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증교사 1심 무죄 직후 반격 나서
당원게시판 논란 여권 분열 노리면서
28일 → '12월 10일'로 재표결 연기
이재명 "국민의힘 의원 대오각성 기대"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 1심 무죄로 사법리스크 일부를 덜어내면서 '김건희 특검법' 공세에 당력을 집중하고 있다. 민주당은 당초 오는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김건희 특검법 재표결에 나선다는 방침을 세웠으나, 이날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이 행사되자 '재표결 시점 연기' 등 특검법 최종 통과를 위한 복안을 고민했다.
민주당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한 대표의 가족을 둘러싼 당원게시판 논란과 여권 내 계파갈등 심화 조짐을 주시 중이다. 이와 맞물려 한 대표에게 특검법 찬성을 요구하는 등 여론전 강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날 오후 여야는 국회의장과 양당 원내대표 회동을 거쳐 김건희 특검법을 다음달 10일 재표결하는데 뜻을 모았다. 민주당은 시간을 번 만큼, 여권 내 분열 양상을 파고들어 '이탈표'를 노린다는 전략이다. 전날 이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 1심 무죄 판결이 나오면서 현재로선 각 진영의 결집이 견고한 상황이다. 지금 당장은 정부·여당에 타격을 줄만한 이탈표를 끌어내기 적절한 타이밍이 아니라는 게 민주당 내부의 기류다.
이재명 대표는 전날 '김건희 특검법 재표결 전략'과 관련해 "국민의힘 의원들의 대오각성을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박찬대 원내대표도 이날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도 당내 경선 여론조사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한가하고 한심한 이야기를 할 때가 아니다"라며 친한(친한동훈)계를 정조준했다.
박 원내대표는 "특검법 재의결 때 반대표를 던진다면, 국민의힘도 정권과 함께 몰락하게 될 것이고, 한동훈 대표는 보수 세력 궤멸을 자초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는 엄포도 놨다. 또한 그는 "윤석열 대통령이 사는 길도, 한동훈 대표가 사는 길도, 김건희 특검 수용 외에는 없다"고 주장했다.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도 한 대표를 향해 "정신 차려야 한다"는 표현까지 불사했다. 박 원내수석은 "국민의힘 게시판 댓글 공작 게이트로 당대표 자리에서 쫓아내려는 속셈을 모르는 것이냐. 아니면 알면서도 모른 척하는 것이냐"라고 물었다.
이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당 대표는 당의 미래를 선택해야 한다"며 "권력자의 눈치만 보고 남의 시중만 드는 사람에게서 희망을 찾는 국민은 없다"고 압박했다.
민주당 초선의원 모임 '더민초'도 이날 비상의원총회를 열고 '김건희 특검'을 고리로 한 대여 압박에 가세했다. 더민초는 결의문에서 "당의 단결과 안정 속에서 국민을 위한 정치를 향해 단일대오로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뿐만 아니라 "김건희 특검 관철과 국정농단의 진상 규명에 앞장선다. 윤석열정권의 권력 남용과 김건희 여사의 국정농단 의혹을 철저히 밝히기 위해 특검을 반드시 성사시킬 것"이라고 약속했다.
야5당 의원 단체인 '윤석열탄핵 국회의원연대(탄핵연대)'도 기자회견을 열고 " 윤석열 대통령은 김건희 여사에게 제기된 어떤 의혹도 진실을 밝힐 생각이 없으며, 국민을 버리고 민주주의를 파괴해서라도 김 여사의 비리를 감싸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고 맹폭을 가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 국회의원 분들께 말씀드린다. 이제 결단해야 할 때"라고 촉구했다.
민주당 등 야당은 지난 14일 국회 본회의에서 수사 범위를 축소하고 제3자가 특별검사를 추천하는 내용의 '김건희 특검법' 수정안을 일방 처리했다. 이는 세번째로 국회를 통과한 김건희 특검법이다. 민주당은 법안의 범위를 축소하는 동시에 국민의힘을 향해서는 "요구해 온 내용을 대폭 수용해 수정안을 마련했는데도 국민의힘이 핑계를 내며 법안 처리를 미루고 있다"는 공세를 지속해 왔다.
수정 내용은 특검의 수사 대상을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개입 의혹과 선거브로커 명태균 씨 관련 의혹으로 당초보다 축소한 것이다. 또 특검 후보는 대법원장이 추천하되 야당이 '비토권'을 갖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따라 국회로 돌아온 재의요구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려면 재적 의원(300명)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야당 의원이 모두 찬성표를 던진 경우를 전제할 시, 국민의힘(108명)에서 8명 이상이 이탈할 경우 해당 법안이 재의결된다. 이탈표가 이에 미치지 못할 경우에는 법안이 폐기된다.
다만 반전 양상을 만들 정도의 이탈표가 나오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민의힘 의원 개개인이 자신의 정치 생명을 생각했을 때는 계파를 초월해 찬성표를 던질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고 했다. 신율 교수는 "민주당으로서는 국민의힘을 끌고 들어옴으로써 여론전에서 유리한 입지를 차지하려는 하나의 전략적 주장"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