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적·상식적 루비오 청문회에 찬사 쏟아져
중남미 장악하려는 中, 막아야하는 美
민심 잃고 있는 트럼프의 '고립주의' 외교
인준 가장 먼저 통과…사퇴도 가장 먼저하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기 행정부 인선은 유독 비판을 많이 받았다. 억만장자 출신의 충성파를 장관에 지명하고 직무 관련 경력이 없는 가족들을 요직에 발탁한 탓이다. 이를 두고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 내부에서도 인준안에 반대하겠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러나 그중에는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같이 비교적 합리적인 인사라고 평가받는 이도 있다. 하원과 상원(각각 5선·3선)의 외교위원회에서 약 20년간 활약한 루비오 장관은 동료의원들의 두터운 신임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의원은 "루비오 청문회는 시간 낭비"라며 그에 대한 믿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인사청문회가 시작하자 언론과 대중은 의원들이 왜 그를 신임 하는지 금세 깨달았다.
비난과 인신공격으로 얼룩진 다른 청문회와는 달리 루비오 장관의 청문회는 건설적인 질문과 상식적인 답변으로 채워졌다. 그는 미 외교의 총 책임자답게 절제된 언어를 사용하면서도 자신의 외교 철학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중국을 묘사할 때 다소 발언 수위가 높아졌으나 오히려 공화당 상원의원들의 환호를 이끌었다. 그는 “중국은 거짓말·속임수로 초강대국 지위로 가는 방법을 훔쳤다. 현재의 미국의 대중국 외교 노선을 바꿔야 한다. 중국은 우리와 대등한 적국이며 양국 사이 관계가 남은 21세기를 결정할 것이다”고 말했다. 루비오 장관의 이날 답변은 공화당과 강성 민주당 의원들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이었다.
그러나 그런 루비오 장관이 임기 시작부터 ‘중남미 딜레마’라는 어려운 난관에 봉착했다. 그는 지금 당장 트럼프의 고립주의 외교 노선을 유지한 채 중국을 중남미 국가들로부터 멀어지게 해야 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대부분의 중남미 국가들은 미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왔다. 중남미는 미국에 석유를 가장 많이 공급하는 국가들이며 빠르게 성장하는 무역 상대국으로 인식됐다. 중국이 이곳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전까지 말이다.
루비오 장관은 인사청문회를 통해 중국이 중남미 국가들에게 돈을 빌려주거나 대규모 인프라를 건설해주고 국제 사회에서 중국 편에 설 것을 강요한다고 설명했다. 중국이 애초에 갚지 못할 액수를 빌려주고 이를 빌미로 이들을 협박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최근 많이 언급되는 파나마를 예로 설명했다.
미국이 파나마에 운하를 반환한 후 중국은 약 10년 동안 자국 기업을 이곳에 진출시키고 항만을 사들이는 등 영향력을 빠르게 키웠다. 특히 파나마와 수교하기 직전인 2017년 초 중국은 파나마에 10억 달러(1조 1000억원) 규모의 항만 건설을 약속한 데 이어 4~5억 달러를 추가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루비오 장관은 “당시 중국의 투자를 받은 파나마는 도미니카공화국 등 주변국을 설득해 대만과의 수교를 단절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미국이 한국과 일본을 통해 중국을 견제하고 있듯이, 중국이 중남미를 통해 미국을 압박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외교적 압박뿐 아니라 군사적 압박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최근 중국이 쿠바와 함께 사용할 수 있는 군사기지를 세우려 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불과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미국의 턱밑에서 말이다.
루비오의 설명대로라면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정책은 그런 중국의 계획을 도와주는 꼴이 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불법 이민자 수용을 거부하는 콜롬비아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압박해 몇 시간 만에 항복 선언을 받아냈다. 백악관은 이를 “미국을 다시 존중하기 시작한 결정”이라고 자평했지만, 주변국들의 두려움과 원성이 커진 건 틀림없는 사실이다. 또 얼마전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당국은 미국에 불법 체류한 브라질인에 수갑을 채워 본국으로 돌려보냈다. 이를 두고 브라질은 미국 대사 대리를 초치해 강하게 항의하기도 했다.
의원들의 신임을 받는 '상식적인' 루비오 장관은 그런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을 따라야하는 처지에 놓였다. 트럼프의 외교 정책이 국익에 반하는 결과를 계속해서 초래한다면 그는 어떤 결정을 내릴까. 우리는 가장 먼저 인준받은 장관이 가장 먼저 사퇴하는 장면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