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10곳 중 7곳, 3월 말에 주총 개최…쏠림 현상 여전
밸류업 프로그램 추진에도 주주 권리 행사 기회 침해
권리 행사 위한 제도 개선부터 ‘주주 친화적’ 기업 태도 필요
올해에도 어김없이 국내 기업들의 주주총회가 3월 말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기업 10곳 중 7곳의 주주총회가 이달 말에 몰리는 이른바 ‘슈퍼 위크’가 여전히 반복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달 주주총회를 진행한 곳이 2개사임을 고려하면 쏠림 현상은 더욱 부각된다. 정기 주주총회는 주주들이 의결권 행사를 통해 기업의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이다.
하지만 기업들이 특정 날짜에 일제히 주주총회를 개최하면서 주주로서의 권리를 행사할 기회가 침해되고 말았다. 주주총회 일정이 겹칠 경우, 주주는 여러 곳에 참석하기 어려워 권리 행사가 제한되기 때문이다.
소액주주의 권리 보호와 향상을 위해 주총일 분산이 줄곧 권장되고 있으나 쉽사리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특히 지난해부터 정부가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음에도 주주총회 분산 개최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
주주들의 주주총회 참여 의지가 있어도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상황조차 마련되지 않는다면 누가 밸류업을 유도하는 지 의문일 따름이다. 그렇다고 ‘주총 쏠림 현상’을 막기 위한 노력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다.
주주총회 개최가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는 일자를 사전에 파악해 다른 날에 주총을 개최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주총 분산 자율 준수 프로그램’이 시행되고, 주주총회 참여율을 높일 수 있는 전자 주주총회 등이 마련돼 있으나 실효성·활용성이 아쉬운 수준이다.
이에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적극적인 권리 행사 가능하도록 실질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를 위해 ‘상장회사의 전자 주주총회 의무화’를 담은 상법 개정안이 하루 빨리 통과돼야 한다.
무엇보다 주주를 존중하고 배려하려는 기업들의 주주 친화적인 태도와 노력이 요구된다. 기업들이 특정 날짜에 주주총회를 열어도 실질적인 불이익이 없다는 점은 밸류업의 발목을 잡을 뿐이다.
주주의 기업 평가가 제대로 이뤄진다면 기업 및 주주가치 제고는 물론 밸류업 프로그램의 안착도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