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침체에 이상기후까지 겹쳐 작년 실적 부진
올핸 4월~11월 여름 전망…"전략 수정 불가피"
패션업계가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 마련에 고심을 하고 있다.
특히 올해 여름이 4월부터 11월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업계는 봄·여름(SS) 시즌 상품 출시 시점을 한 달 가량 앞당기고 여름 아이템 물량을 확대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기후 변동성에 즉각 대응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LF는 헤지스를 비롯한 주요 브랜드는 SS 시즌 상품 출시 시점을 기존 2월에서 1월 중순으로 앞당긴 동시에 반팔 아이템을 이달 말부터 출시할 예정이다.
특히 SS 시즌에 봄 스타일 수 대비 여름 스타일을 확대한다.
또한 상품 기획 단계에서부터도 셔츠, 맨투맨, 청바지, 가디건 등 계절에 구애 받지 않는 기본 아이템과 ‘시즌리스(seasonless)’ 품목을 강화한다.
헤지스골프, 닥스골프 등 골프웨어 및 스포츠 브랜드에서는 냉감, 흡습, 속건 등의 기능성 소재를 적극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LF 관계자는 “여름 시즌을 겨냥한 수영복, 래시가드와 같은 품목도 확대해 전개할 계획”이라며 “고객 반응 분석을 기반으로 물량을 추가 생산하는 반응 생산 프로세스를 확대해 점점 예측하기 어려워지는 날씨와 소비자 니즈에 실시간으로 대응함으로써 수요 예측의 정확도를 높여 나갈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급변하는 날씨와 고객들의 소비 패턴, 트렌드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해 생산과 재고 물량을 조절하고 고객들의 반응에 따른 소량 리오더(재발주)를 진행하고 있다.
이 외에도 온라인 기획 상품 비중을 늘려 제품을 탄력적으로 생산하고 재고를 관리할 계획이다.
삼성물산 패션부문도 여름 상품 비중을 늘리거나 기능성과 실용성을 갖춘 여름 소재의 개발을 확대하며 경쟁력을 제고한다는 복안이다.
아울러 가변적인 날씨에 대응할 수 있는 디자인과 레이어링 활용도가 높은 아이템을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코오롱FnC 역시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 상품의 과다 생산을 지양하고 반응생산 비중을 확대하는 대응전략을 수립 중에 있다.
아웃도어 시장도 마찬가지다.
네파는 티셔츠 중심의 냉감 의류에서 셔켓(셔츠+자켓), 원피스 등으로 스타일을 24가지로 확장하고 출시 시기도 탄력적으로 조정하고 있다.
이처럼 패션업계가 생존 전략을 마련하고 나선 것은 봄·가을이 짧아지고 여름·겨울이 길어지는 이상기후에 발빠르게 대응하기 위해서다.
특히 패션의 경우 계절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이는 주요 패션기업들의 실적에서도 잘 드러난다.
지난해 초겨울이 이상기후로 따뜻해 코트, 패딩 등 고가의 제품이 제때 팔리지 않으면서 실적 부진을 겪었다.
실제로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지난해 매출은 2조40억원으로 2.3%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1700억원으로 12.4% 줄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1조3086억원, 영업이익 268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3.4%, 44.9% 떨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우리나라의 여름이 4월부터 시작돼 11월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기후학자 김해동 계명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최근 한 라디오에 출연해 “2월 말에서 3월 초가 되면 갑자기 온도가 확 올라가 따뜻한 봄이 시작될 것”이라며 “올해 여름 최고 기온도 지난해처럼 40도에 육박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네파 브랜드 관계자는 “최근 기후변동성이 커지면서 아웃도어 시장도 계절에 따른 명확한 구분보다는 날씨와 기온 변화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제품이 중요해지고 있다”며 “이에 따라 체온 조절이 용이한 기능성 소재를 활용한 기후대응형 상품군을 대폭 확대하고 제품 출시 시기도 탄력적으로 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