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옆 우리금융 자리배치 '이례적'
'매운맛' 정기검사·보험사 인수 건에
긍정회로 "금융당국의 긍정적 메시지"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화기애애한 모습을 연출했다. 금감원의 '매운맛' 정기검사 결과 발표 이후 처음으로 같이한 공식 행사에서다. 특히 금융당국의 바로 옆자리에 업계 4위 우리금융 회장이 착석한건 이례적이라고 평가된다.
이에 일각에서는 올해 우리금융이 앞두고 있는 동양·ABL생명 인수합병(M&A)에 금감원이 암묵적으로 긍정적인 메시지를 던진 것 아니냐는 조심스런 해석도 나온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과 이복현 금감원장은 전날 한국금융연수원에서 열린 '사외이사 양성 및 역량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식'에서 옆자리에 앉아 다정한 모습을 보였다. 둘은 오랫동안 손을 맞잡고 악수를 하며 밝은 웃음으로 대화를 나눠 눈길을 끌었다.
특히 이날 임 회장이 앉은 자리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통상 공식 행사의 자리배치는 회사 규모 순으로 배치되는데, 규모 4위에 해당하는 우리금융이 금융당국의 바로 옆자리에 앉게 된 건 이례적인 경우기 때문이다.
주목할 점은 금감원이 '매운맛' 검사 결과를 발표한 지 불과 열흘만에 친밀한 모습을 연출했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과 관련해 강도 높은 검사를 진행했고, 지난 4일 매운맛 검사 결과까지 발표했다.
이 원장은 "해당 회장(손 전 회장)뿐 아니라 그 업무를 통제하지 못한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며 우리금융 현 경영진의 책임을 강조했다. 이에 우리금융은 현 경영진에 대한 제재 수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친밀한 모습이 연출되자 일각에서는 금감원이 우리금융의 동양·ABL생명 M&A에 대한 '청신호'를 보낸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우리금융의 인수합병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경영실태평가' 심사 기간은 한 달 남짓 남아있는 상황이다.
우리금융 입장에선 반가운 상황이 아닐 수 없다. 금감원 검사 결과 우리금융의 경영실태평가 등급이 현재 2등급에서 3등급 이하로 하향 조정되면 보험사 인수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금융당국의 최종승인을 받지 못한다면 우리금융은 동양·ABL생명 대주주인 중국 다자보험과의 매매 계약에서 지불한 계약금 1500억원을 날리게 된다.
우리금융 내부에서도 이번 자리 배치가 금감원이 보낸 '청신호' 아니냐는 기대를 하는 분위기다. 내부통제 문제 관련 금감원과의 불편한 관계를 개선해야 하고, 보험사 M&A 문제도 해결이 절실하기 때문에 의미부여를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 행사 자리는 대대로 랜덤으로 배정된다"면서도 "이번에는 우리금융 관련 이슈들이 있는 상황에서 대대적으로 친밀한 모습이 나와 긍정적인 기류로 해석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