않은 만큼 소송전 보다는 군청에서 도의적 책임을 갖고 충분한 보상을 해 협의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조언했다.

31일 정선군청 누리집 자유게시판에는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노쇼를 하나', '자영업자를 상대로 갑질을 했다' 등 공무원들을 행태를 질타하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정선군청 공무원들의 노쇼 논란은 서울 여의도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업주 A씨가 지난 28일 자영업자들이 주로 있는 사이트에 글을 게재하면서 알려졌다.A씨는 "공무원 40명 예약을 받고 준비해놓았는데, '노쇼'를 당했다"며 "예약한 시간이 돼도 아무도 오지 않아 예약자에게 전화했더니 '예약한 적 없고 이미 다른 곳에서 식사 중이다'라는 황당한 답변이 돌아왔다"고 전했다.

A씨는 이후 예약자 B씨에게 통화녹음을 들려줬고 그제야 B씨는 "예약한 걸 깜박했다"고 했다. A씨는 "오늘 하루 장사 망했다"며 "손님들이 항상 예약 방문하고, 예약자가 공무원들이라 굳이 확인 전화를 안 했는데 이런 상황이 발생했다"고 토로했다. 이후 A씨는 피해 보상을 받기 위해 정선군청에도 연락했으나 '마음은 이해하지만, 보상은 힘들다'는 취지의 답변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선군에 따르면 공무원 40여명은 지난 28∼29일 서울로 1박 2일 워크숍을 떠났다. 워크숍 행사 전반을 민간업체에 위탁했으나 업체 측의 실수로 인해 노쇼 사태가 빚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정선군 측은 소통이 매끄럽지 않았거나 대처가 미흡했던 점을 인정하며 "최대한 사장님께서 원하시는 대로 보상해드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게티이미지뱅크

검사 출신 안영림 변호사(법무법인 선승)는 "군청에서 행사를 외부기관에 위탁하고 외부기관에서 식당을 예약한 것으로 보인다. 군청에서 식당 예약 여부를 알았는지 여부에 따라 책임 유무가 결정될 것이다"며 "만약 외부기관에서 식당을 예약하고 군청에 알리지 않았다면 군청에 법적인 책임을 물리기는 어렵다. 또한 고의로 업무를 방해할 목적으로 노쇼를 한 것이 아니라면 형사상 책임은 인정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민사상 손해배상은 청구할 수 있지만 구체적인 피해액 산정이 쉽지 않아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예약 취소로 인해 버려진 음식과 고기 등은 '직접손해'가 되고 판매하지 못한 금액 등은 '기회비용'이 되는데 손해액 계산의 근거, 인과관계 입증을 통해 인정 여부가 결정될 것이다"며 "소송 이전에 적정 수준에서 협의하여 마무리하는 것이 좋고 군청에서도 책임지기 어렵다는 원론적인 답변이 아닌 도의적인 책임을 느끼고 충분한 보상을 하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희란 변호사(법무법인 대운)는 "업주 입장에선 3000만원 이하의 소액 사건이라고 해도 소송전으로 가면 기본적으로 수개월 이상이 소요되고 소송 비용도 만만치 않으므로 차라리 합의를 하는 게 낫다고 볼 수 있다"며 "소상공인들에게 막심한 피해를 끼치는 노쇼 행위가 반복해서 발생하고 있지만 뚜렷한 대책이 마련돼 있지 않은 현실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이어 "소비자 입장에선 자신이 한 예약 및 약정에 대한 책임 의식을 가져야 하며 업체 측에서도 사전에 예약금을 받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게 좋다"며 "소비자보호원에서 물품 구매 시 환불이나 취소에 대한 규정이 마련돼 있긴 하지만 식당 등 업종까지 적용하기엔 한계가 있다. 소상공인 보호를 위해 관련 소비자보호법을 개정하거나 행정기관에서 세부적인 매뉴얼 및 행정지침을 마련하는 등 전방위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