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정영학 재판 질문 베꼈다" vs 이재명 측 "무례하다"…대장동 재판

법원, 이재명 대장동 특혜 의혹 재판 진행…유동규 증인 불출석하면서 15분만에 종료

검찰 "이재명 변호인, 다른 재판서 이뤄진 증인신문 사항 베껴서 물어본 것 확인돼"

"연락 있었다면 대장동 공범 연락한 것으로 볼 수 있고 그 과정서 증거인멸 우려 있어"

이재명 측 "다른 사건도 공개 법정서 재판 진행돼…공범과 연락은 모욕적, 사과 요청"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백현동·위례신도시 개발비리 및 성남FC불법 후원금 의혹 사건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대장동 등 특혜 의혹 재판이 3주 만에 재개된 가운데,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증인으로 불출석하면서 공전했다. 이날 재판에서 검찰은 "이 대표 측이 증인 신문 사항을 다른 재판에서 그대로 베꼈다"고 지적했고, 이 대표 측은 "검찰이 모욕적인 발언을 했다"며 사과를 요청했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김동현)는 이날 이 대표의 배임·뇌물 혐의 속행 공판을 진행했다.

이 대표는 이날 법원에 출석하며 '위증교사 무죄에 검찰이 항소했는데 어떻게 보는지', '위증교사 판결처럼 공직선거법 유죄 판결도 존중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고 법정으로 향했다.

이날 재판은 3주 만에 재개됐으나 증인 신문이 예정됐던 유씨가 아프다는 이유로 불출석하면서 15분 만에 종료됐다.

검찰은 이 대표 측이 유씨를 상대로 질문하는 반대신문 사항이 대장동 민간업자인 정영학 회계사 변호인의 반대신문 사항과 동일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대장동 재판은 이 대표와 정진상 전 민주당 정무조정실장이 피고인으로 있는 사건(형사합의33부)과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와 정영학 회계사, 유씨 등 민간업자 5명이 피고인으로 있는 본류 사건(형사합의22부)이 별도로 진행되고 있다.

검찰은 "(이 대표의 변호인이) 다른 재판에서 이뤄진 증인신문 사항을 베껴서 물어본 게 확인된다"며 "신문 사항을 어떻게 구한 건지, 연락이 있었다면 대장동 공범이 연락한 것으로 볼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증인신문 사항을 베끼는 게 문제가 되느냐는 재판부 질문에는 "그렇다면 내용이 정확해야 하는데 틀린 내용들이 제시된다"며 "이걸 가지고 유동규의 증언이 신빙성이 없다고 탄핵할 것이고 그런 게 쌓이면 실체적 진실이 사라진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 대표 측 변호인은 "사실관계가 틀렸다는 이야기는 쌍방 다툼을 해서 재판부로부터 판단을 받아야 할 이야기"라며 "'어디서 베꼈냐', '제대로 베껴라'하는 것은 상대방을 존중하지 않는 무례한 발언"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다른 사건도 공개 법정에서 재판이 진행되고 증인신문이 진행되고 있다"며 "공범들과 연락(을 언급한 것)은 모욕적이다. 사과를 요청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성남시장 재직 시절 민간업자들에게 유리한 대장동 개발 사업 구조를 승인해 공사에 4895억원의 손해를 끼치고 측근을 통해 직무상 비밀을 흘려 민간업자들이 7886억원을 챙기게 했다는 혐의 등으로 지난해 3월 기소됐다.

위례신도시 개발 사업에서 민간업자들에게 내부 정보를 알려줘 부당이득 211억원을 얻게 한 혐의, 성남FC 구단주로서 4개 기업으로부터 후원금 133억5000만원을 받는 대가로 토지 용도 변경 등 편의를 제공한 혐의도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백현동 개발 비리 의혹으로도 추가 기소돼 병합된 4개 사건이 함께 재판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