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드윈 코치도 글썽’ 눈물 겨운 정현의 투혼
황제 페더러와 첫 맞대결로 주목
발바닥 부상으로 2세트 도중 기권
‘한국 테니스의 희망’ 정현(58위·삼성증권 후원)의 투혼은 외국인의 눈가에 눈물을 짓게 했다.
정현은 26일(한국시각) 호주 멜버른의 로드 레이버 아레나에서 열린 2018 호주오픈 테니스대회 남자단식 준결승 로저 페더러(2위·스위스)와의 경기에서 기권패했다.
1세트를 1-6으로 내준 정현은 2세트 게임스코어 2-5로 뒤진 상황에서 발바닥 통증을 이겨내지 못하고 끝내 경기를 포기했다.
다소 허무하게 패했지만 정현은 이번 대회가 낳은 최고의 스타였다.
정현은 앞서 세계랭킹 4위 알렉산더 즈베레프(독일)와 전 세계랭킹 1위 노박 조코비치(14위·세르비아) 등 만만치 않은 선수들을 제압하고 4강까지 올라왔다.
이 과정에서 한국인 최초로 메이저 대회 4강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뤘고, 선배 이형택(42)이 2007년 달성한 36위라는 역대 한국인 최고 랭킹 기록도 경신이 확정됐다.
특히 승리 후 이어진 그의 재치 있는 영어 인터뷰는 코트에 모인 관중들에게 큰 인기를 끌어 모았다.
‘테니스 황제’ 페더러와의 맞대결 역시 경기 전부터 큰 관심을 불러 모았다. 개인 통산 19차례의 그랜드슬램 대회 정상을 차지한 페더러를 상대로 정현이 어떻게 맞설지 이목이 쏠렸다.
다만 준결승까지 올라오는 과정에서 정현의 몸은 성치 않았다. 특히 발바닥의 경우 물집이 심하게 잡히고 피멍까지 들어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정현은 내색하지 않았다. 애써 아픈 표정을 지어보이지 않았다. 평소와 마찬가지로 무덤덤하게 1세트부터 페더러와 2연속 듀스 접전을 펼치며 대등하게 맞섰다. 아쉽게 첫 2게임을 내줬지만 곧바로 자신의 서브 게임을 따내며 1-2로 따라 붙었다.
황제 페더러는 역시 달랐다. 강력한 서브와 정교한 한 손 백핸드를 코트 구석으로 꽂아 넣으며 1세트를 6-1로 잡아내고 기세를 올렸다.
반면 1세트를 내준 정현의 움직임은 2세트 들어 급격히 떨어졌다. 결국 정현은 2세트 게임스코어가 1-4까지 벌어진 이후 메디컬 타임아웃을 불러 왼쪽 발바닥 물집을 치료했다. 이 과정에서 정현의 발바닥 부상이 그대로 드러났다.
정현은 기존 테이핑을 뜯어내고 간단한 응급처치를 한 뒤 곧바로 다시 경기에 나섰다. 정현이 치료를 받는 도중에는 네빌 고드윈 코치의 눈가에 눈물이 고인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잠시 부상 치료에 시간을 보낸 정현은 곧바로 자신의 서비스게임을 가져오며 분위기 전환에 성공했다. 정현의 투혼에 고드윈 코치 역시 눈물을 보이지 않을 수 없았다.
그러나 정현은 이후 또 다시 통증을 호소했다. 몸이 따라주지 않자 결국 심판에게 다가가 경기를 포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기세등등했던 여정을 돌아봤을 때 끝은 다소 허무하게 막을 내렸다. 하지만 준결승까지 오면서 정현이 안긴 희망과 마지막 투혼은 충분히 박수 받아 마땅하다. 새해 한국 테니스는 정현이 있어 참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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