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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한 야당, 정권에게 복인가? 독인가?


입력 2019.01.28 09:00 수정 2019.01.28 08:33        데스크 (desk@dailian.co.kr)

<김우석의 이인삼각> ‘목포는 호구다’…목표시민들 격앙시켜

‘5시간30분 릴레이 단식’ 구설…여당, 반격의 빌미로 삼아

‘상대열위’가 아니라 ‘상대우위’로 경쟁하는 정치 바란다

<김우석의 이인삼각> ‘목포는 호구다’…목표시민들 격앙시켜
‘5시간30분 릴레이 단식’ 구설…여당, 반격의 빌미로 삼아
‘상대열위’가 아니라 ‘상대우위’로 경쟁하는 정치 바란다


지난 27일 오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자유한국당이 주최한 '좌파독재 저지 및 초권력형 비리 규탄대회'에서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과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과 차기 당권주자들인 황교안 전 총리, 오세훈 전 서울시장, 심재철, 정우택, 안상수, 김진태, 주호영 의원 등과 당원들이 문재인 정부를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요즘 우리정치에서 청와대와 여당은 독주하고 야당은 헛발질만 한다. 그런데, 우리 국민들은 이런 현상에 익숙해서 놀라지도 않는다. 한숨을 쉴 뿐이다.

지금 상황을 보며, 2016년 총선 전 이맘때가 생각난다. 제1야당인 민주당에서는 안철수 의원과 박지원 의원 등 호남 중진의원들이 <국민의당>으로 떨어져 나갔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을 모셔 왔으나 내분과 혼란은 멈추지 않았다.

대부분의 정치인, 평론가들은 곧 있을 총선에서 새누리당의 압승을 점치고 있었다. 당시 많은 사람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야당 복이 많다고 했다. 당시 야당지도자인 문재인 대표는 가지 말아야 할 길만 가고 있었다. 지역기반 호남의 중진의원들을 버리고 당을 쪼갰다. (그 결과 대부분의 호남지역에서 국민의당이 압승했다) 전쟁을 앞두고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야당이 둘로 쪼개진 상황에서 ‘삼자대결’은 여당에게 필승구도다.

그러나 그런 필승구도가 여권을 안이하게 만들었다. 당·청간 단합과 협동은 사라졌고, 갈등이 공공연히 표출됐다. 적수에 대해 신경 쓸 필요가 않으니, 젯밥경쟁이 치열해 졌다. 청와대와 당은 ‘공천권’이란 젯밥을 두고 반목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배신의 정치’를 응징해 달라”, 김무성 대표의 ‘옥새들고 나르샤’는 그때의 염치없던 공천전쟁을 대표하는 말들이다. 떡줄 사람(유권자)은 생각도 안하는데, 더 많이 먹겠다고 난장을 벌인 것이다. 그 결과는 예상도 못했던 ‘2당’이었다. 국회의장 자리를 빼앗기고 국회권력을 상실한 여당은 대통령 탄핵을 보고만 있어야 했다. 심지여, 총선 때의 앙금으로 상당수는 탄핵에 더 앞장서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당시 야당의 연이은 악수(惡手)가 박근혜정권을 스스로 무너지게 하는 묘수(妙手)로 작용한 것이다.

요즘도 한국당의 악수와 헛발질은 끊이지 않는다. 지난 주 ‘목포는 호구다’ 발언과 ‘5시간30분 릴레이 단식’이 대표적이다.

손혜원 의원의 불법과 일탈, 오만방자함이 1주일 넘게 전국을 뒤흔들었다. 손 의원이 자초하고 언론이 키웠다. 진보색인 강한 언론이 문제제기했고, 보수언론이 뒤쫒았다. 진보성향 언론들도 여론을 견디지 못하고 공세에 합류했다. 야당입장에서는 꽃놀이패였다. 올라타기만 하면 되는 이슈였다. 한국당 원내 지도부가 목포에 총출동했다. 특별한 내용 없는 사진 찍기 행사였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이슈를 확대하는 데는 일조를 했다. 그런데, 사달이 벌어졌다.

한국당 정책위의장이 당 공식회의 발언에서 ‘목포는 호구다’는 말을 한 것이다. ‘손혜원 의원 입장에서’라는 전제와 전언이라는 설명은 있었지만 이미 쏟아진 물이었다. 이 발언은 목표시민들을 격앙시켰다. 가뜩이나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이득 앞에 손 의원의 투기행위는 평가절하되는 분위기였는데, ‘울고 싶은 아이 뺨때려 준 격’이 됐다. 평화당이나 정의당도 공세의 방향을 바꿀 수 밖에 없었다.

이어 지난 주말 지면을 달군 뉴스는 한국당의 ‘5시간30분 릴레이 단식’이었다. 중대한 본질을 날려버린 어이없는 행태였다. 문재인캠프 특보출신인 조해주씨의 선관위원 임명강행은 공분을 사기 충분했다. 한국당의 국회 보이콧은 정당해 보였다. 적어도 그럴 법 해 보였다. 애초에 특정캠프출신을 선거관리의 총책을 맡고 있는 장관급 선관위원으로 임명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아보였다. 과거에 없던 일이기에 더욱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실지로 특보로서 활동을 하지 않았다 해도, 당의 공식적인 인쇄물 명단에 적시됐다면 오해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서라도 재고했어야 한다. 그게 상식이다. 게다가 내년에는 중요한 선거가 있다. 총선의 결과에 따라 정권과 야당의 운명도 극단적으로 갈릴 것이다. 이런 때는 캠프출신 선관위원이라니...

그런데, 또 본질을 흐리는 구설이 생겼다. 한국당은 1월 24일부터 2월 1일 까지 시간을 나누고, 국회의원들을 상임위별로 조 편성해 농성에 들어갔다. 제목은 '좌파독재 저지 및 초권력형 비리규탄 릴레이 단식’이었다. 여기서 ‘단식’이란 표현이 문제가 됐다. 5시간 30분간의 단식이라니,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 했다. ‘그게 무슨 단식이냐’는 반응이 나왔다. 여당은 이를 반격의 빌미로 삼았다. ‘릴레이가 아니라 딜레이 단식’이라고 쏘아 붙였다. ‘웰빙단식’이란 조롱이 쏟아졌다. 한국당 원내 사령탑인 나경원 원내대표는 자신들의 “진정성을 의심 받고 오해를 불러일으킨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자당 “의원들이 지금 가장 바쁠 때라는 점을 고려한 것”이라 밝혔다. 이는 또 여당 공격의 빌미가 됐다. "국회 보이콧으로 국회의원 본연의 책무를 외면하고, 모든 의정활동 내팽개친 그들은 도대체 무슨 일로 바쁜가"라고 반문했다. 갑자기 공세에서 수세로 바뀐 것이다.

한국당 당원과 보수시민들의 입장에서는 참으로 참담한 일이다. 최순실을 능가한다는 손혜원게이트와 캠프출신 선관위원이라는 희대의 사건을 제1야당이 ‘사소한’ 말실수가 무색하게 한 것이다.

하지만, 청와대와 여당은 웃고 있을 때만은 아닌 것 같다. 우리정치에서 본인 스스로 잘해서 정권을 잡은 경우는 별로 없었다. 적수의 무리수가 승리의 결정적 요인이 되곤 했다. 야당의 무리수를 즐길 것이 아니라, 이로 인해 발생할 여권내의 무리수를 걱정해야 한다. 모두에 박근혜정권이 어떻게 무너졌는지 설명했다. 현정권도 그 길을 가고 있지 않은가? 애초에 계기가 된 것은 현정권의 부도덕성과 오만함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건이었다. 권력에 취해 하지 말아야 할 일을 밀어붙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야당의 저항은 ‘자정(自淨)의 기회’가 된다. 한발 물러서서 재정비를 할 기회 말이다. 그런데, 야당은 그 기회를 주지 않는 것이다. 야당이 전략적으로 그런 행태를 보였을 리 만무하지만 결과적으로 정권에 치명상을 줄 수 있다. 어줍잖게 손을 대는 것 보다 더 곪게 놔둬 크게 터트리도록 하는 이치다.

더 결정적인 것은 내부의 갈등이 표출된다는 것이다. 정권 3년차 권력층 내부에서는 벌써 다른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탈원전정책’에 대한 반론이 제기됐고, 경제정책를 변화시킬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지속되고 있다. 대표적인 차기 대권주자인 박원순 서울시장과 김부겸 행안부장관 사이의 반목도 도드라진다. 이런 현상은 앞으로도 다양한 방면에서 더욱 확대 재생산될 것이다. 적의 위협에 대한 감수성이 떨어질수록 내부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총선은 그런 내분에 최적화된 환경을 제공할 것이다.

문재인정부는 박근혜정부에서처럼 ‘야당의 무능’이라는 복에 겨워, 자멸하는 우를 범하지 않길 바란다. ‘상대열위’가 아니라 ‘상대우위’로 경쟁하는 정치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글/김우석 (현)미래전략연구소 부소장·국민대 행정대학원 객원교수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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