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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P 사전예약' 은행권 노사갈등 확산


입력 2017.07.20 06:00 수정 2017.07.20 07:59        이미경 기자

시중은행, 26일 가입자 확대에 앞서 사전예약제 시행

일부는 지점별 할당량으로 노사갈등 격화

노조측, 과당경쟁 유발하는 사전예약제 반발

시중은행들은 IRP시장이 올 하반기 최대 이익을 끌어낼 수 있는 영업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는 만큼 영업을 위한 마케팅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지만 과도한 출혈경쟁으로 변질되며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 한 시중은행 영업점에서 일하는 한 모씨는 오는 26일 개인형 퇴직연금(IRP) 가입자 확대 시행에 앞서 직원별 IRP 사전예약전산등록 할당에 대한 공문을 받아들었다. 확대 시행에 앞서 개인별 최소 50건 이상, 납입 목표금액을 채워야하는만큼 한씨는 급한대로 1년에 한두번 연락하고 지내는 고교동창들에게 전화를 돌렸다. 다행히 한씨의 친구들 중에는 이번 가입자 확대군에 포함된 직업군 종사자들이 일부 있어서 할당량으로 내려온 목표건수는 간신히 채울수 있었다. 하지만 가입금액 한도를 채워야하는 한씨로서는 친구들에게 금액까지 부탁하기가 어려웠다. 한씨는 가족들이나 친척들에게 대리 서명을 부탁한 후 직접 돈을 넣어서 할당량을 채워야할 처지다. 개인할당 목표치에 따라 성과에 반영이 되기 때문이다.

최근 은행권이 개인형 퇴직연금(IRP) 시장 선점을 위해 시행하고 있는 'IRP 사전예약 전산등록'이 노사 갈등 촉매제로 작용하고 있다.

신한·KB국민·우리·KEB하나 등 전 시중은행들이 IRP 시장의 가입자가 확대되기에 앞서 고객을 선점하는 차원에서 사전 예약 경쟁에 나서고 있는데 이를 놓고 직원들에 대한 실적압박으로 이어질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은 오는 26일 본격적인 가입자 확대 시행에 앞서 IRP시장 선점을 위한 사전예약에 돌입했다. 현재 시중은행들이 사전 예약제도를 실시한데에는 IRP 출시 당일에 업무 과부하가 일어날 것을 대비해 미리 고객의 상품가입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은행권에서는 IRP가 최대 700만원까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고 의무가입기간이 없다는 점을 홍보하며 IRP 신규가입 고객 유치활동을 벌이고 있다.

기존에는 퇴직연금이 가입된 근로자 등에만 가입이 한정이 됐지만 26일부터 자영업자, 공무원, 군인, 사립학교 교직원 등 가입 대상자 범위가 크게 확대된다. 총 730만명의 규모의 가입자를 확보할 수 있어 은행권에서는 IRP시장을 올 하반기 최대 수익원으로 보고 있다. 때문에 시중은행들은 IRP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마케팅 경쟁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은행들이 시장 선점을 위해 대부분 사전예약에 돌입하는 등 과도한 출혈경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IRP시장은 은행들이 가져가는 수수료도 높고 은퇴시장을 공략하는 장기적 상품이라는 점에서 최대 수익원으로 주목받는다"며 "이 때문에 사전예약 경쟁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불완전판매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은행들의 사전예약 경쟁이 자칫 과거 만능통장으로 불렸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의 전철을 밟을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때문에 은행노조측에서는 과도한 사전예약 경쟁이 불완전판매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며 사전예약에 대해 내내 반대입장을 표시해왔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앞서 ISA의 경우에도 금융권 전반의 과도한 경쟁으로 깡통계좌가 속출했던 사례를 비춰봐도 과당경쟁이 부작용이 많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것"이라며 "신상품에 매몰되서 경쟁적으로 영업하는 행태에 대한 금융당국의 단속이 더욱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KB국민은행에서는 일부 지점에서 고객 유치를 위한 지도 공문을 내리는 한편 가입 실적을 지점평가에 반영하는 등 실적압박으로 노사간의 갈등이 고조되기도 했다.

국민은행 노조 측에서는 은행 측이 실명제 위반의 우려가 높은 방문판매를 사실상 허용하고 일부 지역영업그룹이나 지점에서 개인당 사전예약에 대한 할당을 통해 과당경쟁을 유도하고 있다며 반발강도를 높이고 있다.

국민은행 노조 관계자는 "사전예약제도 자체가 경쟁을 부추기며 직원들에게는 실적압박으로 이어질수 있고 결국 고객들에게까지 피해가 갈수 있다는 점 때문에 반대입장"이라며 "ISA의 전철을 밟을까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국민은행의 일부 지점에서는 개인 할당에 대한 공문으로 노사간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다른 은행들도 IRP의 과당경쟁이 이어지면서 지점별로 개별 할당 목표치가 내려왔다가 지금은 철회된 상태다. 금융감독원은 이같은 영업경쟁이 벌어질 것을 우려해 지난 6일에는 은행과 증권, 보험사 등에 과당경쟁에 대한 경고 공분을 내려보낸바 있다.

하나은행 노조 관계자는 "IRP에 대한 과당경쟁 조짐이 나타나면서 개인별 할당 목표가 회사차원에서 내려오는지에 대해 계속해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경 기자 (esit91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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