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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비리·입찰비리 의혹에도 3선 도전?…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 [뉴스속인물]


입력 2024.12.04 05:02 수정 2024.12.04 05:02        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이기흥, 2000년 근대5종연맹 부회장 맡으며 체육계와 인연…2016년 체육회장 당선 후 연임

검찰, 이기흥 최측근 '입찰 비리' 피의자 특정해 수사대상 올려…특정 업체 밀어주기 의혹 제기

자녀 친구 진천 국가대표선수촌 채용 비리 의혹도…채용담당자에 자격요건 완화 여러 차례 지시

직무 정지 기간 업무보고 받아 '규정 위반' 논란도…집무실 출근해 직원들과 업무 관련 협의 진행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22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연합뉴스

이기흥(69) 대한체육회 회장이 직원 채용 비리에 이어 입찰 비리 의혹에 휩싸였다. 체육회장 3선 도전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지난달 28일 진천선수촌을 전격 압수수색한 가운데 이 회장의 핵심 측근 2명을 '입찰 비리' 의혹의 피의자로 특정해 수사 대상에 올렸다. 이들이 입찰 비리에 가담한 것으로 밝혀진다면 내년 1월 14일 체육회장 선거에 나서는 이 회장에게 적지 않은 타격이 예상된다. 무엇보다 이 회장 본인이 수사 범위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된다.


검찰 수사는 진천선수촌이 2021년과 2023년 시설관리 용역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특정 업체(A업체)를 밀어주려고 체육회 임직원들이 공모했는지 여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A업체 대표는 이 회장의 고등학교 후배로 알려져 있으며, 과거 동계 종목 경기단체장을 맡은 B회장의 회사에서 상근감사로 일한 경력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B회장도 고교 동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이 회장은 "A업체가 선정되기 전에는 해당 업체 대표를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 회장과 A업체 대표, B회장이 고교 동문이라는 학연으로 얽혀 있는 데다, A업체 대표가 정권의 요직과 공기업 사장을 지냈기 때문에 '마당발'인 이 회장이 몰랐다는 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게 체육계 안팎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검찰은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휴대전화를 통해 용역 심사 당일 피의자들의 대화 내용을 확인하는 한편, 특정 업체 밀어주기에 윗선 지시가 있었는지 여부를 집중 캐고 있다.


앞서 이 회장은 지난 2022년 자녀의 친구가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 채용되는 과정에서 부당한 압력을 행사해 채용을 강행한 '채용 비리' 혐의도 받고 있다.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공직복무점검단'에 따르면 이 회장은 선수촌 고위간부에게 자녀 친구 C씨의 이력서를 전달하고 채용 담당자 3명에게도 자격요건 완화를 여러 차례 지시했다. 이 회장은 특히, 자격 요건을 완화할 경우 연봉을 하향 조정해야 한다는 내부 보고를 묵살하고 요건 완화에 반대하는 채용부서장을 교체한 것으로 파악됐다.


결국 국가대표 경력과 지도자 자격이 모두 삭제된 채로 2022년 8월 9일 채용공고가 났고 C씨가 최종 채용 됐다. 이 회장에게 이력서를 전달받았던 고위간부는 면접위원으로 참여해 C씨에게 응시자 중 최고 점수를 줬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뉴시스

이와 관련해 문화체육관광부는 국조실 점검단의 발표를 근거로 관련 법에 따라 지난달 중순 이 회장 직무를 정지했다. 이 회장은 곧바로 법원에 직무 정지 통보에 대한 취소 소송과 집행 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로부터 3선 도전을 승인받았다.


이 회장은 직무 정지 기간 중 사무실에 출근하고 업무보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규정 위반' 논란도 일었다. 이 회장은 지난달 21일 국가올림픽위원회(IOC) 관련 업무를 처리한다는 이유로 사무 공간인 회장 집무실로 출근했다. 직무 정지 중인 회장이 체육회 현안 보고를 받는 건 명백한 '규정 위반'이지만 이 회장은 직원들을 불러 업무 관련 협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체육회 노조는 성명을 내고 "이기흥 회장이 직무 정지 상태임에도 출근을 강행한 처사를 지켜보며 다시금 참담함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면서 "국회 출석 의무 회피 등을 위해 국내외로 도피성 출장을 다니며 오랜만에 마주친 직원들을 향해 일언반구의 변명이나 사과의 뜻도 비치지 않았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렇게 이 회장에 대한 각종 논란이 끊이지 않지만 그는 3선 연임 도전을 기정사실화했다. 이 회장은 지난달 26일 대한체육회 회장선거준비TF 팀에 '후보자 등록 의사 표명서'를 냈다. 2016년 통합 체육회 선거를 통해 처음 회장에 당선된 이 회장은 올해 말로 두 번째 임기가 만료된다. 제42대 대한체육회장 선거는 2025년 1월 14일 개최되고 선거인단 약 2300명 투표로 진행된다. 유승민 전 대한탁구협회장과 강신욱 단국대 명예교수, 강태선 서울시체육회장 등이 출마 선언을 한 상태이다.


1955년생인 이 회장은 충남 논산 출신으로 충남대를 졸업하고 고려대 행정대학원을 수료했다. 이 회장은 지난 2000년 근대5종경기연맹 부회장을 맡으며 체육계와 인연을 맺었다. 이후 지난 2004년부터 2009년까지 대한카누연맹 회장, 2010년부터 2016년 초까지 대한수영연맹 회장 등을 지냈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 게임과 2012년 런던올릭픽 때 한국선수단 단장을 맡았고, 2013년 대한체육획 부회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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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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