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성장세로 D램 18% 증가…낸드는 범용 부진으로 3% 감소
내년 HBM 시장 382억 달러…올해 보다 142% 급증
파운드리는 TSMC 독주 체제 견고…올해 보다 21% 성장
내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HBM(고대역폭메모리) 성장세로 올해 보다 9%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센터장은 26일 오전 양재 엘타워에서 열린 '시스템-반도체 포럼'에서 '2025년 반도체 시장 전망' 발표를 통해 내년 메모리(D램+낸드) 반도체 시장 규모가 1757억 달러로 전망된다며 이같이 예상했다.
올해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1609억 달러로 지난해(906억 달러)와 견줘 77.6% 늘어날 것으로 봤다.
내년 반도체 시장은 성장세가 지속되나, 첨단/범용 제품간 양극화는 심화될 전망이다.
D램 시장의 경우 HBM 효과로 올해 보다 17.7% 늘어난 1091억 달러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됐다. PC, 모바일 재고 조정이 마무리되고 HBM3E 12단 제품 수요가 늘어나는 2분기 이후부터 성장세가 본격화될 것으로 노 센터장은 분석했다.
반면 낸드는 기업용 SSD 수요 강세에도 불구하고 범용 낸드 제품 수요 위축 등으로 내년 시장은 올해 보다 2.6% 축소된 666억 달러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AI·일반서버 내년 호조…HBM 출하 비중 9%
PC, 모바일, 서버 등 주요 시장 키워드로는 기준 금리 인하, 미국 등 관세 인상, AI 서버·기기 수요 성장 등을 꼽았다. 이중에서도 AI 서버와 일반 서버가 전체 반도체 수요를 좌우할 것으로 예상했다.
구체적으로 내년 스마트폰 수요는 12억2300만대로 올해 보다 2.0% 늘어나며 노트북은 1억8200만대로 5.2%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데스크톱은 5% 증가한 6300만대를, 서버는 4.3% 늘어난 1450만대를 예상했다.
특히 내년 AI 서버 수요는 올해 보다 31.1% 증가한 210만대로, 전체 서버 수요의 14.8%를 차지할 것으로 봤다. 학습용 AI 서버의 경우, 동영상을 생성하는 멀티모달 수요 증가 속 고성능 GPU(그래픽처리장치)와 고용량 HBM 수요를 동시에 자극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에 따라 D램 시장 내 HBM 출하량은 비트(Bit) 기준 올해 5%에서 내년 9%, 2026년에는 11%까지 올라설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 9%의 HBM을 만들기 위해 웨이퍼는 이 기간 전체 D램의 20%를 투입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내년 HBM 시장 규모는 382억 달러로 올해와 견줘 141.8% 급증할 것으로 봤다. HBM 비트 출하량은 117.2% 늘어난 265 Gb(기가비트)로 전망했다.
메모리 반도체 변곡점, 제품 재고 조정 및 B300 공급하는 2Q
내년 메모리 반도체 성장의 변곡점은 2분기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 전까지는 PC, 스마트폰 등의 수요 부진으로 관련 제조사들이 기존 재고로만 버티려고 해 가격 약세가 불가피할 것으로 진단했다.
재고 정리가 어느 정도 진행되고, 엔비디아의 AI 가속기 B300(B200 울트라)가 공급이 본격화되는 2분기부터는 메모리 수요가 우상향 흐름을 보일 것으로 진단했다. 해당 AI 가속기에 탑재되는 HBM 용량은 192GB(기가바이트)에서 288GB로 업그레이드된다.
노 센터장은 "2분기 메모리 재고가 많이 줄어든 상태에서 B300이 나온다면 분위기는 반전될 것"이라며 "2분기부터 (메모리가) 온기가 보이고, 하반기부터는 가격 상승을 예상한다. 그렇게 보면 내년도 (메모리) 시장은 성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 가정 하에 SK하이닉스는 (이익) 증액이 되지만 삼성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삼성전자가 엔비디아 HBM3E 공급업체로 선정될 경우 D램 업체들은 범용 D램 웨이퍼를 HBM에 추가적으로 할당하면서 범용 DDR5 가격도 안정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부 업체들은 낸드 캐파(생산능력)로 전환을 검토하는 등 범용 메모리 반도체 수급 개선 트리거(방아쇠)는 B300이 될 전망"이라며 "TSMC도 내년 2분기부터 B300 제품을 공급하면서 HPC(고성능컴퓨팅) 매출액 비중은 55%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AI 데이터센터 수요처가 다양해진 점도 메모리 업체들에게 긍정적 요인이라고 했다. 노 센터장은 2017년 클라우드 사이클의 경우 퍼블릭 클라우드 사업자 수요 비중이 절대적이었으나, 오늘날에는 엔터프라이즈, 통신사, 소버린 AI(Sovereign AI) 비중도 높아지면서 수요 편중이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中 메모리·파운드리, 기술 굴기 지속
중국 메모리 반도체 회사들의 약진은 주목해야 할 이슈라고 설명했다.
중국 D램 1위 업체인 CXMT(창신메모리)는 기존 허페이(Hefei) 외에 베이징을 중심으로 공격적으로 웨이퍼 생산능력을 증설중이다. 트럼프 정부에서 향후 CXMT를 블랙리스트로 지정한다면 중국 낸드 업체 YMTC(양쯔메모리)처럼 CXMT도 중국 로컬 장비 위주로 생산능력 투자에 나설 것으로 노 센터장은 진단했다.
또한 중국 파운드리 업체 SMIC가 DUV(심자외선) 장비로 7nm 개발에 성공했으며 CXMT는 1β까지 DUV로 공정을 전환할 것으로 노 센터장은 예상했다. 미국 마이크론은 1β 공정을 DUV로 구현한 바 있다.
그는 "미국 제재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중국 내수 시장에서 중국 로컬 업체들의 시장 점유율은 상당 기간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CXMT의 올해 모바일 D램 시장 점유율이 비트 기준으로 9.0%를 차지한 것으로 추정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CXMT는 저가 서버를 중심으로 서버 D램 시장까지 진출할 것으로 보인다고도 했다. 이렇게 되면 서버 D램 시장서 CXMT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대만 Nanya(난야), 미국 마이크론 등과 경쟁하게 될 전망이다.
파운드리, 당분간 TSMC 1강 체제 지속…전체 21% 성장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은 1위 업체 TSMC의 독주로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했다. 이에 따라 내년 전체 파운드리 시장은 올해 보다 21.2% 성장한 17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노 센터장은 내다봤다.
노 센터장은 "범용 반도체 수요 위축에도 AI 반도체 호조에 힘입어 TSMC 올해 매출은 사상 최고치인 900억 달러를 예상한다"며 "올해 시장 점유율은 63.5%를 기록하면서 2023년 59% 대비 크게 상승할 전망"이라고 했다.
TSMC가 애플, 인텔, 퀄컴 등 빅테크 수요에 힘입어 3nm 파운드리 시장을 독식 중인 가운데 2nm 투자도 늘리고 있어 '1강' 체제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노 센터장은 내다봤다.
그는 "일본 카오슝 2nm 팹은 3개 공장을 투자할 것으로 보이며, 내년 하반기부터 램프 업을 예상한다"며 "TSMC의 내년 4분기 2nm 생산능력은 월 14K에 이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TSMC의 승승장구와 달리 파운드리 후발주자 인텔은 파운드리 뿐 아니라 주력 사업인 PC 사업부마저 침체를 면치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인텔 PC사업부 매출액은 2023년 4분기 88억 달러를 기록한 이후 올해 들어 1분기 75억 달러, 2분기 74억 달러, 3분기 73억 달러에 머물고 있다. 노 센터장은 "AI PC 수요에도 불구하고 매출이 감소한다는 것은 상당히 심각하다"고 설명했다.
내부 매출까지 포함시킨 3분기 인텔 파운드리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으며, 영업 손실도 확대되고 있다. 노 센터장은 "1.8nm를 하고 시스템 온 칩(SoC)을 파운드리한다는 루머가 있지만 그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