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지기의 이야기⑯] 경북 구미 삼일문고
문화의 축이 온라인으로 이동하면서 OTT로 영화와 드라마·공연까지 쉽게 접할 수 있고, 전자책 역시 이미 생활의 한 부분이 됐습니다. 디지털화의 편리함에 익숙해지는 사이 자연스럽게 오프라인 공간은 외면을 받습니다. 그럼에도 공간이 갖는 고유한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면서 다시 주목을 받기도 합니다. 올해 문화팀은 ‘작은’ 공연장과 영화관·서점을 중심으로 ‘공간의 기억’을 되새기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 지역서점 점점 사라지지만…500평 규모, 흑자 성공한 삼일문고
경북 구미시 금오시장로에 위치한 삼일문고는 구미 유일의 대형서점이다. 지난 2013년까지만 해도 60년 이상 명맥을 이어왔던 춘양당서점이 있었지만, 결국 문을 닫으면서 한동안 구미에서는 큰 규모의 서점을 만날 수 없었다.
김기중 대표가 삼일문고를 연 이유도 춘양당서점의 폐업과 무관하지 않았다. 춘양당서점이 사라진 뒤 책을 좋아하던 김 대표는 구미 근처 대도시인 대구로 가 서점을 찾곤 했지만, ‘아이들은 어디서 책을 읽어야 할까’라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은 것이다. 그러던 중 세월호 참사까지 겹치게 됐고, 쌓이던 ‘죄책감’과 ‘책임감’을 풀기 위해 서점 개업을 결심했다.
2017년 처음 문을 연 당시에만 해도 ‘적자’를 면하지 못했었다. 당초 계획했던 것을 훨씬 웃도는 금액을 투자했지만, 5년 동안 적자에 시달렸다. 휴대폰 대리점을 운영하던 김 대표는 기존 사업을 통해 손해를 메꾸며 말 그대로 ‘버텼고’, 결국 꿈 같았던 ‘흑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수익’이 목표가 아니었던 김 대표는 흑자와 동시에 서점 규모를 넓혀 독자들과 이익을 나누고 있다. 지금은 500평 규모에, 평일에도 손님이 끊이지 않는 구미의 대표 서점이 됐다. 김 대표는 “제가 지역의 큰 서점들 중에서는 ‘막내’다. 그런데 최근 10년~15년 동안 서점이 안 생겼다. 제 뒤로도 안 생기고 있다. 꽤 오래 막내이지 않을까. 서점이 사실 크게 열어 돈을 벌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면서도 “서점이 없는 구미는 생각하기 힘들다”라며 ‘누군가는’ 이어나가야 하는 일임을 강조했다.
◆ 책 사지 않아도…삼일문고가 낮추는 진입장벽
김 대표는 어려운 서점 흑자를 이뤄낸 이유에 대해 “비교적 싼 가격”을 꼽았다. 더 많은 독자들이, 좀 더 쉽게 책을 만날 수 있도록 온라인 서점의 할인율에 맞춰 책을 판매하고 있는데, 이것이 곧 삼일문고의 장점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하 1층은 어린이를 위한 책과 공간으로 채우고, “와서 책을 사지 않아도 괜찮다”는 김 대표의 ‘넉넉한’ 마음이 곧 삼일문고의 원동력이기도 했다. 김 대표는 “대리점을 할 때와 가장 다른 점이 손님들의 따뜻함이다. 휴대폰 대리점에는 손님들이 경계하는 마음으로 찾아온다면, 서점은 그렇지 않다”고 설명하면서 “서점 내 작은 정원을 조성할 수 있게 도와준 분도 있다. 가꾸는 것에 자신이 없어 조화로 마련해둔 공간을 보고선 조경을 갖춰주기만 하면 키우는 걸 도와주겠다고 하신 분이 계셨다. 그분 덕분에 좀 트인 공간이 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시는 분들 중에 처음엔 ‘사람이 이렇게 없어도 되겠나’라며 걱정을 해주는 분도 계셨다. 그리고 이 공간이 오래 갔으면 좋겠다, 열어줘서 고맙다는 이야기도 해주신다. 한, 두 번의 이벤트가 아니라 많은 분들이 그렇게 생각을 해주신다. 그 힘으로 버텨나간 것 같다”고 감사를 표했다.
더 많은 독자를 아우르기 위한 김 대표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휠체어 이용 고객을 위한 경사로부터 서점 내에서도 이동 가능한 공간 확보까지. 김 대표는 “아직 부족한 점이 있겠지만, 처음 서점을 만들 땐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라며 “서점을 확장하며 이 부분까지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 이에 최근 장애인 전용 화장실이 없어 초대하지 못했던, 장애인 무용수 겸 변호사 김원영 작가를 초대해 행사를 진행하는 등 다양한 독자들이 함께하는 삼일문고다.
최대한 많은 독자들과 함께, ‘오래’ 가고 싶은 것이 김 대표의 유일한 목표였다. 그는 “사실 청소년, 청년들이 갈 곳이 많지 않다. 제가 볼 때 그건 좀 잘못된 것 같다. 청년들이 역동적으로 미래를 설계하려면 뭔가가 있어야 한다. 적어도 서점을 오려는 사람이라면, 책을 사지는 않더라도 뭔가를 알아보려는 사람이지 않나. 우리 서점이 그런 친구들에게 무언가를 제공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서점이, 특히 지역 곳곳에 서점이 필요한 이유를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