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체제’, 여당 무기력으로 야권 '포문'에 그대로 노출
여당, 내분심화로 보호막 커녕 국정 뒷받침도 안돼
추미애 "탄핵 기다린 사람처럼 대통령 행세부터 한다" 직격
‘황교안 체제’가 사면초가(四面楚歌)에 빠졌다. 국정 운영의 한 축인 여당이 탄핵으로 힘을 잃은 데다, 극심한 계파 갈등에 휩싸이며 지원 사격을 기대하기 힘들어졌다. 더욱이 야권은 황 권한대행에 대한 압박의 고삐를 풀지 않고 있다.
황 권한대행은 14일 정세균 국회의장을 만나며 국회와의 협치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하지만 정작 여·야·정 협의체와 정당 대표 면담 등 야권의 요구에 대해서는 공식적인 입장 표명을 유보하면서 당분간은 야권과의 대립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황 권한대행은 야권이 친박계 지도부를 배제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만 단독으로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순 없다는 논리다.
특히 황 권한대행이 박근혜 대통령의 권한을 관리한다는 차원에서 현 정부의 정책 기조의 일관성을 강조하기 때문에,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국정교과서 등에서 야권과 대립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 때문에 야권은 압박을 통해 황 권한대행 체제를 길들이고, 국정 주도권을 확실히 잡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야권은 날선 비판을 서슴지 않고 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회가 탄핵 공백을 우려해 여러 가지 해법을 모색하는 동안 마치 탄핵 가결을 기다린 사람처럼 대통령 행세부터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 역시 같은 날 국회의원-비상대책위원 연석회의에서 “만약 총리가 국회 출석이 어렵다고 얘기한다면 단연코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란 얘기를 분명히 하겠다”고 경고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새누리당은 여당의 역할에서 사실상 손을 뗀 모양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친박계와 비박계의 감정의 골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면서 분당(分黨)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결집력도 약화되고 있다.
특히 대통령의 권한 정지로 여당의 힘이 예전만 못하고, 황교안 체제에 대한 적극적인 협조에 나섰다가는 박근혜 정부의 연장선으로 분석될 수 있어 조심스러운 기류다. 황교안 체제의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뒷받침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이다. 실제 황 권한대행을 향한 야권의 포문에도 새누리당에선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당분간 황 권한대행은 단독으로 야당과 싸워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 황 권한대행 체제도 흔들릴 수 있다.
이에 대해 신율 명지대 교수는 본보와 통화에서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당시 고건 권한대행은 집권여당인 열린우리당으로부터 안정적인 협조를 받았다. 당시 탄핵에 반대하는 사람이 많았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황 권한대행의 국정 운영에 대해 새누리당이 적극적으로 나서면 박근혜 정부의 연장이라는 비판만 들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당의 힘은 대통령으로부터 나온다”며 “대통령이 사실상 힘을 잃은 상태에서 새누리당이 내분을 겪지 않더라도 황 권한대행을 지원하진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도 본보에 “가뜩이나 새누리당이 여당 역할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비박계 주도로 비상대책위원회가 꾸려진다면 황 권한대행은 ‘세 야당’과 상대하는 격”이라며 “여당의 지원사격은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보이고, 불안한 국정 관리가 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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