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답 제시하고, 공익성 추구하며 사랑 받은 백종원
‘만능키’ 백종원 키운 방송가 책임론 대두
골목 식당에 솔루션을 제시하고, 농가에 상생을 약속하며 요식 업계의 ‘우상’이 됐던 더본코리아 백종원 대표가 ‘추락’ 중이다. 식품 표시광고법을 위반해 경찰에 입건된 데 이어, 과거 발언과 상반되는 행보까지 파묘되며 곤욕을 치르고 있다. 사업가를 넘어 방송가를 누비며 ‘국민 멘토’로 여겨졌던 만큼, 그를 향한 대중들의 반감도 더욱 큰 모양새다.
시작은 더본코리아의 신제품 ‘빽햄’의 품질 문제였다. 설 명절을 앞두고 빽햄 선물세트의 가격이 높다는 의견이 나오던 가운데, 빽햄의 성분까지 분석돼 논란으로 번졌다. ‘가성비’를 강조했지만, 정작 돼지고기 함량은 경쟁 제품인 스팸보다 낮았고 이에 백 대표를 향해 비난 여론이 조성됐다.
이후 더본코리아의 감귤 맥주 ‘감귤오름’의 감귤 함량이 타사 과일맥주와 비교했을 때 현저히 낮다는 지적이 이어지는가 하면, 더본코리아가 지난 2012년 농업용 고정식 온실로 사용하겠다고 신고된 충남 예산군의 비닐하우스를 기자재 등을 넣어두는 창고로 쓰다가 행정명령 사전 통지를 받고 철거한 사실도 뒤늦게 알려져 비판의 대상이 됐다.
백 대표가 실내에서 액화석유가스(LPG)통을 옆에 두고 요리하는 장면이 유튜브에 올라와 과태료 처분을 받은 일, 예산시장 살리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사과당의 애플파이 가격이 비싸다고 지적한 후 프로젝트 일환으로 애플파이 제과점을 오픈한 일까지 ‘재평가’를 받는 모양새다.
대중들의 실망이 커진 배경에는 백 대표의 ‘방송인’ 이미지가 크게 기여 중이다. 지난 2018년부터 2021년까지 백 대표는 SBS 예능 ‘백종원의 골목식당’을 통해 여러 골목을 누비며 각 식당의 문제 케이스를 찾아내고 해결 방안을 제시했었다. ‘식당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교본’이 돼 줄 프로그램’이라는 소개와 함께 백 대표가 내리는 판단과 해결 방안은 곧 ‘정답’이 되곤 했다.
이 과정에서 백 대표가 실망감을 표한 식당이 네티즌들의 악플에 시달리기도 했고, 말 한마디로 식당의 존폐를 결정짓는 백 대표의 영향력에 우려 섞인 시선도 이어졌었다. 이 과정에서 ‘백 대표를 지나치게 우상화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백 대표를 향한 시청자들의 ‘신뢰’는 굳건했다.
이후 백 대표는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를 통해 전 세계 식당을 누비며 해박한 음식 지식을 뽐냈으며, ‘장사천재 백사장’을 통해선 해외에서도 통하는 백 대표만의 수완을 강조하며 제목 그대로 ‘장사 천재’의 면모를 뽐내기도 했다. SBS ‘맛남의 광장’에서는 지역의 특산품이나 로컬푸드를 이용해 기존에 맛볼 수 없었던 신메뉴를 개발, 휴게소, 철도역, 공항 등 많은 만남의 장소에서 이를 선보이며 ‘공익성’까지 자연스럽게 획득했다. 최근에는 넷플릭스 ‘흑백 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에서 내로라하는 셰프들의 심사위원으로 활약하며 권위를 자랑케 했다.
물론 백 대표의 활약에 이유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는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에서는 해외의 생소한 음식 또는 낯선 재료까지 정확하게 파악하며 음식에 대한 깊이를 가늠케 했으며, ‘백종원의 골목식당’, ‘흑백 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에서는 특유의 능숙한 화법으로 긴장감을 야기하며 방송인으로서의 능력도 입증했다. 요식 업계에서는 대가지만, 대중적인 인지도는 낮았던 안성재 셰프가 ‘흑백 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의 전문성을 담당했다면, 백 대표는 전문성과 대중성을 모두 아우르며 중심을 잡기도 했었다.
그렇다면 프로그램 속 백 대표의 이미지를 그대로 믿은 시청자들의 잘못인 걸까. 시청자들이 백 대표의 역량을 구분해 분석하며 ‘지지’도 가려서 보낼 이유는 없다. 방송가가 ‘안전’하고 ‘안일’한 선택을 하는 사이, ‘만능키’ 백종원을 ‘믿고 보던’ 시청자들만 배신감을 느끼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