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안84의 엉뚱한 상상력이 현실이 됐다. 암벽 등반을 해야 하는 만날 수 있는 출입문부터 봉을 타고 이동해야 하는 부엌, 그리고 안전벨트가 필요한 공중의 침상까지. 엉뚱하지만, 그래서 새로운 ‘대환장 기안장’이 여행 예능의 새 장을 열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대환장 기안장’은 ‘기안적 사고’로 흘러가는 울릉도 기안장에서 기안84, 진, 지예은이 숙박객들과 펼치는 이야기를 담은 프로그램이다. 3회까지 공개된 현재 TV쇼 한국 2위를 차지하는가 하면, 일본, 홍콩, 싱가포르, 브라질 등 18개국에서 10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순항을 시작했다.
공개 전까지만 해도 ‘새로울 것 없는’ 여행 또는 민박 예능처럼 보였다. ‘효리네 민박’ 시리즈를 연출한 정효민 PD와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의 기안84가 뭉쳤지만, 그럼에도 여행지에서 숙박객들과 연예인이 어우러지는 콘셉트는 이미 익숙했었다.
그러나 ‘대환장 기안장’은 기안84의 엉뚱함을 현실로 그대로 펼쳐내며 기시감을 떨쳐낸다. 지예은 선장의 보트 픽업 서비스를 시작으로, 울릉도 바다 위 본관 체크인과 내부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엉뚱한 포인트들이 곧 ‘대환장 기안장’만의 개성이 된다. 기안84의 머릿속을 그대로 재현한 ‘대환장 기안장’의 민박집을 파악하는 재미도 있지만, ‘편안한’ 힐링이 아닌 ‘불편함’에서 터져 나오는 웃음이 여느 여행 예능과는 차별 ‘다른’ 지점이 된다.
물론 ‘기안장’을 화면 위로 그대로 펼쳐낸 넷플릭스 예능 특유의 ‘스케일’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앞서 ‘나 혼자 산다’에서 ‘날 것’ 그대로의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호응을 끌어냈던 기안84는 이후 ‘태계일주’를 통해 그만의 독특한 여행법을 보여주며 가능성을 열었었다.
다만 ‘태계일주’가 시즌을 거듭하며 처음만큼의 신선함을 보여주지 못했으며, 이후 ENA ‘기안이쎄오’를 통해선 0%대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었다. 이 가운데, 기안84만의 개성을 고스란히 드러내면서도 이를 예능적으로 극대화하는 ‘대환장 기안장’을 만나 다시금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넷플릭스 또한 예능 분야에선 한동안 보여주지 못했던 ‘신선함’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호평을 끌어내고 있다.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을 비롯해 ‘피지컬: 100’, ‘솔로지옥’ 시리즈 등 스케일을 키워 재미를 끌어내는 ‘대작 예능’을 꾸준히 선보이던 넷플릭스가 이번에는 ‘개성’까지 확보하며 시청자들의 ‘흥미’를 자극한 것이다. 앞서는 인기 장르의 문법은 그대로 따라가되, 스케일을 키워 타 콘텐츠들을 압도했다면 이번엔 ‘색다른’ 전개로 시청자들의 만족감을 충족시키고 있다. 즉 ‘날 것’의 매력과 ‘스케일’이 만나 시너지를 내는 ‘좋은 예’가 되고 있는 것.
나아가 인기 예능인의 색깔을 ‘그대로’ 활용하며 빠르게 이미지를 소비하곤 했던, 여느 예능에게도 교훈을 남기고 있다. ‘새 얼굴’을 발굴하는 것도 좋지만, 그 얼굴을 ‘영리하게’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대환장 기안장’이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