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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남북정상회담]수행원도 없고‧튀면 안돼…작아진 회장님들


입력 2018.09.18 10:55 수정 2018.09.18 11:16        박영국 기자

버스 이동에 모든 일정 '단체행동'

이슈화 되는 발언도 조심해야

평양에서 3차 남북정상회담(2018 남북정상회담 평양)이 열리는 18일 오전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 설치된 서울프레스센터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에 도착해 북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는 화면이 생중계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버스 이동에 모든 일정 '단체행동'
이슈화 되는 발언도 조심해야

# 비서는 없다. 모든 걸 내가 해결해야 한다. 이동은 푹신한 리무진 뒷좌석 대신 비좁은 버스 좌석 중 하나. 모든 일정은 단체로 이뤄진다. 절대 튀면 안 된다. 낯설고 불편하다. 하지만 감수해야 한다. 여긴 북한이니까.

평양 남북정상회담에 특별수행원으로 포함돼 18일 북으로 향한 대기업 총수들이 앞으로 겪어야 될 일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수행하는 인원은 공식수행원 14명, 특별수행원 52명, 일반수행원 91명 등 157명에 취재진과 실무인력을 포함해 총 200명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이들 중 대기업 총수들은 ‘원오브뎀(One of Them)’일 뿐이다. 특별수행원 52명 중 경제계에 할당된 자리는 17석, 그 중 경제단체장과 공기업 수장 등을 제외하고 대기업 총수들에게 할당된 자리는 6석에 불과하다. 동행하고 싶어도 못 가는 기업인들이 줄을 섰는데 수행원을 대동하겠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문 대통령 일행이 평양에 도착하기 전날 벤츠 방탄차량 2대가 평양으로 공수됐지만 이는 대통령 전용이다. 수행단의 대부분은 단체버스를 이용해야 하고, 대기업 총수들도 마찬가지다. 서울에서 벤츠를 탔건 제네시스를 탔건 평양에서는 버스 45인승 좌석 중 하나에 앉아야 한다.

이번에 특별수행원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등 오너 3‧4세들도 포함됐다. 젊은 시절부터 수행원들로부터 의전을 받아온 이들로서는 북한에서의 경험이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과 같은 전문경인 출신도 오랜 기간 임원 생활을 했다는 점에서 마찬가지다. 그나마 최태원 회장은 2007년 2차 남북 정상회담에 함께한 유경험자다.

대북사업 경험이 많은 현대그룹의 한 관계자는 “남북정상회담 등의 일정으로 방북할 경우 대통령을 제외하고는 개인 비서를 데려갈 수 없다”면서 “나이나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모두 각자 자신의 일을 처리해야 하고 정해진 스케줄에 따라 단체로 움직여야 해 불편한 점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업 총수들은 남쪽에서 출발할 때부터 단체생활의 맛을 봤다. 이날 오전 7시 이전부터 서울 경복궁 주차장에 ‘집합’해 정부에서 마련한 버스에 올랐다. 정부에서 공지한 집결 시간인 오전 6시 40분보다 늦게 도착한 최태원 회장은 종종걸음으로 서두르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평양에서 행동도 조심해야 한다. 워낙 통제가 심하고 변수가 많은 곳이다 보니 무슨 일이 발생할지 모른다. 대통령을 수행한 대기업 총수가 평양에서 불미스런 상황에 엮인다면 그야말로 대형 사고다. 이에 따라 경제인들은 전날 정부로부터 방북교육을 받기도 했다.

출입경을 포함한 방북 기간 동안 ‘입조심’도 해야 한다. 말실수를 조심하는 것은 물론, 실수가 아닌 말도 조심해야 한다. 다들 국가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대기업들의 수장이다 보니 말 한마디가 큰 이슈가 될 수 있다.

개인이나 회사, 재계 차원에서의 방북이라면 상관없겠지만 이번 일정은 남북 정상회담에 대통령을 수행하는 것이다. 자신의 발언과 관련된 뉴스가 대통령의 방북 성과를 묻어버리는 상황이 왔다가는 두고두고 ‘미운털’이 박힐 수 있다. 굳이 ‘후환(後患)’을 생각하지 않더라도 조연이 튀는 것은 주인공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총수가 특별수행원에 포함된 대기업 한 관계자는 “기업별로 방북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결과가 있겠지만 방북 경제인들의 우선적인 역할은 대통령의 방북 성과를 돋보이도록 하는 게 될 수밖에 없다”면서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특정 기업 총수의 발언이나 행보가 크게 부각되는 것은 해당 기업으로서는 부담스런 일”이라고 말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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