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8월‧11월 두차례 가격 인상
저가 커피업체, 마케팅 비용 급상승
저가 포지션 유지…가격 인상 고려
원두가격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는 가운데, 커피 프랜차이즈 업계의 가격 인상 여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매출 1위 스타벅스가 지난 8월과 지난달 1일 일부 커피에 대한 가격을 상향 조정한 가운데, 후발주자들이 이렇다 할 만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어서다.
AFP·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미국 뉴욕 시장에서 아라비카 커피 선물 가격은 파운드당 3.20달러까지 올랐다. 이는 3.38달러였던 1977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아라비카 원두 가격은 올해 들어서만 약 70% 올랐다.
세계 최대 커피 생산국인 브라질의 가뭄과 ‘트럼프 2기’의 통상 정책 우려 등으로 아라비카 커피 원두 가격이 1977년 이후 최고치로 급등했다. 또 다른 주요 생산국 베트남에서도 경작기 건조한 날씨와 수확기 폭우로 공급 우려가 더해졌다.
국제 시장에서 원두 가격 상승은 아직 국내 커피 음료 가격에 다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커피 음료 가격에서 원두의 원가 비중은 10% 정도다. 한국은행의 수입물가지수에 따르면, 커피 수입가격지수는 원화 기준 지난해 10월 184.45에서 올 10월 344.45로 86.7%나 올랐다.
이에 견줘 커피 전문점 등에서 파는 커피 음료의 10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에 견줘 1.3% 떨어져 있다. 저가 커피 전문점의 빠른 확산 속에 치열한 가격 경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업계 1위 스타벅스가 올해 가격 인상에 나서면서 경쟁 커피전문점들도 가격을 올릴 것으로 분석된다. 과거에도 스타벅스가 커피값을 올리면 경쟁업체들이 뒤따라 가격을 인상하는 경우가 많았다. 1위 업체와 가격 인상 요인은 같지만 소비자 눈치로 부담을 감내해왔기 때문이다.
스타벅스는 올해 8월, 2년 7개월 만에 그란데(473㎖)와 벤티(591㎖) 사이즈 커피 가격을 각각 300원, 600원 올렸다. 이어 11월에는 아이스 음료 블렌디드, 프라푸치노, 피지오, 리프레셔 등 일부 가격을 200원씩 인상한 바 있다.
이에 경쟁사 커피 전문점 업체들도 인상 요인이 계속 누적될 경우 더 이상 감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가격 인상 요인을 수년간 내부적으로 흡수해왔지만 인건비, 물류비, 원·부자재 등 제반 비용의 가파른 상승으로 가맹점과 본사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어서다.
일례로 이디야 커피는 저가커피 공세로 인해 국내 커피 프랜차이즈 업계 점포 수 1위 자리를 뺏긴 이후, 영업이익도 역성장하고 있으나 가격 조정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2022년 12월 아메리카노를 제외한 나머지 음료에 대한 가격 상향 조정을 끝으로 부담을 감내하고 있다.
원인은 이디야의 포지션이 애매해졌다는 지적에 있다. 프리미엄도, 가성비도 아닌 어중간한 위치가 됐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이디야가 처음 가성비 커피 프랜차이즈로 인기를 끌었지만 이디야 커피 가격이 잇따라 오르면서 현재 아메리카노 한 잔 가격은 3200원이 됐다.
저가 커피들도 고민이 많다. 최근 저가커피 프랜차이즈들은 메가커피(손흥민), 컴포즈커피(뷔), 더벤티(덱스) 등 수십억원대 ‘스타 마케팅’부터 각종 콜라보와 이색메뉴 출시까지 마케팅과 제품 연구개발(R&D)에 막대한 비용을 투입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가격 조정이 쉽지 않아서다.
대표적으로 점유율 1위 ‘메가커피’의 경우 출점 이후 저가 커피 포지션을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2022년 일부 음료에 대한 가격 조정을 진행했지만, 아메리카노는 인상 대상에서 제외하는 한편, 다른 음료 가격 조정을 통해 부담을 해소하고 있다.
저가커피 관계자는 “그간 부자재 협력업체의 인건비 상승분은 본사에서 떠안고 있었는데, 최저임금이 계속 오르는데다 가맹점주들의 인건비 부담이 커진 부분도 고려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며 “향후 판매가 인상 책정 시 원자재 인상률 범위 내에서 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