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 분식회계" 삼성바이오 주식 거래 중단…후폭풍 불가피
증선위, 삼성바이오에 대표 해임 권고 및 과징금 80억원 부과
'시총 22조' 매매 중지에 시장 혼란 전망…상폐 가능성은 낮아
금융당국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성바이오)의 과거 회계처리 변경에 대해 고의 분식회계라고 최종 판단했다. 이에 따라 삼성바이오 주식은 당장 거래가 중지되고 한국거래소의 상장 실질심사 대상이 됐다. 상장폐지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시가총액이 20조원이 넘는 삼성바이오의 규모를 감안하면 후폭풍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14일 열린 정례회의에서 금융감독원이 제출한 삼성바이오 재감리에 따른 제재 조치안 심의 결과, 삼성바이오에 대해 대표이사 해임 권고와 함께 과징금 80억원을 부과하고 회계처리기준 위반 내용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증선위는 외부감사인인 삼정회계법인에 중과실 위반으로 과징금 1억7000만원을 부과하고 당해 회사 감사업무를 5년 간 제한하며, 회계사 4명에 대한 직무정지를 건의하기로 했다. 또 안진회계법인은 과실에 의한 위반으로 당해 회사에 대한 감사업무를 3년 간 제한하기로 했다.
증선위는 삼성바이오가 2015년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지배력 변경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회계원칙에 맞지 않게 회계처리기준을 자의적으로 해석·적용하면서 이를 고의로 위반했고 설명했다.
다만, 2012~2014년 삼성바이오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단독지배하는 것으로 회계처리한데 대해서는 위반 동기를 과실 내지 중과실로 판단했다.
우선 2012년과 2013년에 있었던 삼성바이오 회계처리기준 위반 동기는 과실로 봤다. 이에 대해 증선위는 국제회계기준이 2011년에 국내에 처음으로 도입됐고 삼성바이오와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각각 2011년, 2012년에 설립된 점, 지배력 관련 새로운 회계기준서가 2013년에 시행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전했다. 2014년의 경우에는 임상시험 등 개발성과가 가시화된 상황에서 회사가 콜옵션 내용을 처음으로 공시하는 등 콜옵션의 중요성에 대해 인지하였던 점을 감안해 위반 동기를 중과실로 결정했다.
이 같은 증선위의 판단은 사실상 금감원의 입장을 거의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다. 금감원은 삼성바이오가 2012년 미국 바이오젠과 합작해 설립한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전환하며 이 회사의 지분가치를 장부가액에서 시장가액으로 바꾼 게 뚜렷한 근거 없이 이뤄졌다고 주장해 왔다. 2011년부터 적자에 허덕이던 삼성바이오가 2015년 1조9000억원에 달하는 흑자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이런 회계 처리 기준 변경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이번 증선위의 조치로 시장이 받을 충격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삼성바이오 주식은 유가증권시장에서 매매가 정지되고, 한국거래소의 상장 실질심사 대상이 됐다. 이날 종가 기준 삼성바이오의 시총이 22조1322억원으로 코스피 시장 6위에 달하는 만큼, 투자자들의 직·간접적인 피해가 클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말 시점 삼성바이오의 소액주주는 8만175명으로 이들이 보유한 주식만 1423만8562주에 이른다.
이 같은 파장 등을 고려하면 삼성바이오가 상장폐지까지 당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지난해 5조원대 분식회계로 증선위 제재를 받은 대우조선해양 역시 상장폐지 되진 않았다. 거래소는 상장규정에 따라 현 시점에서의 기업의 계속성과 경영 투명성, 그밖에 공익 실현과 투자자 보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상장실질심사를 진행하게 된다.
증선위의 결론에 대해 삼성바이오는 반발하며 법정 대응을 예고했다. 이에 따라 삼성바이오의 회계부정을 둘러싼 논란은 이제 법원으로 옮겨가게 됐다. 삼성바이오는 증선위가 자사에 대해 고의로 회계처리를 위반했다고 결론을 내린 데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삼성바이오 측은 "회계처리 논란으로 혼란을 겪은 투자자와 고객에 사과드린다"면서도 "그동안의 회계처리가 기업회계기준을 위반하지 않았다는 점에 대해 확신을 갖고 있으며, 행정소송을 제기해 회계처리 적법성을 입증하기 위해 노력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