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출고 효과로 2Q부터 판매 감소
美 관세로 판매가 전가시 MS 축소
생산기지 전환해도 일정 시간 감내해야
1분기 약진한 삼성전자 모바일(MX)사업부가 2분기에는 부진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신제품 효과 감소 뿐 아니라 미 관세 여파로 이익 축소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삼성전자는 후속 관세 협상을 지켜보면서 판매 가격 조정을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관세 영향이 비교적 적은 곳으로 글로벌 스마트폰 생산 거점을 옮기는 방안도 고려할 전망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1분기 잠정 영업이익 6조6000억원 중 MX사업부가 많게는 67%를 차지한 것으로 추정된다. 증권가 추정치는 키움증권 3조7000억원, 하나증권 4조1000억원, BNK투자증권 4조2900억원, KB증권 4조3000억원, NH투자증권 4조4010억원 등이다.
MX 실적 호조 이유로는 ▲갤럭시 S25 신제품 효과 및 일부 선출고 요구 ▲우호적인 환영향 ▲메모리 등 부품가 하락에 따른 원가 절감 효과 등이 거론된다.
고영민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3월 관세 풀인(Pull-in) 수요가 발생하는 구간에서 판촉 효과가 극대화됐고 작년 하반기 부품(메모리) 가격 하락으로 이익률 측면에서 개선 효과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풀인 수요는 제품 가격 인상 이전 미리 제품을 구매하는 것을 말한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갤럭시 S25는 1분기 1350만대 가까운 출하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고가 안드로이드 기기들의 초기 판매 집중, 교체주기 도래에 기반한 하이엔드 수요 등도 두루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Canalys)에 따르면 전작인 갤럭시 S24의 작년 1분기 출하량은 1350만대로 추정된다. 최소 작년 수준의 판매량을 달성했다는 가정 하에, 환율 및 원가절감 등이 맞물려 작년 1분기 대비 영업이익이 크게 개선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의 2025년 1분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환율이 5% 상승한다고 가정할 경우 달러 3653억원, 유로 886억원의 당기손익(법인세효과 반영 전) 영향이 발생한다.
1분기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은 MX가 책임졌지만 2분기부터는 신제품 효과가 떨어지며 기여도가 크게 축소될 전망이다. 1분기에 몰린 풀인(Pull-in) 수요 기저효과도 맞물린다.
판매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미 트럼프 정부의 '관세 폭격'으로 스마트폰 가격 상승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삼성은 전체의 스마트폰 절반을 베트남에서, 30%는 인도에서, 나머지 20%는 한국, 브라질, 인도네시아 등에서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관세는 베트남 46%, 인도 26%, 한국 25%, 브라질 10%, 인도네시아 32%다.
베트남 생산 비중이 가장 높은 만큼 향후 갤럭시 플립·폴드 등 신제품 가격 도미노 상승이 점쳐진다.
삼성은 단기적으로는 미-베트남 후속 협상 결과를 살피며 가격 인상을 저울질 할 것으로 예상된다. 만일 관세 변동폭이 크지 않다고 판단할 경우 갤럭시 인상분을 판매 가격에 적용할지, 내부적으로 흡수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테크인사이츠에 따르면 2024년 스마트폰 출하량 기준 삼성전자 미 판매 비중은 13.5%"라며 "최악의 시나리오로 삼성전자 미국향 스마트폰이 전부 베트남에서 생산된다고 가정하면 작년 기준 MX 영업이익률이 9%에서 3%로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베트남 스마트폰 생산지 이전 없이 관세 부과를 100% 흡수한다면 스마트폰 영업이익의 3분의 1(4조원)이 직접적 관세 영향이 노출된다"고 설명했다.
미국향 물량 전체에 46% 관세가 부과될 경우, 약 6조2100억원 규모의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지난해 삼성전자 MX·NW 부문 영업이익률 9.1%에서 이 관세 부담을 반영하면 수익성은 2.8% 수준으로 하락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삼성 주력 부서인 MX사업부가 관세로 연간 조 단위 비용을 짊어지는 것은 큰 부담이다. 반도체(DS 부문) 사업이 2분기부터 나아진다고 가정하더라도 어느 정도 모바일 사업이 받쳐주지 않으면 전사 영업이익이 우상향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인상분을 판매 가격에 모두 전가하면 글로벌 점유율이 위축될 수 있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미국 스마트폰 점유율은 2024년 4분기 애플 65%, 삼성 18%다. 판가 상승 시 플래그십인 갤럭시 S 라인업은 애플에, 중저가 라인인 A·M시리즈는 중화권에 밀릴 수 있다. 쉽게 가격을 올리기 힘든 이유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관세율이 낮은 공장으로 생산기지를 이전하는 전략이 최선이다. 상대적으로 관세가 낮은 인도, 브라질, 한국 등이 베트남 대체 생산거점으로 거론된다.
이중 브라질은 관세가 가장 낮은 10%여서 유력 후보군으로 꼽힌다. 미국과 비교적 가까운 위치에 있어 물류 비용 절감, 공급망 효율화를 기대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다만 고사양 제품 생산으로 전환할 경우 공급망을 새롭게 구축해야 하며, 일정 수준의 생산성과 품질을 확보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을 감내해야 한다.
카날리스는 '2025년 브라질 스마트폰 시장' 보고서에서 "신규 공급업체들은 장기 성공을 위해 현지 요구 사항을 현명하고 효과적으로 파악해야 한다"면서 높은 수입 비용, 세금, 마케팅 및 물류 비용, 규제 장벽을 예로 들었다.
판가 인상은 이익 하락을, 생산 이전은 품질 리스크 이슈가 생길 수 있는 만큼 삼성은 이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글로벌 생산 전략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삼성전자 새롭게 출시되는 초슬림폰 등 프리미엄 효과를 극대화하는 데에도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MX사업부는 이르면 내달께 초슬림폰인 '갤럭시 S25 엣지'를 출시해 판매 제고에 나선다. 온라인 언팩을 통해 구체적인 스펙·가격을 공개한 뒤 이르면 5월부터 제품을 출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아울러 기존 갤럭시 S25 시리즈 마케팅도 강화할 예정이다.
갤럭시 S25 시리즈 라인업에 새롭게 추가되는 엣지 효과로 MX사업부가 전년 2분기(2조2300억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달성할지 주목된다.
증권사들의 MX사업부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하나증권 2조2000억원, NH투자증권 2조2630억원, iM증권 2조3270억원, KB증권 2조5000억원, 유안타증권 2조5830억원, BNK투자증권 2조9680억원 등이다. 작년 2분기(2조2300억원) 수준이거나 소폭 상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