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볼거리와 신나는 음악으로 관객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 ‘쇼뮤지컬’은 뮤지컬 장르의 한 축을 담당하며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쇼뮤지컬이 퍼포먼스에 치중해 서사가 약하다는 인식도 있다.
실제로 쇼뮤지컬을 표방한 ‘드림하이’는 초연 당시 화려한 무대 연출과 아이돌 스타들의 출연으로 큰 화제를 모았지만, 퍼포먼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빈약한 스토리 라인에 대한 아쉬움을 남겼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브로드웨이의 대표적인 쇼뮤지컬들을 살펴보면 이러한 인식이 반드시 들어맞는 것도 아니다. ‘물랑루즈’의 경우 1막에서 화려한 팝음악과 댄스 퍼포먼스 등의 볼거리가 주를 이룬다면, 2막에서 물랑루즈의 디바 사틴과 작곡가 크리스티안의 비극적 사랑 이야기를 담으면서 드라마적 요소를 녹여내 오랜 기간 인기를 누리고 있다. 디즈니 뮤지컬 ‘알라딘’ 역시 환상적인 무대와 흥겨운 음악에 시간을 초월한 러브스토리와 진실한 우정 등 보편적 이야기를 다루면서 전 세계 관객의 공감을 얻고 있다.
이밖에도 오랫동안 사랑받고 있는 쇼뮤지컬들을 살펴보면 서사의 중요성을 더욱 실감할 수 있다. 화려한 탭댄스와 재즈 선율이 돋보이는 ‘브로드웨이 42번가’는 쇼 비즈니스 세계의 꿈과 열정, 그리고 그 이면의 경쟁과 성공 스토리를 흥미롭게 그려내며 오랫동안 관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고, 매혹적인 음악과 강렬한 퍼포먼스가 인상적인 ‘시카고’ 역시 1920년대 격동기의 사회상을 배경으로 부패한 사법 시스템 등 현실을 날카롭게 풍자하면서 꾸준히 공연되고 있다.
이처럼 성공적인 쇼뮤지컬들은 단순히 볼거리 제공에만 그치지 않고, 대중의 마음을 움직이는 스토리와 공감대를 형성하는 서사를 갖추고 있다. 뮤지컬에서 엔터테인먼트적 요소만큼, 매력적인 스토리와 설득력 있는 서사도 작품의 수명을 늘리는 핵심적 요소라는 의미다.
때문에 ‘드림하이’가 오는 4월 5을 앙코르 공연 개막을 앞두고 서사 보강에 힘쓰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은 매우 긍정적인 변화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나선 박경림은 “케이팝 퍼포먼스를 강조한 쇼뮤지컬이자 창작 초연이다보니 드라마적인 부분에 아쉬움이 있었던 건 사실”이라며 “제작진과 함께 대본을 수정해서 서사를 강화했다”고 말했다.
염현승 연출 역시 “학생들이 꿈을 꿀 수 있고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내용의 드라마를 추가했다”고 말했고, 초연에 이어 앙코르 공연에도 참여하는 배우 추연성도 “초연과는 내용이 조금 바뀌어서 관객들이 더 재미있게 보실 수 있을 것 같다. 캐릭터의 서사가 많이 보강됐다”고 말해 기대를 높였다.
이미 ‘드림하이’는 방영 당시에도 크게 화제를 모은 바 있고, 대중문화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케이팝을 소재로 하는 만큼 스토리를 더욱 강화하고, 캐릭터들의 감정선을 섬세하게 그려내면서 완성도를 높인다면 대표적인 한국 쇼뮤지컬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충분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공연 관계자는 “쇼뮤지컬이라고 해서 서사가 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좋은 핑계’에 불과하다. 화려한 볼거리가 있다는 ‘강점’을 가졌을 뿐이지 뮤지컬이라는 대장르는 같기 때문에 결코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매력적인 스토리와 공감이 가는 서사를 갖추지 못한다면 뮤지컬로서 살아남기 힘들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