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 점안제' 약가인하 시행…업계 매출타격 '발등의 불'
용량 관계 없이 점안제 약가 '198원' 통일…업계선 "뒷북 행정, 과도한 조치" 반발
정부의 일회용 점안제(인공눈물) 약가인하 조치를 막기 위해 제약사들이 낸 집행정지 소송이 기각되면서, 해당 품목을 판매하는 업체들의 매출 타격 우려가 현실로 다가왔다.
보건복지부와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일회용 점안제 299개 품목의 약가인하가 지난 22일 단행됐다. 앞서 복지부는 지난달 27일 고용량·저용량에 관계 없이 기존 보험약가보다 낮은 약가를 일회용 점안제에 일괄 적용하는 내용을 담은 '약제 급여목록 및 급여상한 금액표'를 고시한 바 있다.
기존 일회용 대용량 점안제(0.5~0.9ml)에 대한 보험약가는 371~440원이고, 소용량(0.3~0.4ml)은 223원 선이었지만 이제는 용량에 상관 없이 198원이 적용된다.
이는 제약사들이 약가를 더 받기 위해 의도적으로 대용량 제품을 판매하는 것에 제동을 걸기 위한 조치로, 당초 이달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다.
점안제 품목을 보유한 제약사 중 21개사가 약가인하에 반발해 서울행정법원에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면서 두 차례에 걸쳐 총 20일간 집행이 유예됐다. 이들 업체는 일회용 점안제의 연간 매출액이 약 1400억원에서 800억원으로 감소해 매년 600억원 이상의 매출 손실이 예상되며, 이는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법원은 지난 21일 열린 심의에서는 더이상의 유예기한을 두지 않고 약가인하가 시행되도록 제약사들의 집행정지 소송을 기각했다.
법원은 제약사들의 긴급한 손해를 방지하는 차원에서 두 차례의 임시 효력정지 처분을 내렸지만, 약가인하에 따른 구체적인 피해 규모를 입증할 근거가 부족하다는 점에서 제약사들의 집행유예 신청을 최종 기각한 것으로 분석된다.
복지부는 위생상 한번만 쓰고 버려야 하는 일회용 점안제의 특성에 맞지 않게 소비자들이 반복 사용할 수 있도록 뚜껑을 여닫는 형태의 고용량 제품이 출시되는 데 대한 문제를 지적해왔다.
또한 용량에 비례해 보험약가를 지급하는 것이 제약사들로 하여금 고용량 제품을 출시해 이윤을 많이 남기도록 부추긴다는 게 복지부의 판단이다.
대상 품목의 가격 인하 폭은 평균 27.1%이며, 절반 이상 약가가 떨어지는 제품도 30개 이상에 달한다. 약가인하 품목 수는 디에이치피코리아(38품목), 삼천당제약(34품목), 휴메딕스(34품목) 등이 많았다.
이어 국제약품(25품목), 태준제약(22품목), 대우제약(16품목), 한림제약(15품목), 휴온스메디케어(14품목), 종근당(14품목), 휴온스(13품목), 대웅바이오(11품목), 바이넥스(9품목), 한미약품(9품목), 신신제약(6품목), 씨엠지제약(6품목), 일동제약(4품목), 풍림무약(3품목), 영일제약(3품목), 한국글로벌제약(2품목), 셀트리온제약(1품목) 등이다.
업계 손실을 정확히 집계하기는 어렵지만 100억원 이상 품목을 보유한 디에이치피코리아, 국제약품, 태준제약 등의 매출 타격이 예상된다. 안과용 의약품이 전체 매출의 40%에 이르는 삼천당제약 등 중소업체의 실적 하락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고용량 점안제에 안전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만큼 정부 조치가 이해되는 측면도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 유니메드제약, 동성제약, 비씨월드제약, 대한약품 등은 약가인하 품목을 보유한 업체지만 행정집행 정지 소송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그 배경으로는 이미 저용량 제품을 중심으로 판매를 해왔거나 시장 점유율이 작아 소송에 따른 실익이 미미하다는 점 등이 꼽혔다.
다만 어디까지나 업체의 생산설비가 갖춰진 이후 논의된 뒷북 행정이라는 점에서 무리한 조처라는 반발이 나온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점안제의 용기형태나 용량에 규제를 둔 곳이 없고, 2007년경 점안제 생산이 이뤄진 국내에서도 10년 가까이 안전성 문제가 제기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 중견 제약사 관계자는 "저용량 점안제 생산을 강제하는 정책으로 기존 고용량 생산설비를 갖춘 업체들은 장기적인 피해를 감수해야 할 상황이다"라며 "정부는 미리 관련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못한 책임과, 고용량 제품의 수요가 높은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점안제 가격 인하 정책을 재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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