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야크아이앤씨 등 상장 직후 급락 중
피아이이 등 공모가 낮추고 일반 상장 나서
“금융당국 현미경 심사에 매력 감소”
최근 기업공개(IPO) 시장의 열기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의 성과가 상대적으로 부진하면서 이를 통한 우회 합병 상장 대신 직상장에 도전하는 기업들이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이 IPO 심사를 꼼꼼하게 보면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시장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으려는 흐름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작년에 이어 올해도 스팩 존속·소멸 합병을 통해 상장한 새내기주들이 증시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기존 스팩 상장을 준비하던 기업들이 재도전할 때는 직상장으로 진로를 바꾸는 경우가 생겨나고 있다.
스팩 상장은 증권사에서 미리 상장시킨 페이퍼컴퍼니인 스팩을 비상장기업과 합병해 증시에 우회상장하는 방식이다. 직상장과 달리 수요예측을 포함한 공모 절차를 밟지 않아 흥행 실패에 대한 부담이 적고 빠른 상장이 가능하다.
다만 최근 일각에서는 스팩의 경우 따로 비교군(피어그룹)도 없고 기관투자자들의 분석과 평가 없이 기업가치가 결정돼 우량하지 않은 기업들의 몸값이 부풀려지면서 투자자의 손실만 커지는 부작용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 지난 21일 미래에셋비전기업인수목적1호와의 합병을 통해 코스닥시장에 입성해 올해 첫 스팩 상장인 블랙야크아이앤씨는 연일 큰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블랙야크아이앤씨 지난 24일 기준 전 거래일 대비 260원(5.42%) 하락한 506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상장 첫날 종가(5520원) 대비 8.4% 하락한 수준이다.
이 외에 엠에프씨(-38.7%), 에스지헬스케어(-30.5%), 셀로맥스사이언스(-35.4%) 등 지난달에 상장한 스팩 합병 종목들도 일제히 약세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 작년 스팩을 통한 상장에 실패했다가 올해 재도전에 나서는 기업들 가운데 직상장에 나서는 기업들이 등장하고 있다.
내달 4일 상장을 앞둔 2차전지 검사장비 기업 피아이이(PIE)은 지난해 4월 하나증권 ‘하나금융25호스팩’ 합병을 통한 상장을 추진하다가 실패한 이후 올해 삼성증권으로 상장 주관사를 변경하고 직상장을 선택했다.
피아이이는 스팩 합병 당시보다 공모금액과 시가총액은 다소 줄었지만 시장친화적 공모가에 수요예측 및 일반청약 흥행에 성공했다. 피아이이는 기관 대상 수요예측에서 경쟁률 1117.74대 1을 기록했으며 공모가는 희망공모가범위(4000~5000원) 상단인 5000원으로 결정됐다. 일반청약 또한 경쟁률 83 대 1, 증거금은 1865억 원을 기록했다.
아울러 액셀러레이터(AC·초기 기업 투자 기관) 업계 최초 상장을 노리는 씨엔티테크 또한 스팩 합병 상장 계획을 한차례 철회하며 고배를 마셨으나 올해 2분기 직상장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한국거래소가 스팩 합병 상장 청구 기업들을 꼼꼼하게 들여다보면서 특유의 빠른 상장이라는 매력이 감소한 상황”이라며 “스팩 시장이 주춤하면서 우량기업의 경우 직상장으로 눈을 돌리는 경우가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