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관 "변호인 조력 받아 묵비권 행사했다면 순진하게 자백하지 않았을 것"
"재심 개시 결정 과정서 변호인 주장으로 검사와 담당 수사관 악마화" 억울함 호소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사건 재심 재판에서 당시 피고인들을 수사한 검찰 수사관이 증인으로 출석해 "당시 수사가 정당했다"고 피력했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고법 형사2부(이의영 고법판사)는 전날 살인과 존속살인 혐의로 각각 기소된 A(75)씨와 딸 B(41)씨에 재심에서 당시 피고인들을 수사한 검찰 수사관 C씨를 증인 신문했다.
앞서 재심 개시 여부를 판단한 재판부는 "당시 수사 검사가 진술의 앞뒤가 안 맞는 정황을 꿰맞추기 위해 범행 경위를 미리 단정하고 진술을 끌어내려 했다"며 "검사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를 저지른 것이 인정된다"고 재심 개시 결정을 했다.
이에 대해 C씨는 "B씨가 성폭행 무고 범행을 수사하던 중 거짓 고소를 한 이유를 추궁하자 '엄마를 죽인 범인이 필요했다'고 자백했다"며 "다만 해당 자백을 후회한 B씨가 이후 신빙성 없는 진술을 이어가 수사가 어려웠다"고 진술했다.
변호인이 유도신문성 수사 방식 등을 당시 진술 녹화 영상을 토대로 지적하자 C씨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검사가 지시한 대로 수사했을 뿐이다"는 증언만 이어갔다.
언론 인터뷰를 통해 피고인들에 대해 C씨가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언급한 이유에 대해서는 "피고인들에게 미안한 감정을 표현한 말이었다"며 "변호인의 조력을 받아 묵비권을 행사했다면, 순진하게 자백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C씨는 "B씨가 범인일 수 있다는 추리로 추궁한 끝에 최초 자백은 받아낸 것은 분명하다"며 "재심 개시 결정 과정에서 변호인의 주장으로 검사와 담당 수사관이 악마화됐다"고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날 이번 사건 위법 수사를 판단하는 핵심 증인인 당시 담당 검사도 증인으로 소환될 예정이었지만, 증인 소환장이 송달되지 않아 증인신문이 성사되지 않았다.
이에 검찰은 전직 검사를 직접 설득해 증언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사건은 2009년 7월6일 오전 전남 순천시 자택에서 청산가리를 넣은 막걸리를 마신 2명이 사망하고 2명이 다친 사건이다.
사망자 중 1명의 남편과 딸이 범인으로 기소돼 1심에서는 무죄 판결이 나왔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남편 A씨에게 무기징역, 딸 B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고, 이 판결은 2012년 3월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그러나 A씨 부녀는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은 지 10년 만인 2022년 1월 재심을 청구했고, 법원은 재심 개시를 결정해 피고인들은 형 집행 정지로 풀려나 재심을 받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