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이재명 선거법 위반 1심 재판 앞두고
민주당 '김건희 특검법' 대폭 수정해 압박
여당 "다급한 지 온갖 꼼수로 입법 농단"
여야 대표 회담은 무산?…민주당 "무책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1심 선고(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사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민주당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지적했던 소위 독소조항을 삭제한 '김건희 특검법' 수정안을 제시하며 여권의 수용을 압박하고 있다.
지난달 이 대표가 깜짝 제안한 여야 대표 회담은 진척이 없다. 이에 민주당은 여권의 '무책임'을 탓하고 있지만, 국민의힘은 시큰둥한 반응이다. 이 대표 재판이 임박해 여론의 관심이 민주당과 사법부로 쏠린 상황에서 굳이 협조해 시선을 분산시킬 필요성이 없다는 셈법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한 대표를 향해 김건희 특검법에 협조해줄 것을 거듭 촉구했다. 박 원내대표는 "오직 국민만 보고 민심을 따라 피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겠다더니 윤석열 대통령 대국민담화 이후 안색을 바꿔 특별감찰관만 임명하면 모든 문제가 풀리는 것처럼 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민주당은 민심을 따르기 위해 여당이 밝혀온 요구를 대폭 수용한 김건희 특검 수정안을 준비해 14일 본회의에서 통과시키겠다"며 "국민의힘이 합리적 안을 제시하면 진지하게 협의할 용의가 있다는 점도 거듭 밝힌다. 한 대표와 국민의힘이 민심을 따를 생각이 있다면 반대를 위한 반대 말고 진지하게 특검에 협조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당초 민주당은 김건희 특검법에 △명품가방 수수 △임성근 구명 로비 △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개입 등 총 14가지 의혹을 수사 대상으로 명시했다. 그러다 전날 갑자기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씨 경선 관여 및 불법 여론조사 의혹으로 수사 범위를 대폭 축소했다.
특검 추천 방식도 기존의 야당 단독 추천에서 '제3자 추천'으로 변경키로 했다. 민주당은 대법원장이 특검 후보 4명을 추천하면 민주당과 비교섭단체 등 야당이 2명으로 압축하고, 대통령이 1명을 최종 임명하는 방식을 유력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14일 '김건희 특검법'을 야권 주도로 국회 본회의에 통과시킨 후,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 28일 재표결 시점에 여권 내 이탈표를 끌어내기 위한 의도라는 해석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특검법 수정안 처리 방침에 '꼼수 악법'이자 '입법 농단'이라며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같은 날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이 수정안을 급히 제출하겠다는 것 자체가 특검법 원안이 위헌적 인권유린법이자 삼권분립 파괴법이라는 것을 실토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나라의 법률을 만드는 일을 정략적 흥정 대상처럼 취급하고 특검을 상대 정당의 분열을 조장하는 공격 카드로 악용하는 것은 매우 저급한 정치행태"라며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 부부의 1심 선고를 앞두고 어지간히 다급한 모양인지 온갖 꼼수를 동원하는 양상"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수사를 정치에 이용하는 민주당의 입법 농단에 국민의힘이 놀아날 이유가 없다"며 "민주당은 졸속 특검법 수정안을 추진하기에 앞서 '나쁜 특검법'을 발의한 데 대해서 먼저 국민께 사과하기를 바란다. 지금 민주당이 해야 할 일은 특검법 수정과 같은 얕은 꼼수가 아니라 이 대표 1심 재판 생중계 요청"이라고 맞받아쳤다.
추 원내대표의 말처럼 이 대표 내외는 이달 중 하루 간격으로 1심 선고를 받게 된다. 구체적으로 본회의가 열리는 오는 14일에는 이 대표의 배우자 김혜경 씨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한 1심 재판이, 이튿날인 15일에는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한 1심 선고가 예정됐다.
공직선거법 사건에서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 받고 이러한 형량이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되면 의원직을 상실한다. 또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돼 2027년 대선 출마가 불가능해진다.
특히 공직선거법 제265조 2항에 따라 이 대표에게 당선무효에 해당하는 형이 확정되면 민주당은 보전받은 선거비용 434억원을 모두 토해내야 한다. 앞서 검찰은 해당 혐의와 관련, 이 대표에 징역 2년을 구형했다.
지난달 21일 이 대표가 한 대표에 깜짝 제안한 여야 대표 회담도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회담에 "모든 가능성이 열려있다"던 민주당이었으나, 양측 실무진 간 협상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이에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가했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전날 오후 국회에서 고위전략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여야 대표 회담에 진전이 없는 상태냐'라는 질문에 "없다. 저쪽(국민의힘)은 지금 하늘에서 감 떨어지기만 기다리고 있는 것 아니냐"라며 "무책임하다. 이렇게 무능한 대통령실과 여당이 어디 있느냐"고 질타했다.
앞서 이 대표도 지난 7일 열린 윤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 직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 대통령의 회견을 계기로 한 대표가 여야 대표 회담에 응할 것으로 보느냐'라는 질문에 "한 대표에게 연락도 하고 공개적으로 요청도 했는데 입장이 난처하신 것 같다"며 "이럴 때일수록 만나서 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최근 정국 상황을 미뤄볼 때 여야 대표 회담은 이 대표의 1심 선고 전 극적 타결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민주당이 이 대표 재판을 앞두고 대규모 장외집회를 열어 대여 비난 여론 최전방에 나서고 있는 데다, 야권 일각에서 '탄핵'이나 '임기단축 개헌'에 나아가 아예 공개적으로 대통령의 '거취 표명' 요구가 나오는 상황이라서다.
대표 회담의 야권 실무자인 이해식 민주당 당대표 비서실장은 지난달 31일 기자들과 만나 "내가 먼저 연락했고, (여당에서) 논의해보고 연락주겠다고 했는데 연락이 없다"며 "지금 상황에서는 (대표 회담이) 안 된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