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맛, 기억하나요]배고픔 달래던 한봉지, 그 옛날 '삼양라면'
6.25전쟁 이후 배고픔 달래기 위해 '삼양라면' 탄생
국민식품으로 자리매김…큰컵 삼양라면 클래식도 출시
6.25전쟁 이후 배고픔 달래기 위해 '삼양라면' 탄생
국민식품으로 자리매김…큰컵 삼양라면 클래식도 출시
서민 식품, 한국인에게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친근한 식품 하면 뭐가 떠오르시나요?
지금이야 '국민식품' '서민식품'이라는 호칭이 붙었지만 반세기 전만 해도 저는 국민들의 배고픔을 달래기 위한 획기적인 대안 식품이었답니다. 제 존재가 뭔지 궁금하시죠?
저는 1963년 태어난 대한민국 최초 라면 '삼양라면'이에요.
6.25전쟁 이후 우리나라는 극심한 식량난에 허덕였고, 많은 사람들이 끼니를 제때 챙겨 먹지 못했었죠. 식사를 하더라도 일명 '꿀꿀이죽'으로 주린 배를 채워야 했어요. 그 당시 식량난은 지금으로썬 상상조차 힘들정도로 심각했답니다.
당시 수많은 국민들의 참담한 모습을 가슴아프게 지켜보던 (저의 아버지) 전중윤 삼양식품 회장이 큰 결심을 합니다.
우리나라 식량 자급 문제 해결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었던 그는 과거 일본에서 먹었던 라멘을 떠올리면서 저를 세상에 내놓게 됐답니다.
100g당 10원, 저렴한 가격으로 간편하게 한 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었으니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는건 삽시간에 벌이진 일이었어요. 제가 단번에 국민 식품 반열에 오르자 많은 기업들이 라면시장에 참여하기 시작했답니다. 그래서 주변에서는 제가 지금의 라면시장을 키운 일등 공신이라고들 하더라고요.
저는 비록 일본의 라멘에서 유래했지만 그와는 다르게 얼큰한 맛으로 태어나 한국을 대표하는 라면으로 우뚝섭니다. 저는 특히 진한 햄맛으로 유명해요. 꼬불꼬불한 면 위에 올려진 동글동글 햄에 감칠맛까지 더하고 있죠. 한때 햄이 사라진 적이 있었지만 저를 사랑하는 소비자들의 요청으로 다시 햄을 동반했어요.
생산 기술이 발달하면서 칼국수, 쇠고기면, 컵라면, 짜장면 등 다양한 라면의 종류가 등장하면서 1등의 자리는 내줬지만 다양해진 동료들을 보면 뿌듯한 생각도 든답니다.
그렇다고 제가 가만있을 수는 없지요. 제 나이가 조금(?) 있다 보니 젊은 친구들에게 뒤처지지 않기 위해 중간중간 살짝씩 '튜닝'을 했어요. 초반에는 포장지에 닭 이미지가 그려져 있었는데, 소나 돼지 육수 맛을 낼만한 원료 조달이 어려워 생산원가를 고려해 닭고기 육수를 썼기 때문이었지요.
그러다가 70년대 들어서면서 현재와 같은 주황색 바탕에 빨강 원, 다듬어진 삼양라면 서체가 새겨졌죠. 90년대에는 포장지에 먹음직스러운 라면 이미지를 넣고 부드러운 서체 디자인과 테두리에 두른 금테를 통해 고급스러움까지 표현했답니다.
제가 튜닝했다고 맛까지 변했을까봐 걱정하지는 마세요. 제가 최신 트렌드에 맞춰가기 위해 외적으로 다듬었을 뿐 한결같은 맛은 보장할 수 있답니다. 아니 그때보다 더진하고 담백한 국물맛과 쫄깃한 면발을 자랑하고 있어요.
최근에는 간편식을 좋아하는 분들을 위해 '큰컵 삼양라면 클래식'도 나왔어요. 이 녀석은 제 DNA는 그대로 남겨둔 채 어디서나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컵라면 형식으로 나왔어요. 진한 햄 맛과 계란 지단, 햄 후레이크 등을 통해 추억의 맛을 느낄 수 있답니다.
요즘은 라면의 종류가 많아지면서 아무래도 제 인기가 예전만은 못한 것 같아요. 하지만 저를 통해 추억을 되새기는 여러분들이 있고, 또 저만을 좋아해 주는 소비자들이 있어 아직 행복하답니다. 여러분 저를 잊지 말고 앞으로도 쭉~ 찾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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