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인식 1등?' KT "치매 환자도 직접 방문 해지하라"
까다로운 해지 절차...가입시 '고객' 해지시 '호갱'
“개인정보 보안상 불가피...” 고객센터 나몰라라
“가입은 쉬운데 해지는 왜 이렇게 어렵나.”
이동통신사의 단말기 해지 절차가 다시 한 번 도마 위에 올랐다. 이통사 약관에 따르면 개인정보 보안을 위해 본인이 직접 단말을 해지해야 하지만, 당사자가 거동이 불편하거나 타국에 있는 경우 등의 대한 상황은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KT에서 거동이 불편한 치매 환자임에도 불구하고, 본인 직접 해지가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사용하지도 않는 단말 요금을 계속 징수한 사례가 불거졌다. 더군다나 고객 센터는 해지 절차 관련 사항에 대해 제대로 안내하지 않아 ‘국민 기업’이란 KT 타이틀이 무색하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10일 서울 00동에 거주하는 이 모(30세)씨는 최근 치매에 걸린 할머니 대신 휴대폰을 해지하려다 결국 지쳐 포기했다. 본인의 직접 해지가 아니면 단말을 해지할 수 없는 이동통신사의 약관 규정 때문이다.
이 씨의 할머니는 6개월 전 무릎관절 지병과 치매 증상으로 요양병원에 입원했다. 이에 가족들은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할머니의 휴대폰을 대신 해지하기 위해 KT 대리점 및 고객센터에 문의했다. 이 씨 가족들은 휴대폰 사용 내역이 없는 점과, 휴대폰 명의자가 건강상의 문제로 본인 직접 해지가 불가능하다는 상황을 재차 설명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그 방법 밖에 없다. 저희도 어쩔 수 없다”는 말 뿐이었다.
그는 “고객센터에서는 본인 전화 확인과 인감 증명서를 떼어 오라고 요구했으나, 치매로 통화가 어려운 상태이고 인감 또는 이를 대신할 본인 서명사실확인서 자체도 본인이 ‘직접’ 관련 기관에 가야 발급이 가능했다”며 “본인 거동 자체가 어려운데 가능한 얘기인가. 상황을 최대한 고려해달라고 고객센터에 거듭 부탁했으나 해지해 줄 수 없다고 하더라”고 토로했다.
이 씨의 가족은 울며 겨자먹기로 앞으로 남은 약정기간에 대한 휴대폰 요금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 봉착했다. 이미 이들은 공기계나 다름없는 단말 요금을 매월 4만원씩 6개월 넘게 내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취재가 시작되고 KT 본사에 문의한 결과 고객센터와는 다른 답변이 나왔다. KT 관계자는 “개인정보 보안상 단말 해지는 본인이 직접 하게 되는 것이 약관 규정으로 이는 이통3사 모두 동일하다”면서도 “법정 대리인이나 후견인임을 증빙할 수 있는 내용, 위임장 등을 갖고 오면 대신 해지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에 이 씨는 “고객센터에서는 인감에 대한 설명만 할 뿐 저런 안내는 듣지도 못했다”며 “지역 담당자를 보내면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고, 본사에 문의하면 바로 알 수 있는 내용인데 귀찮아서 내 알바 아니라는 태도로 응대한 것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그는 “아무리 보안상의 이유라지만 가입은 쉽게, 해지는 어렵게 막아두는 통신사의 갑질은 고쳐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KT 측은 “본인 해지 절차를 상대적으로 까다롭게 한 부분은 본인 몰래 단말을 해지하는 악용 사례를 방지하기 위함”이라며 “3사 모두 동일한 상황으로 결국 각 사마다 약관 규정을 어떻게 해석해 적용하는지 관건”이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해지 절차 관련 예상치 못한 특수 상황이긴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고객센터의 대응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며 “황창규 KT 회장이 늘상 강조하는 ‘고객 인식 1등’과도 역행하는 부분이다. KT뿐만 아니라 나머지 이통사들도 진정으로 고객을 위한다면 사업자의 시각이 아닌 고객 배려차원에서의매뉴얼 도입을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통사의 해지절차에 대한 소비자 불만은 예전에도 여러번 지적돼왔다. 한국소비자연맹이 지난해 정보통신서비스 관련 상담을 분석한 결과 해지 관련 상담 비중이 전체의 41.9%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KT의 경우 에그(와이브로) 상품의 까다로운 해지 절차가 구설수에 오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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