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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마주한 외교 공백…'트럼프 2기' 출범 앞두고 가시밭길


입력 2024.12.29 06:00 수정 2024.12.29 06:00        오수진 기자 (ohs2in@dailian.co.kr)

美 지지한 한덕수 직무정지로 리더십 공백

'대행의 대행' 체제…한미 정상급 대화 불가

"트럼프, 非오너와는 대화할 생각 없을 것

오너가 흔들리고 누군지도 모르는 상황"

우원식 국회의장이 27일 오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소추안 가결 정족수를 151석 이상으로 밝히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항의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윤석열 대통령에 이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마저 직무가 정지되는 헌정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면서 정상외교에 다시 큰 공백이 발생했다. 국정 정상화 이전까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 성사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울 것으로 전망되면서, 불확실성이 큰 트럼프 2기 행정부를 향한 우리의 선제적 대응은 더욱 요원해지고 있다.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탄핵소추안이 전날 국회를 통과하고, 의결정족수 논란에도 불구하고 한 대행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직무가 정지됐다. 헌법에 따라 대통령 권한대행직은 최상목 경제부총리가 이어받았다.


탄핵소추 가결 직후 외교부는 미국·일본·중국의 주한공관 인사들과 즉각 전화 통화를 갖고 국내 상황을 설명했다. 조태열 장관은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와 통화를 갖고 최상목 권한대행 체제 출범에 즈음한 양국 간 협력 사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골드버그 대사는 굳건한 한미동맹에 대한 미국의 확고한 지지에 변함이 없음을 강조하고, 앞으로도 긴밀한 소통을 유지해 나가자고 했다.


김홍균 1차관은 미즈시마 고이치 주한 일본대사, 정병원 차관보는 팡쿤 주한 중국대사대리와 각각 소통했다.


리더십 공백이 잇따르면서 우리 외교는 또다시 난관에 직면했다. 특히 내달 20일 '트럼프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한미 관계의 향방이 불투명해지면서 우려가 한층 커지고 있다.


민주당에 의해 탄핵당한 한덕수 대행은 그나마 맹방 미국의 지지를 확보하고 안보 공약을 충실히 이끌어내기에 적절한 인물이었다는 평이다. 한 대행은 하버드대에서 석사·박사학위를 취득한 '미국통'으로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전직 국무총리(2007~2008년)'라는 중량감 있는 명함을 가지고 장기간 주미대사를 역임하며 미국 조야의 여러 인물을 두루 접촉해 교분을 쌓았다.


관료 경력 자체가 상공부 미주통상과장, 청와대 통상산업비서관, 초대 통상교섭본부장, 무역협회장 등 통상 분야에 특화돼 있던 것도 눈여겨볼 만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강화될 통상 압박에 대응하기에도 최적임자였다는 의미다.


이러한 한 대행이 탄핵당해버림에 따라, 주미대사를 지냈던 한 대행 체제에서도 성사되기 어려웠던 정상급 대화가 '대행의 대행' 체제에서는 더욱더 불가능할 것이란 비관적 전망이 팽배해지고 있다.


지난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취임을 맞이한 트럼프 당선인은 당시에도 한국과의 소통을 잠시 미뤄둔 바 있다. 2017년 상반기 황교안 권한대행이 트럼프 당선인 측과 두 차례 전화 통화를 갖기는 했지만, 만남까지는 이뤄지지 못했다.


이처럼 내달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더라도 이를 효과적으로 대응할 환경과 여건이 미비해 우리의 외교적 입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리더십 공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정상 간 '톱다운식' 직접 외교를 선호하는 트럼프가 장차관급 인사와 대면한다는 가능성도 회의적이다. 현재 트럼프 당선인은 취임 전부터 러시아·이란·일본 등과 정상회담 일정을 조율하고 나선 상태다.


박원곤 이화여자대학교 북한학과 교수는 "트럼프 측과의 새로운 시작을 하기에 상당 부분 한계가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부동산을 거래해 온 사람이다. 오너와 얘기하는 게 확실치 않으면 대화를 할 생각이 없다"며 "탄핵 국면과 마찬가지고 빈 공간과 공백을 어떻게 채우는지가 중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새 행정부가 들어서면 6개월이면 핵심 정책 리뷰가 끝나고 인사들이 포진하게 될텐데 그 시기를 (우리가) 뭔가 대응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 패싱'과 관련해서는 리더십 부재를 트럼프 당선인과의 소통을 방해하는 최대 요인으로 꼽았다. 현재 트럼프 측에서는 한국과 관련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박 교수는 "윤석열 정부가 있었더라면 트럼프 당선인과 통화는 했으니, 빠르게 접촉할 가능성이 높았다"며 "오너가 흔들리고 누군지도 모르는 상황이면 '너네가 빨리 지도자를 정하라'는 마음일 것이다. 이를 '한국 패싱'이라 할 수 있지만, 상대방이 없으니 '패싱'이라 할 수도 없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오수진 기자 (ohs2i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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