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반국가 세력 척결" 외치며 비상계엄 선언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가결로 6시간 만에 해제
대통령실 입장 無·수석급 이상 참모진 일괄 사의 표명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를 6시간 만에 해제했지만, 거센 후폭풍이 휘몰아 치고 있다. 비상계엄 해제 뒤 대통령실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고, 수석비서관급 이상 고위 참모진은 일괄 사의를 표명했다.
윤 대통령은 3일 오후 10시 23분께 용산 대통령실에서 긴급 담화를 통해 야당의 잇따른 국무위원·검사 탄핵과 내년도 예산안 강행 처리 등을 지적하며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에서 비상계엄이 선포된 것은 1979년 박정희 당시 대통령이 서거한 10·26 사건 이후 45년 만이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대통령실 사전 공지 없이 심야에 기습적으로 이뤄졌다.
대통령실 참모진 대부분은 발표 직전까지 몰랐던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도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기 전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소집해 계엄 선포안을 심의에 부쳤으나, 참석 국무위원 다수가 계엄 선포에 반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오후 9시 30분께 전후로 '윤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의 감사원장·검사 탄핵, 예산 감액안 단독 처리 등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힌다'는 이야기가 정치권 안팎으로 돌았고, 9시 50분께 방송사들 사이에서 '긴급 정부 발표가 있으니 중계 연결을 바란다'는 내용의 메시지가 공유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 브리핑룸을 닫아놓을 채 긴급 담화 발표를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여야는 비상계엄 선포 즉시 소속 의원들을 소집했고, 우원식 국회의장은 4일 오전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표결하기 위한 본회의를 개의했다.
우 의장은 이날 오전 0시 48분께 본회의를 열어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상정했다. 결의안은 오전 1시께 재석 190명, 찬성 190명으로 가결됐다. 국민의힘 소속 친한(친한동훈)계 의원 18명과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의원 172명이 표결에 참여했다. 우 의장은 "국회 의결에 따라 대통령은 즉시 비상계엄을 해제해야 한다. 이제 비상계엄 선포는 무효"라고 했다.
헌법 제77조에 따르면 대통령은 계엄을 선포할 수 있지만,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300명 기준 151명) 찬성으로 계엄 해제를 요구할 수 있다. 이 경우 대통령은 선포한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
국회는 오전 2시께 윤 대통령과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 계엄 해제 요구 통지서를 보냈다.
윤 대통령은 오전 4시 27분께 용산 대통령실에서 생중계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 선포를 해제했다. 계엄을 선포한 지 6시간 만이었다.
윤 대통령은 "어젯밤 (오후) 11시를 기해 국가의 본질적 기능을 마비시키고 자유민주주의 헌정 질서를 붕괴시키려는 반국가세력에 맞서 결연한 구국의 의지로 비상계엄 선포했다"며 "그러나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가 있어 계엄 사무에 투입된 군을 철수시켰다"고 했다.
윤 대통령의 발표 이후 정부는 오전 4시 30분께 국무회의를 열어 '계엄 해제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후 대통령실은 이날 오전 9시 36분께 "실장, 수석 일괄 사의 표명"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및 해제에 대한 책임을 지는 의미인 것으로 풀이된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성태윤 정책실장,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을 비롯해 수석비서관급 이상 고위 참모진이 일괄 사의를 표명했다. 정 실장은 이날 오전 8시께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고 거취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는데, 이 자리에서 일괄 사의를 표명하기로 뜻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의는 침통한 분위기 속에 짧게 진행됐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당초 이날 예정됐던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
정치권에선 윤 대통령의 이 같은 '정치적 자해 행위'를 이해할 수 없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내각 총사퇴와 김용현 국방부 장관 해임에 뜻을 모았다. 윤 대통령 탈당 문제와 관련해선 당내 이견이 존재하는 상황이다. 야당인 민주당은 "윤 대통령과 김용현 국방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내란죄로 고발하고 탄핵을 추진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