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러시아, 우크라이나 간 정상 차원의 종전 협상 추진
종전 시 국내 석유화학 업계 간접 수혜 기대
실적 악화 주범인 중국발 공급 과잉 해소 가능성
석유화학 제품 적용 건설 기자재 등의 수요 증가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이 본격화되면서 국내 석유화학 업계에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지난 3년간 고유가와 중국·대만 등 경쟁사의 가격 우위로 어려움을 겪었던 국내 석유화학 업계가 종전 후 원가 부담 완화와 수요 증가 효과를 동시에 누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특히,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 해제로 공급망이 정상화되면 에너지 가격 안정화와 수출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상호관세 각서 서명 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과 관련해 평화를 원한다고 한 말을 믿느냐는 질문에 “나는 그가 평화를 원한다고 믿는다”고 답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3주년(24일)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을 압박하며 종전 협상에 속도를 내고 있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전쟁 종료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국내 석유화학 업계에도 긍정적인 시그널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3년간 석유화학 업계가 부진한 주요 요인은 ▲중국 중심 대규모 에틸렌 증설 ▲고물가·고금리, 중국 경기 둔화에 따른 수요 하락 ▲고유가에 따른 원가 부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중국과 대만 등 경쟁사들의 원가 우위 확보 등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러시아의 천연가스 및 원유 공급 차질로 전 세계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며 국내 석유화학 업계는 원자재 가격 상승에 큰 부담을 겪었다. 반면, 중국과 대만은 러시아로부터 할인된 가격으로 원유와 천연가스를 공급받으며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
하나증권 리포트에 따르면 중국은 최근 3년간 한국 대비 유가 4~8%, 납사 4~5% 저렴한 원재료를 사용해왔다. 중국은 러시아산 원유를 대량 구매해 저렴한 원가로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했다.
종전 협상이 성사될 경우, 이런 국면은 종료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러시아의 에너지 수출이 정상화되면서 국제 유가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국내 석유화학 업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원유 및 나프타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이 안정화되면 생산 원가가 감소해 수익성이 개선될 전망이다. 또한, 중국과 대만이 저렴한 러시아산 원유를 독점적으로 조달하던 상황이 종식되면서, 국내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도 상대적으로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종전 후 재건 사업에 따른 호재도 기대해볼 수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파괴된 인프라 복구 수요가 급증하면서, 석유화학 제품이 적용되는 건설 기자재에 대한 수요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미 전후 복구를 위해 수십억 달러 규모의 프로젝트를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PVC(폴리염화비닐), 폴리스티렌, 폴리우레탄 등 건설 자재 생산에 필수적인 석유화학 제품의 수요가 증가할 전망이다.
국내 석유화학 업계는 이런 수요 증가를 기회로 삼아 수출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기업들은 고품질의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고 있어 우크라이나의 인프라 복구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다. 또한, 전쟁 기간 중단됐던 유럽 시장의 건설 프로젝트가 재개되면서, 석유화학 제품에 대한 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서방 국가들의 대러시아 제재가 점차 해제될 가능성도 크다. 이는 글로벌 공급망의 정상화로 이어져 석유화학 업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전쟁 기간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로 인해 원자재 수급에 어려움을 겪었던 유럽 국가들은 제재 해제 후 러시아산 원유 및 천연가스 수입을 재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안정화되고, 석유화학 제품의 생산 원가도 하락할 전망이다.
이와 함께 공급망 정상화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석유화학 제품의 수급 불균형이 해소되면서, 국내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리포트를 통해 “트럼프는 러시아에 대해 종전을 조건으로 경제 제재 완화 카드를 내밀고 있다”며 “트럼프의 외교정책 변화는 중국 정유·석유화학 업체의 경쟁력 약화, 한국 NCC의 원가 열위 국면 탈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현 시점에서는 상반기 적자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