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우방' 북-말레이, 김정남 피살에 유대관계 '와르르'
대사 추방에 이어 자국 내 상대국민 출국 금지 조치도
말레이, 자국민 억류에 "혐오스럽다"…단교 가능성 제기
대사 추방에 이어 자국 내 상대국민 출국 금지 조치도
말레이, 자국민 억류에 "혐오스럽다"…단교 가능성 제기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피살 사건을 계기로 북한과 말레이시아의 40여년 우방관계가 무너지고 있다. 양국은 상대국 대사를 추방한데 이어 자국 내에 있는 상대국민을 사실상 억류하는 등 치열한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앞서 7일 북한은 관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외무성 의례국은 7일 해당 기관의 요청에 따라 말레이시아에서 일어난 사건이 공정하게 해결되여 말레이시아에 있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외교관들과 공민들의 안전담보가 완전하게 이루어질 때까지 조선(북한) 경내에 있는 말레이시아공민들의 출국을 임시 허용할 수 없다는 것을 주조(주북한) 말레이시아 대사관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북한은 "조선 주재 말레이시아 대사관과 말레이시아 외무성이 쌍무관계를 귀중히 여기고 발전시켜나가려는 선의의 입장에서 이번 사건을 조속히 공정하게 해결하기를 희망한다"면서 "이 기간 조선 주재 말레이시아 대사관 외교관들과 공민들은 이전과 같은 조건과 환경 속에서 정상적으로 사업하고 생활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말레이시아 정부도 곧바로 자국 내 모든 북한인의 출국을 금지하는 조치를 취해 '맞대응'에 나섰다.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는 성명을 통해 "우리 국민을 인질로 잡은 이런 혐오스러운 조치는 국제법과 외교 관행들을 총체적으로 무시하고 있다"며 "북한 내 말레이시아인들의 안전을 확신할 때까지 자국 내 북한인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고 밝혔다.
말레이시아 현지 북한대사관의 공식직원만 28명이며, 거주하는 북한인은 10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현지에 거주하는 북한인 대부분이 외화벌이 일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말레이시아 당국의 맞불 조치는 북한에 적지 않은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말레이시아는 김정남 피살 사건이 발생한 이후 북한과의 비자면제협정을 파기하고 말레이시아 당국의 사건 관련 발표를 비난한 강철 말레이시아 주재 북한대사를 추방하기도 했다. 이에 맞서 북한도 모하맛 니잔 북한 주재 말레이시아 대사의 추방을 결정한 바 있다.
양국 간 외교 공방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앞서 6일 말레이시아는 오는 28일 평양에서 열릴 예정인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최종예선에 출전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말레이시아인의 안전 문제를 고려한 결정이라는 설명이다.
아울러 8일에는 말레이시아에 있는 북한 근로자들이 불법 체류 혐의로 무더기 검거된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일간 뉴스트레이츠타임스에 따르면 사라왁주 이민국과 해양경찰은 전날(7일) 북한 근로자 37명을 이민법 위반 혐의로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이들은 취업허가증 없이 체류하며 일하다 적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말레이시아 당국의 이번 조치 역시 북한과의 외교적 갈등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향후 말레이시아 측의 북한인 불법 취업 단속이 확대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어, 양국 관계가 파국으로 치닫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말레이시아 당국은 조만간 내각회의를 열고 쿠알라룸푸르 북한대사관의 폐쇄 여부 등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말레이시아 측은 현재 북한대사관에 김정남 피살 사건 연루자들이 은신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회의에서 대사관 폐쇄가 최종적으로 결정되면 말레이시아와 북한이 공식적으로 단교 절차에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유엔은 김정남 피살 사건으로 충돌하고 있는 북한과 말레이시아에 대해 외교적 관행에 따른 사태 해결을 촉구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파르한 하크 유엔 부대변인은 7일(현지시각) 뉴욕 유엔본부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양측이 진정하고 의견차가 있다면 외교적 관행을 통해 해결하기 촉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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