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후 복귀 하루 만에 정의선 회장 자택 인근서 시위 재개
주민 출근과 일상 해치는 현수막‧피켓 동원 장외 시위 지속
장기파업 여파로 회사는 비상경영…임원 연봉 20% 반납
한 달 넘게 장기 파업을 벌이던 현대트랜시스 노조(금속노조 충남지부 현대트랜시스 서산지회)가 생산 현장에 복귀하고 사측과 교섭을 재개했지만, 파업 기간 지속했던 ‘민폐시위’는 멈추지 않고 있다. 노조는 정상 출근 하루 만에 서울 주택가에서 시위를 벌였다.
12일 사측에 따르면 현대트랜시스 노조원들은 이날 아침 일찍 서울 용산구 한남동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자택 인근에서 현수막과 피켓을 동원한 민폐 시위를 강행하며 인근 주민들의 출근과 통학 등 일상을 방해했다.
현대트랜시스 노조의 장외 집회‧시위는 이번이 다섯 번째다. 노조는 주말이었던 지난달 26일 서울 한남동에서 성과급 관련 시위를 처음 시작해 인근 주민들의 휴식을 방해했고, 28일에는 노조원 1000여명이 서울 서초구 현대차‧기아 양재사옥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강행하면서 극심한 소음과 교통체증, 통행방해 등을 유발해 현대차‧기아를 찾은 방문객과 인근지역 주민, 보행자 등이 큰 불편을 겪어야 했다. 이후로도 지난달 29일과 이달 7일 각각 주택가 시위를 벌였다.
이같은 노조의 행동은 사측을 압박해 교섭에서 유리한 결론을 이끌어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되지만, 모기업 경영자의 사적인 공간에서 인근 주민들에게까지 피해를 주면서까지 시위를 강행하는 것은 상식에서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현대트랜시스 사측은 노조가 파업중단을 결정함에 따라 11일 회사 정상화를 위해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고, 경영진 등 전 임원들은 연봉의 20%를 자진 반납키로 하는 등 노조에 위기 극복에 동참해 줄 것을 호소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도 민폐 시위를 지속하며 교섭 의지를 의심케 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노조가 직원과 회사는 물론 800여 협력사에 큰 피해를 입히고 나서야 사측과의 교섭에 임하기로 한 만큼 앞으로 협상에 집중해야 한다”며 “이같은 시기에 현대트랜시스와 직접 관련이 없는 서울 주택가 민폐 시위를 지속하는 행위는 자제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남동 주민 역시 “현대트랜시스 파업이 끝났다고 들었는데 왜 주택가에서 시위가 계속 진행되는지 모르겠다”며 “아침 출근길에 낯선 노조원들과 과격한 구호가 담긴 대형 피켓 사이로 지나갈 때마다 불편함이 크다”고 말했다.
현대트랜시스 노사 갈등은 노조가 지난해 영업이익의 2배에 달하는 유례없는 성과급을 요구하고 파업과 집회를 벌이면서 시작됐다. 현대트랜시스는 노조의 장기 파업으로 실적 악화는 물론, 현대차‧기아의 완성차 생산차질까지 파장이 확대되면서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사측은 지난달 31일 18차 교섭에서 노조에 기본급 9만6000원 인상(정기승급분 포함), 경영성과급 및 격려금 400%+1200만원을 제시했다. 1인당 평균 2560만원 상당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현대트랜시스 역대 최고 성과급으로, 총 재원이 지난해 영업이익(1169억원)의 92%에 해당하는 1075억원에 달한다.
반면, 노조는 기본급 15만 9800원 인상(정기승급분 제외)과 전년도 매출액의 2%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며 교섭이 교착상태에 빠져 있다.
노조가 요구하는 성과급 총액은 약 2400억원으로, 이는 지난해 현대트랜시스 전체 영업이익 1169억원의 2배에 달하는 규모다.
노조의 주장을 수용하기 위해서는 회사가 지난해 영업이익 전액을 성과급으로 내놓는 것은 물론, 영업이익에 맞먹는 금액을 빚을 내서 마련해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