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정치인생' 생사 기로...침묵 '이대로는 안돼' 여론 확산
"지금 확인된 사실만으로도 뭔가 적극 대응 있어야"
당 존폐위기 책임 '정계 은퇴' 선언해야…강경론도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정치 인생의 최대 시련이자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문준용 의혹제보 조작 사건 파문에 휩싸이면서 안 전 대표의 '책임론'이 연일 확산되고 있으며, 정치 은퇴에 대한 직간접적인 주문도 적잖이 나오는 등 궁지에 몰렸다.
안 전 대표가 국민의당 대선후보로 나서 지난 19대 대선을 치르는 과정에서 '문준용 의혹제보' 사안은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를 공격하는 최대 공략 포인트였다.
안철수, '새 정치' 외치던 정치 이미지 손상 위기…"법적 정리 전에 책임·사과 옳다"
때문에 안 전 대표가 '의혹' 내용에 대해 전혀 몰랐다 할 수 없는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이며, 설혹 몰랐다 하더라도 '새 정치'를 부르짖으며 변화와 혁신에 방점을 찍으려던 안 전 대표의 정치 이미지에도 이미 큰 손상을 입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당 내부에서도 '안철수 책임론'을 연신 강조하는 분위기가 형성중이다. 김태일 국민의당 혁신위원장은 29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안 전 대표가 나흘째 '문준용 제보조작 파문'에 대해 침묵하는 상황과 관련해 "법적인 정리가 되기 전이라도 이 문제에 대해 책임과 사과 이런 것들은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입장표명을 촉구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우리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계속 추궁했던 게 뭐냐. 국민적 눈높이에서 국민들이 궁금해 하는 점에 대해 왜 빨리 대답하지 않느냐 하는 것이지 않았나"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그는 "안 전 대표는 상당히 모든 일을 신중하게 결정하는 스타일인 것 같다. 그래서 며칠 지켜보자고 하는 입장인 것 같다"면서도 "당원이나 지지자들, 혹은 국민들의 입장에서 보면 확실하게 지금 확인된 사실들을 가지고라도 뭔가 적극적으로 대응을 했으면 좋겠다는 것이 바람인 것 같다. '안철수 응답하라' 이런 얘기들이 여러 곳에서 이렇게 나오고 있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외부의 시선은 더욱 싸늘하다. 고 김대중 대통령의 아들인 김홍걸 더불어민주당 국민통합위원장은 안 전 대표를 맹비난하고 나섰다.
김홍걸 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입장 발표 예고한 안철수, 정계 은퇴 아닌 국민의당 살리기로 방향 잡아'라는 제목의 언론 보도를 공유하면서"안철수 씨가 권력욕에 눈이 멀더니 이젠 아예 염치나 양심 같은 건 버리기로 작정을 하셨다”고 비판했다.
또한 그는 "(조작 연루자인) 이유미 씨가 일개 평당원에 불과하다는 것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면서 “언론 보도에도 나왔지만 안철수 씨의 부인이 이유미 씨를 챙겼다는 말이 있고 작년 선거 때도 청년여성 CEO 몫인 비례대표 7번을 놓고 김수민 의원과 경합했었다는 얘기도 돌고 있다”고 밝혔다.
'조작 파문'의 또 다른 당사자인 민주당은 사건 자체에 대해서는 연일 맹공을 가하면서도 안 전 대표에 대해서는 추이를 지켜본다는 계획이다.
추미애 "국정원 댓글과 유사한 것 아닌가" 비판…'정계은퇴' 방식 택하지는 않을 듯
추미애 대표는 이날 라디오 방송에서 "이것은 국정원 댓글과 유사한 것 아닌가? 국민의 선거에 개입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계속해 추 대표는 "이번 선거는 촛불대선이었고 주권회복을 위한 그러한 촛불 정신이 이 선거를 만든 것이다. 그런데 이 촛불정신을 정면으로 짓밟은 죄질이 아주 나쁜 범죄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안철수 전 대표에 대해서 "이런 조작 사건까지 안철수 후보가 알았을 거라고는 저는 판단이 안 된다. 그분이 조작된 걸 알면서 쓰도록 허용했을 리는 없지 않나"라면서도 "그런데 어쨌든 본인이 데려온 최고위원, 본인과 친분이 있는 당원이 이런 일에 관여되어 있다는 것에 자유로울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러한 흐름 속에 국민의당 내부에서도 안 전 대표의 향후 행보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온 이후에 입장 표명을 하는 것도 늦지 않다는 의견과 당의 존폐위기를 맞게 된 데 대한 응분의 책임을 갖고 '정계 은퇴'와 같은 선언이 필요하다는 강경론까지 등장한 상황이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지금은 모든 것이 조심스럽다는 것이 당내 의견으로 볼 수 있다"며 "안 전 대표가 조만간 공식입장을 내놓을 것으로 보이는데 '정계은퇴'와 같은 극단의 선택을 내리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조작 파문 사건이 드러난 후 나흘째 침묵 행보를 펼치는 안철수 전 대표가 언제쯤 제대로 된 입장을 내놓을지 정치권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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