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울한 지방 청약시장에 해뜨나…비조정지역 잇따라 마감행진
지방 20개 단지 중 15개 단지 청약마감, 1순위 통장 사용도 급증
비조정지역 대부분, 전매제한 짧고 LTV·DTI 수도권보다 느슨하기 때문
한동안 암울했던 지방 분양시장에 오랜만에 햇살이 비추고 있다. 이달 지방에서 분양에 나선 단지들이 대부분 청약에서 주인을 찾으며 마감행진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하반기 수도권과 지방 부동산시장에 대한 본격적인 침쳬 예고와는 다른 모습이다. 특히 올 상반기 대부분 미분양을 기록하며 암울했던 지방 분양시장과 비교하면 이례적인 것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지방 분양시장이 호조를 보이는 것은 지방 대부분이 비조정대상지역으로 분양권 거래가 자유롭고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이 서울·수도권보다 높은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일각에서는 서울에 이어 지방 분양시장에도 ‘로또 분양’의 전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다만 지방 분양시장은 경기 침체에 쉽게 흔들리는 경향이 있어 무턱대고 투자를 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고 조언한다.
31일 금융결제원 아파트투유와 리얼투데이 등에 따르면 이달 수도권(서울·경기·인천)을 제외한 지방에서 분양한 20개 단지 중 15개 단지가 청약에서 모두 주인을 찾았다.
특히 20개 단지에서 공급된 87개 주택형 중 1순위에서 마감된 67개 주택형으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달 지방에서 분양한 18개 단지 중 1순위에서 마감된 단지가 불과 4개인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가 난다.
게다가 이달 지방에서 1순위 청약통장 사용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1순위 청약통장이 가장 많이 몰린 지역은 ▲대구(연경 아이파크, 1만4197명) ▲경기 안양(씨엘 포레자이, 1만2164명) ▲경기 부천(힐스테이트 중동, 1만1596명) ▲서울 북아현(힐스테이트 신촌, 9604명) ▲부산 북구(신구포 반도유보라, 7624명) ▲전북 전주(인후 더샾, 7320명) ▲서울 번동(꿈의숲 아이파크, 7260명) ▲광주 서구(상무 양우내안애, 6244명) ▲대구 남구(앞산 비스타동원, 6089명) ▲충북 청주(가경 아이파크 3단지, 4803명) 순이다.
지방에서 공급된 아파트의 청약경쟁률 또한 고공행진하고 있다. 양우건설이 광주시 서구 마륵동에서 공급한 ‘상무 양우내안애’의 경우 58가구 모집에 1순위 청약자 6144명이 접수를 해 105.83대 1이라는 경쟁률로 이달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특히 이 아파트 전용면적 84.9㎡A타입은 4가구 모집에 968명이 몰리며 241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물론 서울과 수도권에서 분양한 아파트들 역시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고 있다. 현대건설이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에서 선보인 힐스테이트 신촌은 2가구 모집에 1순위 청약자 1388명이 접수를 해 694대 1의 경쟁률로 마감됐다.
업계에서는 지방 분양시장이 선전하고 있는 올 상반기부터 이어진 주택시장 침체에서 의미가 크다고 분석한다. 상반기만 해도 지방에서 대구와 부산 등 일부 청약 시장만 특수를 누렸던 것과 비교하면 사뭇 다른 모습이기 때문이다.
이달 지방 청약시장에서 마감된 아파트들의 공통점을 찾아보면 대부분 비조정지역에 위치한다는 점이다.
비조정지역은 정부가 투기과열이 낮은 지역으로 분류한 곳으로, 전매제한 기간이 6개월부터 1년으로 짧은 편이다. 또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이 각각 70%, 60%까지 가능해 대출규제가 느슨하고 1순위청약 자격도 비교적 까다롭지 않다.
정부가 지정한 청약조정대상지역은 ▲서울 25개구 ▲경기도 과천·성남·광명 ▲경기도 하남·고양·남양주·동탄2신도시 공공택지 ▲부산 진구·기장군 ▲부산 해운대구·연제구·동래구·남구·수영구 민간택지 ▲세종 공공택지로 40개 지역이다.
전문가들은 이들 지역은 정부의 대출·청약 규제 등으로 투자가 어려워지면서 상대적으로 규제를 덜 받는 경기도와 지방 대도시의 아파트 공급과잉을 부추긴다고 해석한다.
김지연 리얼투데이 연구원은 “수요자들은 물론 투자자들이 결국은 거래가 자유롭고, 대출이 용이한 지방 아파트에 유동자금을 묻어 놓으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지방 청약시장의 호전세는 상반기 적체됐던 분양 물량이 7월에 한꺼번에 공급되며 수요자가 몰린 일시적인 현상일 가능성이 높다”며 “하반기 경기 침체 가속화가 예견돼 있고 대출금리 인상 등의 리스크가 큰만큼 비조정지역이라고 해서 무조건적인 투자나 특히 실수요가 아닌 단기투자는 더욱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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