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심리적 분당'…불편한 동거 끝낼까?

호남계 갈등 수습선 安, 당내 비판 여전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고위원들의 발언을 들으며 굳은 표정을 하고 있다.(자료사진)ⓒ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최근 당내 갈등 수습에 들어갔다. 그는 최근 초재선 의원들과 오찬 회동에서 "당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통합은 하지 않겠다"며 그동안 불거진 호남 중진 의원들과의 집안싸움을 자제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당의 정체성인 호남을 근간으로 한 정치적 노선을 거스르지 않겠다는 뜻을 명확히 하면서 최근 호남계 중진 의원들과의 설전을 사실상 마무리 짓겠다는 의도를 드러냈다.

하지만 이미 안 대표와 같은 당 유성엽 의원 사이에 '끝까지 같이 못할 분', '초딩수준' 등의 원색적인 비난이 수차례 오고간 상황에서 당내 '심리적 분당'은 여전한 상황이다.

앞서 유 의원은 "대선에 패배한 사람은 죄인이다. 반성하고 자숙해야 정상"이라며 "같이 경쟁했던 문재인 대통령을 직설적으로 비판해서 개인적으로나 당으로서나 얻은게 뭐가 있느냐. 지금이라도 우리 당의 미래를 위해 중대한 결단이 필요하다"며 안 대표 사퇴를 촉구했다.

이상돈 의원도 8일 CBS라디오를 통해 "바른정당에서 안 대표를 아마추어이고 정치적으로 종친 사람으로 보고 있다"며 "안 대표 쪽에 서 있는 의원이 과연 몇이나 있는지 의문이다. 계속 같이 하기는 이미 좀 어렵다"며 작실발언을 쏟아 낸 바 있다.

전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안 대표는 연일 원색적인 비판에 대해 더 이상의 갈등을 피하려는 듯, 관련 발언을 자제했지만 박주현 최고위원은 안 대표에 직격탄을 날렸다.

박 최고위원은 "국회에서 가장 중요한 예산국회 시기이고,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이 혁혁한 성과를 거뒀지만 언론은 통합하느냐 마느냐 정쟁만 전했다"며 "다당제를 하려면 그 존재 기반인 선거제도 개편과 분권형 개헌에 힘을 쏟아야 하고 그것조차 합리적 협치로 해야 할 일이지 악마와 손을 잡아서 할 일은 결코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당 쇄신을 위한 지역위원장 일괄 사퇴를 언급하며 "다당제 리더십은 여러 의견을 모아가는 것이지 유아독존식 리더십이 아니다"라며 "대선을 겨냥한 1인 중심 정당, 이미지 정당으로는 양당제 회귀를 막을 수 없다"고 이를 추진한 안 대표를 비판했다.

송기석 의원도 같은날 CBS라디오에서 '바른정당과의 통합 얘기는 아직 불씨가 남아있느냐'는 질문에 "여전히 (통합)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본다"며 통합논의로 불거진 당내 갈등의 불씨가 여전하다는 것을 암시했다.

국민의당 원로격인 동교동계 고문단도 지도부에 대한 불만과 우려를 드러냈다. 9일 고문단 대변인 역할을 한 이훈평 전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안철수 대표가 누구와 소통을 하는지 모른다. 분위기가 이런 저런 것을 따지기 어려울정도로 실망스럽다"고 꼬집었다.

장진영 최고위원은 "축구선수가 공을 차야지, 상대방 선수를 차면 못 이긴다"며 "치열하게 논쟁하고 토론하되, 앞에서 하는 토론은 피하고 뒤통수를 때리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최근 지도부 측과 호남계 측의 갈등과 관련한 서로에 대한 비판을 자제해줄 것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