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콘텐츠진흥원, 한국만화 해외진출 이끌고자 플랫폼 기업 지원사업 공고
모 웹툰회사, 2억원 지원금 받은 뒤 다수의 중국 웹툰 구매…협약 해지 통지
법원 "한국웹툰 구매 안 했다는 사정만으로 사업목적 반했다고 볼 수 없어"
한국 인기 웹툰을 확보해 자사 플랫폼에 추가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사업계획서로 국고지원금을 받은 웹툰회사가 중국 웹툰을 수입했다고 해서 협약 위반이라고 볼 수 없다고 법원이 판단했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김준영 부장판사)는 지난 1월 웹툰회사 A사가 한국콘텐츠진흥원을 상대로 "국고지원금 반환채무가 존재하지 않음을 확인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채무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콘진원은 2022년 2월 한국 만화의 해외진출을 견인할 플랫폼 기업을 발굴·육성한다는 취지로 '2022 만화 해외 플랫폼 구축 및 운영 지원사업'을 공고했고, A사는 '한국 인기 웹툰'을 확보해 자사 플랫폼에 추가하고 영어, 스페인어, 인도네시아어로 번역해 연재하겠다는 등의 내용을 담은 사업계획서로 같은해 5월 국고지원금 대상에 선정됐다.
그러나 이듬해 1월 콘진원은 A사가 다수의 중국 웹툰을 구매하는 등 보조금을 부정 사용했다며 협약 해지를 통지하고 국고지원금 2억5000여만원을 반환하라고 통보했다.
이에 A사는 보조금을 부정 수령한 게 아니라며 국고지원금 반환채무가 없다는 소송을 제기했다.
행정법원은 A사의 손을 들었다. 재판부는 "A사가 추진하는 과제의 사업목적은 플랫폼 육성에 주안점이 있어 보인다"며 "단지 한국산 웹툰을 구매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사업 목적에 반해 국고지원금을 지급받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그러면서 "사업계획서에 A사가 구매 대상으로 삼는 웹툰을 '한국 인기 작품'이라고 기재해 그 대상을 한국에서 생산되거나 한국 작가가 창작한 인기 작품으로 한정했다고 보이지도 않는다"고도 했다.
콘진원은 A사가 자사 대표이사가 사내이사로 등록된 업체로부터 웹툰을 구매해 국고지원금을 횡령했다고도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대표이사가 판권 업체로부터 급여를 받지 않았고 실질적 의사결정권자 역할을 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도 봤다.
법원은 다만 협약 해지와 국고지원금 환수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A사의 주위적 청구는 각하했다. 보조금법에 따르면 보조금 교부 결정 취소권한은 '중앙관서의 장'에게 부여되는데, 콘진원은 문화산업진흥법에 따라 설립된 법인이라 보조금 교부 결정 취소권한을 위임받는 기관이 아니라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