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당원 게시판 논란, ‘자중지란’·‘진상’·‘쉬쉬하다’·‘엽기적’ 등
국민의힘 지지율, 이재명 민주당 대표 사법 리스크에도 반사 이익 실종
한동훈 대표 빅데이터 평가, ‘자중지란’·‘위기’·‘독소’·‘피해’·‘혼란’ 등
국민의힘이 당원 게시판 논란에서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재판 리스크로 정치적 반사 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지만 갈수록 해법을 찾지 못하는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 논란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실명 인증 후 사용할 수 있는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한동훈 대표와 부인, 모친, 장인, 장모 이름으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친윤계 의원을 비난하는 수많은 글이 올라가 있었고 한 유튜버가 “한동훈 대표와 그의 아내 등 7명 이름으로 윤석열 대통령 내외를 비난한 글이 다수 올라왔다”라고 주장하면서 이 논란이 20여 일 이상 이어지고 있다.
당원 게시판에 글을 쓰려면 이름과 생년월일, 휴대전화 번호 등을 입력하는 본인 인증을 거쳐야 한다.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은 작성자의 이름이 다 노출되지 않는 이름 일부 가림 형태로 운영되지만 지난 11월 5일 한 유튜버가 ‘작성자 검색’ 기능을 통해 한 대표와 그 가족 이름을 넣어 검색해봤더니 주로 윤 대통령 내외 등을 비난하는 게시물이 다수 검색됐다고 주장하면서 친윤계와 친한계의 충돌로 본격화되었다.
한 대표 측은 “한 대표는 당원 게시판에 글을 작성한 일이 없음을 확인했다”라고 밝혔다. 국민의힘 당원 중에 한 대표와 이름이 같은 사람이 8명이 있었는데 게시판에 글을 쓴 사람 중에 한 대표와 같은 ‘1973년생 한동훈’은 없었다는 것이다.
다만 한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으로 올라온 게시물과 관련해서는 한 대표 측에서 가타부타 대응하지 않는 상황이다. 가족이 작성했는지가 최대 쟁점이 되고 있다.
먼저 당원 게시판 논란에 대한 빅데이터 반응을 살펴보았다.
빅데이터 심층 분석 도구인 썸트렌드(SomeTrend)로 지난 11월 25~27일 기간 동안 당권 게시판에 대한 빅데이터 감성 연관어를 도출해 보았다.
당원 게시판에 대한 감성 연관어는 ‘논란’, ‘의혹’, ‘비난하다’, ‘고발하다’, ‘갈등’, ‘비판’, ‘자중지란’, ‘진상’, ‘위법’, ‘욕설’, ‘범죄’, ‘혐의’, ‘비판’, ‘비난’, ‘욕하다’, ‘신상’, ‘허위사실’, ‘오류’, ‘명예훼손’, ‘잘못되다’, ‘적절하지않다’, ‘위반’, ‘논란되다’, ‘혼란’, ‘비열하다’, ‘논란일다’, ‘의심’, ‘쉬쉬하다’, ‘해소하다’, ‘어려운일’, ‘민주적’, ‘엽기적’ 등으로 나타났다.
빅데이터 파장의 범위는 심각한 수준이다. 즉 이렇게 키우지 않아도 될 사안인데 일이 커져 버렸다. 빅데이터 감성 비율을 보더라도 긍정 10%에 부정은 무려 88%나 된다(그림).
당원 게시판 자중지란(自中之亂)으로 국민의힘 정당 지지율까지 흔들리고 있다.
한국갤럽이 자체적으로 지난 11월 19~21일 기간 동안 실시한 조사(전국 1001명 무선 가상번호전화면접 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3.1%P 응답률 11.6% 자세한 사항은 조사 기관의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어느 정당을 지지하는지’ 물어본 결과 국민의힘 28%, 더불어민주당 34%, 조국혁신당 7%, 개혁신당 2%, 진보당 1%, 이외 정당/단체 1%, 지지하는 정당 없는 무당(無黨)층 27%다.
지난 11월 15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징역형 유죄 선고가 내려졌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이 반사 이익을 가져가지 못하는 결과다.
‘중수청(중도층 수도권 청년층)’ 지지율이 중요한데 수도권(서울·인천·경기) 지역은 20%대 지지율에서 벗어나지 못했으며 20대(만 18세 이상) 국민의힘 지지율은 11%에 그쳤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악재에도 불구하고 게시판 논란으로 여당 경쟁력은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어디까지나 논란이므로 한동훈 대표가 진위를 밝히면 끝날 일이다. 그런데 한 대표는 ‘한동훈’이란 이름으로 올라온 글은 자기가 쓴 게 아니라고 밝혔지만, 가족과 같은 이름으로 올라온 글에 대해서는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것이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 논란이 확대되는 결정적인 지점이 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잠깐 가라앉았던 친윤계와 친한계 갈등이 재점화되고 있다.
친윤계로 분류되는 김은혜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내용을 구체적으로 따지면서 “밝힐 수 없는 것인지, 밝힐 자신이 없는 것인지 당원과 국민에게는 간단한 일이 왜 당 대표 앞에서는 어려운 일이 되는지 이해할 수 없다”라며 “해결은 간명하다. ‘가족이다. 아니다. 가족이 아니라면 도용을 조치하겠다.’ 당 대표로서 사과할 일이 있으면 사과하고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면 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같은 분석 기간 한동훈 대표에 대한 빅데이터 감성 연관어는 어떻게 나올까.
한 대표에 대한 빅데이터 감성 연관어는 ‘논란’, ‘의혹’, ‘범죄’, ‘비판하다’, ‘갈등’, ‘비판’, ‘혐의’, ‘국정농단’, ‘고발하다’, ‘존중하다’, ‘어렵다’, ‘우려’, ‘위반’, ‘비난하다’, ‘허위사실’, ‘최악’, ‘진상’, ‘기대’, ‘자중지란’, ‘위기’, ‘독소’, ‘피해’, ‘혼란’, ‘부담’, ‘위법’, ‘비난’, ‘욕설’, ‘바라다’ 등으로 나왔다.
빅데이터 연관어를 긍정과 부정으로 구분해 본다면 당원 게시판 논란이 길어지면서 한 대표에 대한 부정 감성도 더 늘어나는 모양새다.
한동훈 대표와 한 대표와 가까운 친한계 의원들은 당원 게시판 논란 확전 양상에 대해 ‘한 대표 흔들기’, ‘한 대표 죽이기’라며 극렬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 대표는 “가족 명의로 돼 있다는 글들도, 당 법률자문위원회 차원에서 전수 조사했지만 대부분 언론 기사와 사설이고 도를 넘지 않는 정치적 표현으로 충분히 가능한 걸로 보인다”라며 “문제없는 게시글을 누가 게시했는지 밝히라는 요구에 응해주는 것이 공당으로서 기본 원칙을 해하는 것이라 생각한다”라고 했다.
당원 게시판이 외부에 비공개 그리고 익명성으로 유지되어야 한다는 한 대표의 명분에 공감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그렇지만 ‘명태균 스캔들’로 여당이 압수 수색당하고 김건희 여사 특검법 공세에 맞서야 하는 등 비상 국면이다. 이럴 때 논란이 길어지는 건 한 대표에게도 치명타가 된다.
당의 통합, 정당 지지율, 한동훈 영향력 3가지가 무너지기 때문이다. 경찰 수사로 당원 게시판의 진실이 가려질 수도 있겠지만 정치는 정치다. 한 대표가 종지부를 찍고 결자해지(結者解之)해야 할 일이다.
글/배종찬 인사이트케이소장·정치컨설턴트(mikeba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