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희진이 어도어에서 먼저 발은 뺀 가운데, 사실상 민희진의 노선을 타고 있는 그룹 뉴진스의 거취를 둔 줄다리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모양새다. 한쪽은 책임 없는 자유를, 또 다른 한쪽은 최선의 동행을 주장하고 있다.
먼저 뉴진스는 ‘무조건’ 떠나겠다는 기조를 한결 같이 유지 중이다. 이들이 민희진 전 대표와 하이브의 갈등 속에서 전면에 나선 건 지난 9월 라이브 방송에서다. 이전에 시상식 등에서 민 전 대표와의 유대감을 표현하는 등의 액션을 취한 적은 있지만, 직접 입장을 드러낸 건 이 때가 처음이었다.
이들은 당시 하이브의 부당한 조치에 대해 토로했고, 민 전 대표의 복귀를 요구하면서 특정 날짜를 언급하는 등 ‘최후통첩’에 가까운 발언을 하면서 하이브와 법정 공방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불러일으키기까지 했다. 현재까지 논란이 되고 있는 하니가 ‘무시해’라는 발언을 들었다는 이야기로 시작된 ‘직장 내 괴롬힘’ 논란도 이날 방송을 통해 불거졌다.
이를 시작으로 민 전 대표와 하이브의 갈등은 민 전 대표와 뉴진스 그리고 하이브의 갈등으로 재규정됐다. 이후 뉴진스는 자신들의 목소리를 더 키워나갔다. 하니는 국감에서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해 참고인으로 출석했고, 같은 날 증인으로 출석한 김주영 어도어 대표에게 날을 세우기도 했다. 얼마 전 진행된 케이팝 시상식에서도 “뉴진스가 아니더라도 뉴진스는 네버다이”라고 외치는 등 의미심장한 행보는 보이면서 이미 하이브와 어도어를 떠나는 것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잇따랐다.
이런 가운데 지난 28일에는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전속계약해지를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뉴진스의 주장은 간단하다. 어도어에 의무위반 사항을 시정해달라는 마지막 요구를 했고, 시정요구 기간 내에 어떤 사항도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계약을 해지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들은 직접 서명한 전속계약해지 통지 문서를 29일 자정 어도어에 전달했다.
뉴진스는 “전속계약해지통지가 어도어에 도달하면 그 즉시 효력이 발생한다. 즉 그 시점부터 전속계약은 효력이 없다. 따라서 전속계약을 해지하기 위해 가처분 신청을 할 이유는 없으며, 저희는 2024년 11월 29일부터 자유롭게 활동을 할 수 있다”며 “전속계약 해지는 오로지 어도어의 의무 위반으로 인한 것으로 저희 5명은 위약금을 배상할 의무가 없다”고 밝혔다.
물론 뉴진스의 주장처럼 어도어가 의무를 위반했다면, 전속계약 해지 가능성이 아주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는 일방적인 주장에 불과하다. 어도어는 어도어는 “전속계약 당사자인 어도어는 계약을 위반하지 않았고, 일방적으로 신뢰가 깨졌다고 주장한다고해서 해지 사유가 될 수 없다”며 “전속계약은 여전히 유효하다. 따라서 향후 일정도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어도어와 함께 해주시기 바란다”는 입장이다.
때문에 뉴진스가 전속계약을 해지하기 위해선 당사자인 하이브나 어도어와의 합의 혹은 조정이 필요하다. 결국 뉴진스의 임의 탈퇴 형태의 방식은 성립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어도어는 뉴진스의 내용증명에 대한 회신을 통해 사안 별 입장과 추가 조치 등에 대한 설명 그리고 소통을 요청한 상태다.
뉴진스의 기자회견 시점도 의아하다. 어도어 역시 “내용증명에 대한 회신을 받기도 전에 충분한 검토 없이 전속계약해지 기자회견을 계획하고 진행한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추후 법적 절차를 밟게 되더라도, 이번 기자회견은 뉴진스에게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하이브는 답변 기한 내에 내용증명에 대한 회신을 발송했고, 뉴진스는 이날 오전부터 기자회견을 계획한 것으로 보아 답변의 내용과 무관하게 이미 어도어를 떠날 결심을 굳혔다고 밖에 볼 수 없는 대목이다. 사실상 뉴진스가 어도어와 대화를 단절한 만큼, 이들의 줄다리기는 장기전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