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가 화제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인기몰이 중이다. 총 16부작인 이 드라마는 한국을 포함한 8개국에서 1위를 기록했고 41개국에서는 상위 10위권에 올랐다. 제주도를 배경으로 1960년대부터 오늘날까지 한국의 현대사를 담았으며, 모처럼 울고 웃는 재미있는 콘텐츠로 다시 한번 K콘텐츠의 저력을 보여준다.
1951년생 소녀 감성 충만한 오애순(이지은 분)은 억척스러운 어머니 밑에서 시인을 꿈꾼다. 하지만 일찍이 부모님을 여의면서 문학 소녀의 꿈은 날아가고 순탄치 않은 유년기를 보낸다. 그런 애순을 지켜보던 양관식(박보검 분)은 조용히 사랑을 키우며 애순의 수호천사가 된다. 당차고 야무진 애순은 순애보인 관식과 결혼해 가난하지만 가정을 꾸린다. 그리고 삼남매를 낳고 살던 어느날 막내 금명이 사고로 세상을 떠나면서 애순과 관식은 마음에 큰 짐을 안고 살게 된다. 유년기부터 노년기에 이르기까지 애순의 굴곡진 인생, 문학소녀를 꿈꾸던 애순은 노년이 되어서야 그 꿈을 이루게 된다.
드라마는 우리에게 위안과 치유를 선사한다. 제주도의 아름다운 풍광을 배경으로 그 옛날 그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더욱이 70~80년대를 살았던 노년층과 90대를 지나 밀레니엄시대를 경험했던 중장년에게는 시대상을 반영한 드라마로 인해 그때를 다시 떠올리며 추억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다. 뿐만 아니라 애순의 봄을 상징하는 유채꽃과 푸른 제주도의 모습은 보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물론 거칠고 각박한 현대사회에 위안과 힐링을 선사하는 기회도 제공한다. 드라마는 1960년대 제주부터 2025년 서울까지 시대의 변화를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는데 제작진은 VFX 시각특수효과를 이용해 시대적 분위기와 장소를 생생하게 살려냈다. 인생의 희노애락을 한 편의 드라마를 통해 보여줌으로써 삶이 소중함과 행복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도록 돕는다.
한 남자의 지고지순한 사랑도 느낄 수 있다. 문학 소녀 애순은 섬 촌놈 관식을 만나 처음에는 손도 잡지 못하는 풋풋한 관계로 시작하지만 사랑을 넘어서는 깊이를 지닌 관계로 발전한다. 애순은 시를 쓰고 서울의 대학을 다니고 서울에서 남자를 만나 서울에 살고 싶어 했다. 하지만 여자애가 공부를 잘하면 장손의 길을 막는다는 사회적 편견과 가부장적 환경이 그녀를 비상하게 만들지 못했다. 그럼에도 관식은 애순을 친구 이상으로 지지하며 버팀목이 되어준다. 지고지순 일편단심으로 애순을 바라보는 무쇠처럼 우직한 관식, 세월의 풍랑을 함께 이겨내는 애틋한 사랑이다. 단순한 러브스토리가 아닌, 인생의 여정을 담은 감동적인 드라마로 긴 여운을 남긴다.
부모 세대에 대한 고마움을 전한다. 드라마의 제목인 ‘폭삭 속았수다’는 제주도 방언으로 ‘매우 수고하셨습니다’라는 뜻이다. 1960년대부터 2025년 현재까지 아우르며 드라마는 애순의 어머니와 애순의 딸 금영이까지 3대에 걸쳐 한국 사회를 비추며 역동적인 삶을 살았던 그 시대를 조명한다. 현재 우리가 이 자리에 설 수 있는 이유는 우리의 윗세대인 부모님, 부모님의 부모님의 희생과 열정 덕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목에서도 유추할 수 있듯이 파란만장했던 어머니 세대, 어머니의 어머니 세대에 대한 고마움과 감사함을 담은 작품이라 할 수 있다.
한국은 50년 전에 비해 전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비약적인 성장을 이루었다. 역동적인 경제성장, 뛰어난 교육수준, 강한 사회적 유대감 등 한국은 매력을 가진 국가로 발전했다. 그러나 급속한 성장으로 인한 성장통 또한 컸다.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되고 최근에는 저성장의 함정에 빠지면서 일자리와 노후소득 부족으로 고통을 겪는 사람들이 늘어 가고 있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는 아름다운 제주를 배경으로 한국의 현대사를 조명하며 치열하게 살아온 세대들의 과거를 통해 현재를 사는 우리들에게 힐링과 용기를 선사한다는 점에서 의미와 역할이 있다.
양경미 / 전) 연세대 겸임교수, 영화평론가film102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