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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에 베팅" 4대 은행 외화예금에 120조 '뭉칫돈'


입력 2024.12.02 10:20 수정 2024.12.02 10:20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한 해 동안만 3조 넘게 불어

환차익 기대 자금 수요 확대

이제 이익 실현 조짐 일지만

트럼프 변수로 복잡한 '셈법'

원·달러 환율 이미지. ⓒ연합뉴스


국내 4대 은행의 외화예금에 한 해 동안에만 3조원이 넘는 돈이 몰리면서 120조원을 훌쩍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들어 환율이 줄곧 상승 곡선을 그리자 환차익을 기대하고 외화예금에 자금을 맡기는 이들이 많아진 모습이다.


이런 와중 원·달러 환율이 1400원에 육박하자 이제는 이익을 손에 쥐기 위해 돈을 빼는 움직임이 포착되지만,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선 확정으로 달러 가치가 더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엇갈리며 환테크족의 셈법은 더욱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개 은행이 확보한 외화예수금 평균 잔액은 122조377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3조2018억원) 늘었다.


은행별로 보면 우리은행의 외화예수금이 31조9397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4.2% 증가했다. 국민은행 역시 25조6332억원으로, 신한은행도 24조6777억원으로 각각 2.8%와 8.0%씩 해당 금액이 늘었다. 조사 대상 은행들 중에서는 하나은행의 외화예수금만 40조1271억원으로 1.5% 줄었지만, 여전히 규모 자체는 제일 컸다.


외화예금에 이처럼 자금이 몰린 배경에는 환율이 오를 것이란 전망이 깔려 있었다. 예치 기간 동안 환율이 상승하면 기본 이자에 더해 환차익까지 거둘 수 있는 외화예금의 특성 때문이다.


외화예금은 그 이름처럼 예금통장에 달러를 예치하는 식의 상품이다. 가입일 기준 이율로 금리가 정해지고, 해지할 때는 가입 당시 적용한 금리를 돌려받는다. 여기에 더해 원화로 환산하는 과정에서 가입 때보다 환율이 높으면 환차익도 얻을 수 있다.


실제로 올해 들어 환율은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 왔다. 종가 기준 지난해 말 1289.4원을 기록했던 원·달러 환율은 올해 4월 1395.3원까지 치솟았다. 다만 3분기 말로 접어들며 1300원대 초반까지 낮아지며 다소 안정세를 보였다.


그러다 미국 대선를 기점으로 환율은 다시 폭등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미 대선 직전인 지난달 5일 1370원대였으나,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직후 달러가 초강세를 나타내면서 같은달 13일 장중 1410원을 넘어 2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렇게 환율이 급등하자 외화예금에 몰리던 자금 흐름은 비로소 주춤하는 모양새다. 이제 환율이 오를 대로 올랐다는 판단에 외화예금에서 돈을 빼 이익 실현에 나서고 있다는 애기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달 말 기준 외국환은행의 거주자 외화예금은 989억7000만 달러로 전월 말 대비 51억 달러 줄었다. 이로써 지난 6월 이후 4개월 연속 증가하던 외화예금은 다섯 달 만에 감소로 돌아섰다.


다만 원·달러 환율의 상승 곡선이 앞으로 더 이어질 수 있다는 예측은 고민거리다. 달러 가치가 아직도 고점이 아닐 수 있다는 뜻이다.


시장에서는 내년 1분기까지 1400원대의 원·달러 환율이 이어지면서 1430원까지 상한선을 열어놔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내년 1월 공식 취임 전까지는 트럼프의 공약이 구체화하기 어려운 데다, 취임 후 한동안은 경제 정책들이 미완성 상태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트럼프 정권의 불확실성이 워낙 큰 만큼, 환율에 베팅하는 투자의 리스크도 클 수밖에 없다"며 "다만 당분간은 달러 가치가 높게 유지되는 장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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